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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넘버원' 최민수, 지휘관의 좋은 예를 보여주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로드넘버원' 최민수, 지휘관의 좋은 예를 보여주다

빛무리~ 2010. 6. 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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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넘버원'이라는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제나 거칠고 야성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최민수가 자상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것과, 오히려 부드럽고 섬세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손창민이 냉혈한 전쟁광을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시 베테랑 연기자들이어선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원래 입던 자기 옷처럼 지금의 배역이 잘 어울리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민수의 변신이 단연 돋보입니다. 연기자의 호감과 비호감을 좌우하는 요소는 일단 연기력이라 하겠지만, 아무래도 악역보다는 선역이 훨씬 강한 호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음은 당연지사인가 봅니다.


남성적이고 터프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중년 남자 윤삼수(최민수)가, 그 삼엄한 포화 속에서도 부하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적 감정까지 배려하면서 따뜻하게 격려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총을 움켜잡고서도 두려움을 억누르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한 어린 병사에게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자" 라며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갈 때는 그 말 한 마디의 고마움에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랐습니다.

북한군의 탱크가 밀려오며 모든 지휘관이 피난민들을 버려두고 퇴각하여 강을 건널 때, 자신의 중대와 더불어 끝까지 남아서 주민들을 지켜내는 2중대장 윤삼수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대민 봉사를 나온 것이 아니다. 꼬부랑 할머니에 젖먹이까지 끌고 내려갈 수는 없다." 라는 다른 지휘관의 말 또한, 비정하기는 하지만 전시 상황임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지휘관들이 항상 대면하게 되는 딜레마 중 하나겠지요.


심지어 '삼국지'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유비가 조조의 군대에 쫓겨 피난을 갈 때, 그의 인품을 존경하여 많은 백성들이 그 뒤를 따랐는데 그 중에는 어린아이와 여자와 노인들도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제갈량이 "저 백성들을 모두 데리고 가다가는 결코 조조의 군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니 버려두고 말을 달려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라고 아뢰었으나, 유비는 "나를 믿고 따라 온 백성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하며 백성들과 함께 한없이 느린 걸음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읽은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유비의 군대와 백성들이 그 위기상황을 어떻게 벗어났는지는 기억할 수 없으나, 유비와 제갈량의 대화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국 "섣부른 동정심보다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대대장의 퇴각 명령이 떨어졌으나 윤삼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간인들만 최후방에 남겨 둘 수는 없으니 자기의 2중대가 남아서 그들을 지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극소수의 인원이 남아서 탱크에 맞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이 뻔한 상황이었으나, 그의 가슴에 가득한 휴머니즘은 이미 두려움 따위를 녹여버린지 오래였습니다.


포화 속에서도 사람의 내면을 헤아리는 그의 배려심은 단지 민간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부하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삼수의 결정으로 인해 최후방에 남게 된 2중대의 대원들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윤삼수는 말했습니다. "너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가고 싶은 사람은 가라. 잡지 않겠다." 이것은 홀로 탱크에 맞서다가 산화해도 좋다는 그의 결심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은 당연히 윤삼수의 결정에 따라 남을 것을 자원합니다. 둘 다 그 선택의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 김수연(김하늘)이었습니다. 신태호(윤계상)는 자기가 약혼녀 김수연에게 군사 기밀을 발설함으로써 자기의 부하들이 죽어가고 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책임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더불어 진심으로 사랑하던 김수연이 자기를 이용하고 배신했다는 오해 때문에, 신태호는 이미 죽음보다 더한 괴로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부하들에게 속죄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그 마음속의 고통이 신태호로 하여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장우(소지섭)는 김수연을 지키기 위해서 남기로 선택합니다. 그의 생각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탱크를 막아야 사람들이 강을 건널 수 있고, 그래야 수연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탱크를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 자기가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는 이장우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편단심 이장우만을 사랑하는 수연의 마음 또한 예전과 다를 바 없군요.

신태호가 김수연을 붙잡아다가 윤삼수 앞에 세우고 "이적행위를 한 남로당원이니 즉결처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녀를 오해한 탓도 있지만, 수연의 마음이 자기에게서 완전히 떠나갔음을 확인함으로 인한 분노에서 일부 비롯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이 순간에도 처벌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윤삼수의 선택은 빛을 발했습니다. 의사인 수연에게 부상당한 병사들의 치료를 부탁한 것입니다. 불복하는 신태호를 향해 "지금 네가 보는 앞에서 이 여자를 총살시켜 버릴까? 아니면, 저기 죽어가는 내 부하들부터 살릴까?" 하고 일갈하던 그의 나직한 목소리는 처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왠지 저런 사람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심지어는 죽어도 크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렇게 윤삼수는 포화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인간의 영혼이 어디까지 숭고하게 타오를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연기자 최민수는 '지휘관의 좋은 예'이며,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라 할 수 있는 윤삼수의 캐릭터를 남김없이 소화하여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했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극치를 보여주는 윤삼수에게서 최민수의 과거 이미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래시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고현정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고 "이렇게 하면 너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는 내 여자니까!" 라고 외치던 청년도 멋있기는 했지만, 제2중대장 윤삼수를 연기하고 있는 '아저씨'가 솔직히 훨씬 더 멋있었습니다.


윤삼수는 포화 속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전투에서 산화하지 않고 살아 남아서 오래오래 무병장수했다면 그것도 좋았겠지만, 최후의 한 방울까지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이루어낸 전쟁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장렬하게 전사했기에 그분의 일생은 더욱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드라마 속 영웅이야 가장 드라마틱하게 영웅다운 최후를 맞이해야겠지요.

'아름다운 영혼' 윤삼수 중대장을 끝까지 볼 수 없음에 벌써부터 안타까움이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생사고락을 함께 한 부하들의 마음속에, 더불어 그가 목숨을 바쳐 지켜낸 민간인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우리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찬란한 여운을 남기고 떠나갈 윤삼수의 최후를 연기자 최민수가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또 하나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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