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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시청자의 극한 몰입을 유도하는 드라마다. 전작인 '나인'과 '더블유' 등에서도 언제나 참신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설정을 시도해 온 송재정 작가였지만, 이번에 더욱 몰입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이 작품의 소재가 '게임'이라서가 아닐까?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손으로 조종하는 주인공(플레이어) 캐릭터에 점점 더 몰입하면서, 그 캐릭터가 상처를 입으면 마치 자신에게 상처가 난 것처럼 움찔하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현왕후의 남자'라든가 '나인'의 소재인 시간 여행은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블유'의 소재인 웹툰은 그저 눈으로 보고 읽는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알함브라'의 소재인 게임은..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된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막판에 허무하게 김이 새는 바람에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위탄'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탄생 콘서트'는 그 동안의 즐거움을 생생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만 그 속에서 유난히 외로워 보이던 2등 이태권의 모습이 마음을 좀 편치 않게 하는군요. Opening - Over the rainbow 김정인 독창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맑고 순수한 정인이의 목소리... 그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는지 전보다 더욱 청아해지고... 창법도 더욱 세련되고... 이 아이의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참 궁금하다. 김태원 기타 독주..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궁금증과 열기가 더해가야 하는데, 솔직히 요즘 '위대한 탄생'에 관심이 급저하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가수다' 열풍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 분기점을 생각해 보니 정희주가 탈락한 시점부터인 듯 싶어요. 그 이후로는 차례차례 탈락할 사람이 훤히 눈에 보이고, 누가 우승할 것인지조차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었거든요. 변수의 가능성이 0.1%나 될까말까 싶은 상황에서 별다른 궁금증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것은 참으로 김빠지는 일입니다. '나가수' 때문에 그새 듣는 귀가 까다로워졌는지 참가자들의 무대도 예전처럼 매혹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하지만 그래도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건, 일종의 관성(?) 또는 의리 때문이라고나 하겠습니다. 예상대로 결승전은 ..
누군가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5번째 무대에서 제가 느낀 뚜렷한 문제점은, 참가자 5명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밴드 반주에 맥을 못 추고 묻혀 버린 것입니다. 오직 이태권의 '슬픈 그림같은 사랑'만이 밴드의 막강 파워에 반항이라도 해보려는 듯 선전했지만, 역시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일 뿐 밴드를 제압하여 이끌고 가지는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백청강은 멘토 김윤아가 지적한 대로 지난 주에 이어서 좀 기운이 없는 듯했고, 스승 김태원마저도 그가 약간 지쳐 보인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꿈을 향해 날마다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기운이 펄펄 솟아도 모자랄 법한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혹시 일시적인 음향 시스템의 문제였을까요? 지난 주에도 조용필 노래부르기 미션 때문에 '위대한 탄생' 밴드가..
'위대한 탄생' 네번째 생방송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손진영과 정희주와 데이비드오가 나란히 손잡고 서서 운명의 시간을 기다릴 때, 당연히 정희주는 합격일테니 나머지 두 사람 중에서 탈락자가 나올 거라고 저는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혜진 아나운서의 입에서 불려진 뜻밖에도 이름은 정희주였습니다. 노래는 거의 제일 잘했는데 말이지요. 저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 좋은 노래인 줄을 정희주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평점은 가장 높았는데도 시청자들의 문자투표 성적이 저조하여 탈락했다는군요. 지금까지의 모든 탈락자들 중에서 가장 억울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 동안 정희주를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라고 늘 여겨 왔으며 최소한 TOP3..
지난 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컨셉으로 최악의 무대를 선보였던 데이비드오가, 이번 주에는 모처럼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양면성을 가질 때 매력적이라고 방시혁은 꿋꿋이 주장하지만, 저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색채의 예술만 고집한다 해도 나쁠 건 없어요. 어쨌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야누스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은데, 무리한 변신을 위해서 자기 내면에 없는 것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봤자 될 턱이 없습니다. 아기천사에게 악마의 옷을 입혀놓았던 지난 주의 '비트잇'은 정말 아니올시다였죠. 하지만 이번 주에 데이비드오가 직접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편곡하여 재해석한 '넘버원'은 아주..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2번째 무대는 팝송 경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승훈의 제자 조형우, 그리고 김윤아의 제자 백새은이 탈락했는데, 저의 예상과는 좀 다른 결과였습니다. 무대공포증을 극복한 백새은의 무대는 별로 흠잡을 곳 없이 무난했고, 조형우는 이번 주에도 자기 스타일에 썩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선보였지만 데이비드오의 초절정 어색함에 비하면 아주 괜찮은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이 두 사람이 탈락했군요. 백새은은 아무 여한이 없다는 듯 밝게 웃고 있어서 보는 마음도 편했는데, 조형우는 너무나 애처로울 만큼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 눈물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멘토들의 무리한 변신 요구에 따르느라 자기가 원래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도 포..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무대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껏 질기게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온 12명의 참가자 중, 생방송 첫 무대에서 2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탁월한 리듬감을 자랑하며 김건모의 '첫인상'을 무난히 소화해낸 황지환의 탈락은 매우 뜻밖이었어요. 그리고 줄곧 논란의 아이콘이었던 권리세 또한, 이제껏 보여준 무대 중 가장 예쁜 모습으로 김윤아의 '헤이헤이헤이'를 꽤 멋지게 감당해 내기에, 어쩌면 첫 관문은 통과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역시 여기까지가 한계였군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개월간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 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12명이 모두 어찌나 예쁘고 기특한지, 그 동안 좀 마땅찮게 생각해 왔던 권리세와 노지훈..
'위대한 탄생' 17회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려서 도저히 잠을 청할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셰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던 '나비효과'가 지금도 귓가에 스며드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고 좀처럼 냉정을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군요. 가사를 또렷이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노래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초창기의 신승훈을 매우 좋아해서 그 무렵의 노래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나비효과'는 생전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검색해 보니 2008년에 발매된 음반의 수록곡이더군요. 전체 가사를 읽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아서 작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
회차를 거듭하면서 '위대한 탄생' 참가자들의 면면도 많이 정겨워지고 익숙해졌습니다. 아직은 인원이 많아서 개개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추지 못하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디션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과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캠프의 생활 자세뿐입니다. 그것만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옳지도 않기에, 지금은 되도록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소년 데이비드 오는 여러가지로 스타성을 갖춘 인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실력에 못지 않은 것이 대인관계입니다. 연습에 여념없는 팀원들에게 일일이 음료수를 배달하듯 나누어 주며 "제가 목이 마르니까, 다른 분들도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는 오세훈의 해맑은 미소는 매우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