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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좋은날'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바람불어 좋은날'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유

빛무리~ 2010. 5. 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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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KBS의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세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서입니다.

드디어 아주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네요. 우선 저의 개인적인 바램을 털어놓는다면, 두 사람이 결혼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충분히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강희(김미숙)와 장민국(이현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동안 좀처럼 와닿지 않던 민국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이 가슴 속 깊이 전달되더군요.

확실히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 낯선 장소에 서 있다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는 이유도 그토록 낯선 설레임에 있지 않을까 싶군요. 


중년의 남성과 이십대의 젊은 여성이 사랑하는 이야기는 현재도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분홍립스틱'의 독고영재와 박은혜, '당돌한 여자'의 이창훈과 이유리,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황금물고기'의 박상원과 조윤희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특별히 불만을 표시하는 시청자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까지 하게 되는 사이인데도 말이지요.

그런데 이강희(김미숙)와 장민국(이현진)의 사랑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들이 꽤 많은가 보더군요. 단지 남자의 위치와 여자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20살 넘게 차이나는 아들 같은 제자와의 사랑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일일연속극에서 무리한 설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보기에 너무 거북할 것 같다”, "강희와 민국의 사랑은 있을 수 없는 일", “다수의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여선생님과 남제자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면 욕을 먹을 일이며, 막장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20대의 미혼 남자가 결혼한 적 있는 40대 여자를 사랑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자쪽 어머니가 서로 사귀는 것을 허락하겠느냐 말도 안 된다." 등등...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군요. 저는 그저 웃음을 머금을 뿐입니다.


공중파의 드라마에서 거침없이 동성애를 다루는 파격의 시대에, 단지 나이차가 난다는 이유로, 남자가 아니라 여자 쪽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심하게 성토한다는 것이 저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강희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는 여인이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불륜조차 아닙니다. 자식까지 있는 중년의 싱글남성이 20대의 아가씨와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20대의 청년이 40대의 미망인과 사랑하는 것은 그토록 거북한가요? 도덕적으로도 문제될 것 없는 타인의 사랑을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바라보며 욕한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입니다.

언제부터 드라마 속의 사랑이 모두 현실적이었나요? 오히려 드라마 속의 사랑이란, 대부분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사랑입니다. 설득력이 없다는 말 또한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강희와 장민국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조금씩 서로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만나자마자 불꽃튀는 사랑도 아닌데, 이토록 충분한 에피소드와 세심한 준비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져가는 사랑이 왜 설득력이 없을까요?


그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틀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것인데, 본인의 생각은 틀 속에 갇혀 있으니 타인의 모습이 그 틀에서 벗어나게 되면 당연히 불만스럽겠지요.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세밀하고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기 안의 틀을 깨면 그때서야 비로소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말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사랑의 종착역을 무조건 결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거부감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나이차보다도, 그리고 사제지간이라는 것보다도 더욱 걸림돌이 되는 문제는, 민국의 어머니(윤미라)와 이강희가 서로 자매처럼 지내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언니라고 부르던 사람을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지요. 이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거북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않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불과 서너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해도 별 문제는 없지만 말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탤런트 이한위는 20년 연하의 아내와 결혼하여 장모님과는 불과 3살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나이로만 따진다면 장모님과 커플을 이루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겠네요.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사람의 감정이란 반드시 그런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 부부의 사랑이 지탄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쉽지 않았을 사랑에 안스러운 마음과 격려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타인의 사랑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릅니다. 그래서라도 저는 더욱 더 이강희와 장민국의 사랑이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아름다운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하고 자유로운 것인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괴로워하고 눈물 콧물을 빼는 구차스러운 모습은 보여 주지 말고, 그저 서로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과 부드러운 시선이 오가며, 정신적인 사랑의 진수를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67회의 엔딩을 보니, 민국이는 그 어머니의 친아들이 아닌 모양이더군요. 이런 출생의 비밀이라니 참 식상하지만, 어쨌든 이제 그는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은 것 같은 공허감에 휩싸이며, 이강희에게서 위로를 얻고자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다 보니, 민국이가 그녀에게서 어느 정도의 모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군요. 일종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작용하며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게 될 것 같은데...

'추노'의 대길(장혁)이가 그랬던 것처럼, '개인의 취향'의 박개인(손예진)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욕심도 없이, 그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충분한, 그렇게 높은 수준의 사랑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민국이라면 충분히 그런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보니 민국이는 정말 속 깊고 진실하고 괜찮은 녀석이더라구요.


세상 사람들의 공평하지 못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저는 그들의 사랑이 중간에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중간에 이강희가 병들어서 죽거나 하지 말고, 그래서 민국이는 나이가 비슷한 솔지와 커플이 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꼭 어디서 본 듯하게 식상한 설정으로 끌고 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이지만, 그래도 굳건히 지켜나가는 민국이의 씩씩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반드시 남들 눈에 보기 좋게, 남들의 비위를 맞춰 가면서,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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