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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셰인의 결승 진출을 기원하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셰인의 결승 진출을 기원하는 이유

빛무리~ 2011. 5. 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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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5번째 무대에서 제가 느낀 뚜렷한 문제점은, 참가자 5명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밴드 반주에 맥을 못 추고 묻혀 버린 것입니다. 오직 이태권의 '슬픈 그림같은 사랑'만이 밴드의 막강 파워에 반항이라도 해보려는 듯 선전했지만, 역시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일 뿐 밴드를 제압하여 이끌고 가지는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백청강은 멘토 김윤아가 지적한 대로 지난 주에 이어서 좀 기운이 없는 듯했고, 스승 김태원마저도 그가 약간 지쳐 보인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꿈을 향해 날마다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기운이 펄펄 솟아도 모자랄 법한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혹시 일시적인 음향 시스템의 문제였을까요? 지난 주에도 조용필 노래부르기 미션 때문에 '위대한 탄생' 밴드가 와서 반주를 했지만 참가자들의 성량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하다고는 못 느꼈거든요. 하여튼 이번에 제가 절실히 깨달은 두 가지는, 기존 '밴드의 보컬'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두 제 실력을 발휘 못하더군요.


하여튼 방시혁의 제자 데이비드오가 탈락함으로써 이제 남아있는 4명 중 김태원의 외인구단만 3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요? 저도 초창기에는 그 누구 못지않게 외인구단을 열렬히 응원했고, '부활' 콘서트에서 슬픈 엔딩을 감당해 내는 손진영, 양정모의 무대를 보며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패자부활전에서는 시청자 투표도 없었는데, 심사위원들의 점수만으로 손진영이 1위를 차지하여 부활하는 기적을 보며 최고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생방송에 접어들어서도 그들이 탈락하지 않고 전원 통과하는 것을 보며 2번째까지는 진심으로 환호성을 올렸더랬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5번이나 반복된 지금은 그리 기쁘지가 않군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이태권과 백청강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며, 손진영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크게 뒤처지지 않으니 "실력도 없으면서 올라왔다"는 말은 그들 중 누구에게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뭔가 허전하고 서운합니다. 정희주를 비롯해 정말 안타깝게 탈락했던 두세 명의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원래 외인구단은 약자의 이미지였습니다. 이태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탈락의 위기에서 김태원이 구해 준 사람들이었지요. 심지어 현재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받는 백청강도 그 때는 모든 멘토들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했었습니다. 이미 3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던 김태원이 안타까운 듯 주변을 살피다가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는, 결단을 내려 백청강을 마지막 제자로 삼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김태원의 등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던 외인구단들.

등을 토닥여 격려해 주고 싶던 그 불쌍한 외인구단이 이제는 상위 1%의 최고 집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위탄'의 예선 참가자들까지 합치면 상위 0.001%라고 해도 괜찮겠군요. 꼭대기의 그 높고도 좁은 곳에 한 스승의 제자들이 세 명씩이나 똘똘 뭉쳐 있으니, 뭔가 권력의 향기마저 솔솔 풍겨옵니다. 그 권력은 바로 김태원과 외인구단을 향한 절대 다수 시청자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뜻합니다.

그것이 결코 부당한 권력은 아닙니다. 그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정당히 얻어낸 권력이며, 좋은 스승을 만난 행운 또한 그들의 것이었으니 무엇을 탓하겠습니까? 음악과 더불어 예능까지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은 5명의 멘토들 중 유일하게 김태원만 갖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끄럼 없는 정당한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약자에서 강자가 되어버린 외인구단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왠지 좀 그렇습니다. 더 이상 내가 토닥여 주고 응원해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아마도 그게 허전하고 서운한가 봅니다.


이제 외인구단 틈새에 하얀 얼굴의 자그마한 소년이 혼자 외롭게 끼어 있습니다. 그의 팬들이 들고 다니는 플래카드에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라고 쓰여 있지만, 우리는 모두 그가 캐나다에서 온 19세의 셰인 요르크라는 것을 압니다. 그는 생존자들 중 가장 어리고, 유일한 외국인이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이 친구는 경쟁자들에 비해 극복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이역만리로 떠나와 있는 외로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어려움, 많이 적응했다 해도 여전히 낯선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언어의 문제 등입니다. 미션곡들이 거의 한국인의 애창곡이니 다른 친구들은 죽어라 노래 연습만 하면 되는데, 셰인은 매번 처음 듣는 노래의 생소한 멜로디를 익혀야 하고, 한국어 가사를 발음기호로 변경시켜 외우는 방대한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음악에 관련된 지적 능력과 풍부한 감수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듯 싶으나, 그에 비해 성량이 부족하고 가창력도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셰인의 무엇보다 커다란 강점은 그만이 갖고 있는 신비한 매력입니다. 신승훈 멘토스쿨의 특별 심사위원 휘성이 "이렇게 음을 많이 틀리는 사람의 노래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었죠. 그만큼 셰인의 목소리는 전문가들의 마음마저 현혹시킬 정도로 막강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녀린 체격, 우수어린 눈동자, 긴 머리카락, 신들린 듯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 등의 모든 것이 신비하고 경이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참 묘한 분위기를 지닌 녀석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멘토스쿨 파이널 미션을 마치고 "김연우,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셰인이 일부러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지 않았다면, 김연우가 신승훈을 돕기 위해 멘토스쿨의 보컬 트레이너를 맡아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뻔 했어요. 특별 심사위원 자리에도 분명히 앉아 있었건만, 대체 왜 그랬는지 김연우의 부분은 모두 편집되어서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연습을 도와 준 김연우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표현한 셰인의 섬세함으로 인해,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는 김연우의 얼굴이 잠깐 화면에 비쳤습니다.

그토록 어렵게 가사를 외웠어도 지금까지는 실수 한 번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부르면서 처음으로 가사를 놓쳤군요. 자기만의 감성으로 예상보다 트로트를 멋지게 소화하는 것을 보며 감탄하던 중, 하필 마지막 두 소절을 남기고 헤매는 것을 보며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중간쯤에서 틀리면 헤매다가도 되돌아올 여유가 있지만, 끝에서 틀리면 당황해서 노래의 마무리를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셰인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비록 틀린 가사라도 노래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가다가, 마지막 소절에서는 올바른 가사를 기억해내어 무사히 마치는 모습을 보니, 그 연약한 외모 안에 의외로 두둑한 배포와 강단이 있음을 알겠더군요. 하긴 어지간한 깡다구(?)가 아니고서야 그 어린 나이에 혼자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겠지요..^^


여러가지로 안스럽고 기특하고 예쁜 셰인... 저는 아무쪼록 그가 결승까지 진출하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우승의 자리는 백청강이나 이태권 둘 중 한 명에게로 돌아갈 거라고 거의 확신하지만, 그래도 셰인의 감미로운 무대를 끝까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2명이든 3명이든, 줄줄이 외인구단끼리만 서 있는 것보다는 좀 다른 색깔의, 다른 라인의 참가자도 끝까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혼자 남았으니 이 녀석의 가냘픈 어깨가 무거워졌군요. 셰인,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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