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런닝, 구' 나보다 어린 형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드라마를 보다

'런닝, 구' 나보다 어린 형에게 보내는 편지

빛무리~ 2010. 6. 12. 16:49
반응형






형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 내 곁에 있을 때, 언제나 달리는 기차를 보며 꿈을 꾸던 형은 지금 그 곳에서도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 나는 예전처럼 꿈을 꾸며 살고 있는데, 형이 있는 그 곳의 사람들에게도 꿈이 존재하는지, 나는 묻고 싶었어. 그리고 간절히 믿고 싶었어. 제발 그렇기를... 만약 아니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제발 그렇다고 믿고 싶었어.

기찻길을 향해 달려가던 형을 내팽개치고, 나는 앞으로 달렸지. 하필이면 그 날이 바로 예쁜 계집애 행주의 생일이었을까? 그 아이한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던 나는, 그렇게라도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 언제나 고개를 돌려 지만이보다 뒤처지는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에게, 나는 한 번이라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 때 나는 형이 참 싫었어. 형만 아니면 얼마든지 지만이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 언제나 형의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내 처지가 싫었고, 고개만 돌리면 어디론가 뛰어가서 사라져 버리는 형이 싫었어. 매일 형을 찾아 시장을 몇 바퀴씩 돌며 "구대우~"를 외쳐대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애써서 형을 찾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도 형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아버지에게 야단맞는 것도 싫었어. 어쩌다 한 번쯤은 형이 없어지길 바랬는지도 몰라.

하지만 형이 없는 지금, 나는 생각해. 형이 떠난 후로 한 번도 웃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생각해. 아침에 집을 나서며 운동화 끈을 조여 맬 때마다 생각해. 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내 곁에서 예전처럼 운동화를 내밀며 "니 꺼, 대구 꺼" 하고 말하는 형의 맑은 얼굴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내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거야.


이제 나는 다시 달리려고 해. 오래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기기 위해 달리는 건 아니야. 예전에는 형을 돌보기 위해서 달렸고, 지금은 아버지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지. 그런데 나는 이기고 싶어졌고, 그래서 형이 어디로 가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나 혼자 달려서 이겨버리고 말았지.

설마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절대 이기면 안 되는데, 나는 미친듯이 달려서 맨 앞으로 나서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지 못하고 있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오래 전에 형을 죽이더니 이제는 아버지마저 죽이려고 하나 봐.


이렇게 못된 꿈도 꿈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이기고 싶어졌어. 예전보다 더 예뻐져서 나타난 행주 계집애가 보는 앞에서, 승리의 테이프를 내 가슴으로 끊고 싶어. 언제나 1등은 내가 아닌 지만이의 것이었지만, 한 번쯤은 운명을 거슬러도 되지 않을까? 내게는 한 번도 허락될 수 없는 걸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는데, 형이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궁금해. 형만은 나의 못된 꿈을 허락해 주지 않을까?

형, 미안해...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아무리 힘겨워도 살아 있어서 나는 꿈을 꾸는데, 어쩌면 꿈도 없을지 모를 그 곳으로 먼저 떠나가게 해서 정말 미안해. 살아만 있었다면 형은 온 세상을 다 뛰어 다녔을 텐데, 그저 달릴 수만 있으면 다른 아무 것도 필요 없이 행복했을 텐데... 사실 나는 이기고 싶은 게 아니야.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가는 기차를 따라 달리던 형처럼, 나도 그렇게 한없이 달리고 싶은 거야. 형은 이해해 주지 않을까?


형, 내 곁에 있어 줘. 나는 형을 버리고 혼자 달려갔지만, 형은 나를 버리지 말고 끝까지 함께 달려 줘.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지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형의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알려 줘.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나보다, 아직도 어린 소년으로 머물고 있는 형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비록 못된 동생이지만, 구대우는 언제나 구대구의 형이니까, 예전처럼 "니 꺼, 대구 꺼" 라고 말하면서 내 손에 꿈을 쥐어 줘... 형, 그 곳에도 정말 꿈은 있는 거지?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