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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팔봉 선생이 돌파구를 마련해 줄까? 본문

드라마를 보다

'나는 전설이다' 팔봉 선생이 돌파구를 마련해 줄까?

빛무리~ 2010. 8. 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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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드라마 복귀와 만만치 않은 명품 조연들의 대거 출연으로 초반부터 관심을 갖고 시청하던 '나는 전설이다'가 예상보다 너무 안일한 전개로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안정된 연기력과 분위기 있는 비주얼은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기본 스토리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받쳐 주지 않는 드라마를 연기자들의 활약만으로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현재 '전설이다'의 스토리는 얼핏 보기에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적어도 생뚱맞지는 않을 만큼, 각자 끌어다 붙인 이유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필연성을 확보하기에는 그 이유들이라는 것이 너무 대수롭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에, 얼개가 탄탄하게 짜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시청한 후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과자를 먹다가 빼앗긴 것처럼 아주 작은 사건 하나로도 큰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물론 현실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에서 갈등의 발생 원인을 설정할 때는 보다 강렬한 것이 필요합니다. 싸울 때에는 꼭 그럴만해서 싸운다는 느낌을 주고, 사랑할 때에도 꼭 그럴만해서 사랑한다는 느낌을 시청자로 하여금 받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전에 어느 사이엔가 장태현(이준혁)은 전설희(김정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며, 전설희는 남편 차지욱(김승수)과 철천지 원수가 되어 싸우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이혼 소송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그렇게 끌고 갔다는 것은 알겠는데, 전설희의 선택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족들 앞에서 이혼을 선언한 후, 설희는 자기 뜻대로 여동생 재희에게 골수를 이식해 주었습니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해결된 셈이었습니다. 이혼을 원치 않았던 남편과 시어머니도 억지로이긴 하지만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시집에서 그렇게 나오면 이혼 결심을 꺾을만도 한데, 전설희는 굽히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해하려면 할 수는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자기가 얼마나 짓눌려 살아왔는지를 깨달은 것이겠지요. 일단 결심하기가 어려울 뿐, 결심이 서고 나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기는 쉬운 법이니까요.

전설희의 강경한 태도에 차지욱은 결국 합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부족함 없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위자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 차지욱은 한 가지의 조건을 걸었는데, 자기의 앞날에 망신이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중 앞에 나서서 노래하거나 그러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더 좋다고도 하더군요. 답답한 일상의 탈출구이며 자기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밴드 활동을 접어야 한다는 것에 설희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래도 차지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는데, 그 순간 생각지도 않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친구들과 더불어 구성한 '마돈나 밴드'가 데뷔무대를 갖기로 되어 있었던 다큐멘터리 방송이 차지욱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전설희가 막판에 마음을 바꾸고 그 밴드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것을 모르는 차지욱은, 자기의 마지막 제안조차 그녀가 거절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었던 것이지요. 마돈나 밴드의 데뷔와 더불어 오랜만에 가수 복귀 무대를 꿈꾸고 있던 오란희(고은미)는 "네 남편 때문에 방송 엎어졌다" 면서 전설희에게 마구 퍼부어 댑니다. 차지욱이 가진 자의 힘을 휘둘러 약한 사람들의 꿈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전설희는, 그의 눈앞에서 합의 이혼 서류를 갈갈이 찢어 버리고 소송을 선언합니다.

분노할만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국내 최대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 남편을 상대로 나 홀로 소송을 결심할 정도의 이유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어림없는 싸움인데, 단지 감정만으로 그렇게 덤벼들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도저히 그 답답한 집안에서 더 이상 한 가족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혼 결심을 굽히지 않은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합의 이혼을 하면 엄청난 위자료를 받을 수 있고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는데, 굳이 승산도 없는 소송을 결심하는 부분에서 저는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패소하게 되면 앞으로 살아갈 길조차 막막한 형편이면서 말이에요.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갈등의 발생 뿐만 아니라, 갈등을 풀어가는 면에서도 너무 안일한 설정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설희의 편에서 가장 든든하게 아군이 되어 주는 사람은 바로 작곡가이며 기타리스트인 장태현인데, 일시적으로 마돈나 밴드의 프로듀싱을 맡아주게 된 것을 계기가 되어 불과 얼마 전에 전설희와 안면을 텄습니다. 설희는 여고시절부터 태현의 팬이었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어쨌든 초면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까칠한 시크남이던 장태현은 어느 사이엔가 별 이유도 없이 전설희에게 홀딱 반해 버렸습니다.

굳이 이유를 갖다 붙인다면 한참 티격태격하다가 미운정이 들었다고 볼 수도 있고, 언젠가 둘이 술 마시다가 먼저 취해버린 자기를 낑낑대면서 집까지 데려다 주었던 그녀의 의리에 감동했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뭐 그 정도를 가지고 사랑하게 될까요? 이해하려고 해 본다면, 원래 장태현은 겉으로만 까칠할 뿐 속은 여리고 감동을 잘 받는 스타일이며, 솔직 털털하고 예쁘장한 젊은 아줌마가 이상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이렇게 연결시킨다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드라마상으로 표현이 부족했던 탓에 좀처럼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도 없었고, 아주 인상적인 대사도 없었습니다. 그냥 어느 새 보니까 태현이 설희에게 완전 몰입하고 있더군요. 어디까지나 제가 보기에 그랬다는 말입니다.


하여튼 이혼을 결심할 무렵에 우연처럼 알게 된 남자, 장태현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전설희의 앞에 놓인 커다란 문제점들은 그냥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할 기미를 보입니다. 그는 차지욱의 연인인 오승혜의 전남편이기도 합니다. 전설희와 차지욱의 이혼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가 바로 오승혜지요. 이혼 소송에서는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전적을 자랑합니다. 그런 오승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녀의 전남편인 장태현이겠지요.

드라마 홈페이지에 방송 전부터 이미 나와 있는 스포일러를 한 줄만 언급한다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설희의 이번 소송이 오승혜에게 최초로 패배의 경험을 안겨 줄 것입니다. 저는 사실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막무가내 빈 손으로 혼자 소송을 준비한 전설희가 어떻게 차지욱과 오승혜를 이길 수 있게 될는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의 추세로 보아서는 전설희의 능력이 아니라 장태현의 도움으로 승리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실망도 이런 실망이 없습니다. 결국 전설희는 일만 저질러 놓고 뒷수습은 남자에게 맡기는 민폐녀 캐릭터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는 거예요.


태현은 동네에서 조그만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고진배 변호사(장항선)를 설희에게 소개시켜 줍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 할아버지의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이에요. 겉으로는 돈을 밝히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욕심 없는, 기품있고 선량한 법조인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오랜 경륜 만큼이나 능력도 갖추었을 것은 당연합니다. 차지욱과 오승혜처럼 화려한 껍데기를 자랑하는 적들에게는, 알찬 내실을 갖춘 고진배와 같은 인물이 천적이지요.

장태현이 음악에 종사하면서 이런 법조계의 인물까지 알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고진배 변호사 역시 음악에 무척 관심이 많은 듯, 유명한 기타를 다루는 악기점에서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이 보이더군요. 어쨌든 장태현이라는 남자의 인맥과 능력은 참 대단합니다.


이렇게 전설희는 팔봉 선생의 막강 지원을 거저 얻게 되었는데, 금상첨화로 그녀에게 다가서는 수상한 남자가 또 있습니다. 풍기는 느낌은 연쇄살인범 비슷했는데('악마를 보았다'의 영향인 듯, 이제 별 사람이 다 이상하게 보인다는..;;), 알고 보니 차지욱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로서 전설희의 소송을 돕고자 일부러 찾아온 조력자였어요. 예고편을 보니 차지욱과 오승혜의 불륜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듯 하더군요. 이렇게 되면 전설희는 가만히 앉아서 저절로 굴러 들어온 떡을 받아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녀 본인도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실제적으로 그것은 별 의미가 없었어요.

김정은의 캐릭터 전설희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탓일까요? 아무런 대책없이 입으로만 과격하게 큰소리를 탕탕 치고, 혼자 힘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해결 못 하는... 저절로 얻어진 사랑과 거저 굴러 들어온 행운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나가는 그녀에게 실망한 나머지 차츰 관심이 멀어지려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전설희에게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보여요.


그래도 팔봉 선생 때문에 조금은 더 지켜 볼 생각입니다. 요즘 원로배우 장항선씨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네요.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여전히 주인공들의 멘토로 건재하시고, 얼마 전에는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가짜 예언을 하는 스님으로 깜짝 출연을 하시더니, 이번에는 경험 많은 노변호사로 나타나셨군요. 그래도 출연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포스와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시니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분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는 순간, 허술한 스토리로 인한 지루함이 절반은 달아나 버리더군요. 고진배 변호사의 활약이 충분히 재미있다면, 이 드라마에서 떠나려던 제 마음이 다시 눌러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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