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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기적은 외인구단에서 시작된다

빛무리~ 2011. 4.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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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무대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껏 질기게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온 12명의 참가자 중, 생방송 첫 무대에서 2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습니다. 탁월한 리듬감을 자랑하며 김건모의 '첫인상'을 무난히 소화해낸 황지환의 탈락은 매우 뜻밖이었어요. 그리고 줄곧 논란의 아이콘이었던 권리세 또한, 이제껏 보여준 무대 중 가장 예쁜 모습으로 김윤아의 '헤이헤이헤이'를 꽤 멋지게 감당해 내기에, 어쩌면 첫 관문은 통과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역시 여기까지가 한계였군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개월간 그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 새 정이 들었나 봅니다. 12명이 모두 어찌나 예쁘고 기특한지, 그 동안 좀 마땅찮게 생각해 왔던 권리세와 노지훈마저도 오늘은 전혀 거슬리지 않더군요. 어차피 이제 멘토가 구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매주마다 시청자 투표 결과에 따라 속절없이 두 명씩 떨어져 나갈 것을 생각하니, 혼신의 힘을 짜내어 노래하는 모습들이 그저 안스럽고 애잔할 뿐이었습니다. 황지환과 권리세도 앞으로 용기 잃지 말고 노력을 계속해서 꿈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선   곡             방시혁    이은미    신승훈    김태원    김윤아     합 계      
 1.  황지환    첫인상                    8.7         8.9           ★          8.5         9.0         35.1      
 2.  권리세    헤이헤이헤이          9.2          ★           8.8         8.9         8.5         35.4      
 3.  이태권    오늘같은 밤이면      8.9         9.0          9.0          ★          8.9         35.8      
 4.  오세훈    내게 남은 사랑을      ★         8.7           8.8         8.9         9.0         35.4      
 5.  정희주    하나의 사랑            8.6         8.6           9.0         9.5          ★         35.7      
 6.  조형우    아름다운 구속         8.6         8.9            ★         9.0         8.5         35.0      
 7.  손진영    이 밤이 지나면        8.6         8.0           8.3         ★          8.5         33.4      
 8.  김혜리    너에게로 또다시      9.0          ★           8.8         9.6         8.9         36.3      
 9.  셰   인    왜 그래                   8.8         8.6            ★         9.0         8.7         35.1      
10. 노지훈    이브의 경고             ★          9.2           8.9         8.9         8.6         35.6      
11. 백청강    슬픈 인연                8.9         8.9           9.0          ★         9.4         36.2      
12. 백새은    나는 나                   8.5         8.7           8.7         8.9         ★          34.8     


하고픈 말은 가슴속에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아쉽게도 모두 생략하고 7번 손진영의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특유의 비장미를 벗고 앞으로는 이렇게 밝은 빛깔의 음악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멘토 김태원은 생방송 첫 무대에서 부를 노래로 손진영에게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을 선곡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임재범의 노래는 대부분 듣는 사람은 황홀하지만 부르는 사람은 힘들어 죽는 특징을 갖고 있지요. '이 밤이 지나면'도 예외는 아닌데 굳이 그렇게 난이도 높은 선곡을 해준 것은, 놀랍도록 향상된 손진영의 실력에 대한 김태원의 믿음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과연 손진영은 여유롭게 온 몸으로 리듬까지 타면서 그 어려운 노래를 썩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고음 부분에서 한 번 정도 벅찬 느낌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크게 흠잡을 곳 없는 멋진 무대였습니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예전의 손진영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객석의 반응도 굉장히 열광적이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에게 주어진 심사위원 점수였습니다. 위의 도표에서 합계 점수를 보시면, 다른 참가자들의 점수는 거의 비슷비슷한데 비해, 손진영의 점수만 현저히 낮지요. 굳이 계산까지 할 필요도 없이, 방송을 보는 즉시 느낄 수 있을 만큼 차이는 확연했습니다.


그 때까지 마냥 즐겁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손진영의 점수를 보는 순간 약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물론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래도 저렇게 확 낮은 점수를 받을 만큼의 무대는 결코 아니라고 느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오의 노래를 듣고 아무 감동을 받지 못해서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그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하고 시원스런 가창력이 돋보였던 손진영의 무대가 훨씬 낮은 점수를 받으니 수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이은미가 준 최하 점수 8.0에는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이은미의 제자 김혜리였는데 특유의 애절한 보이스로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불렀습니다. 그녀의 음색에 아주 잘 맞는 선곡이었고, 무리없이 잘 소화해 냈지요. 칭찬할만한 무대였던 것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태원이 "지금까지 1급수를 속으로 인정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1급수를 만난 것 같다" 는 심사평과 함께 무려 이번 생방송의 최고 점수인 9.6을 주더군요. 바로 좀전에 이은미는 자기의 애제자에게 8.0을 주었는데 말이죠..;; 김태원이 얼핏 보면 감정에 휘둘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사심없고 공정한 채점을 하는 멘토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8번 김혜리의 순서가 끝나고 9번 셰인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투표 중간 집계가 발표되었습니다. MC 박혜진의 목소리로 발표된 중간 순위 1위는 정희주였지요. 멘토 김윤아가 기뻐하며 박수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1위의 사진이 손진영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순간 제 눈에 착시현상이 일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나중에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순위 변동이 일어나서 화면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결국 시청자가 뽑은 중간 순위 1등은 손진영이었던 셈이지요. 심사위원 점수는 꼴찌였는데, 시청자 투표 순위는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위대한 탄생'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최다 추천 댓글에 이런 내용이 올라왔더군요. "손진영 점수 보고 열받아서 바로 문자투표 한 사람, 추천!" (약간의 언어순화 작업을 거침..;;) 그 댓글에 추천한 사람만도 대략 500명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손진영의 점수를 보고 살짝 기분 나빠진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나봐요. 이렇게 해서 손진영은 시청자의 힘으로 너끈히 하위권을 탈출하고 또 살아남았습니다. 과연 그는 스승 김태원이 불러 준 대로 명실상부한 '미라클 맨'이로군요. 하지만 '기적의 사나이'는 손진영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김태원의 외인구단에는 요즘 세상에 그 흔한 꽃미남 한 명 없습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험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젊은이들이 모였지요. (백청강은 좀 느낌이 다르지만 그 역시 특별한 미남은 아니죠^^) 모두 가창력은 뛰어나지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였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최고의 꽃미녀 권리세가 탈락하고, 귀여운 미소년 황지환도 탈락하는 이 자리에서, 이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최고의 득표율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태권도 초반에 득표 순위 1위로 발표된 적이 있었거든요.) 이것이 바로 김태원이 늘 믿고 소망하던 기적... 이라는 거겠지요?


멘토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손진영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겠지요. 기사의 댓글들 중에는 신승훈과 이은미가 김태원을 경계하느라고 외인구단 멤버들에게만 점수를 짜게 주었다는 의견도 있던데, 제가 위의 도표를 만들면서 비교해 보니 절대 그렇지는 않더군요. 이태권과 백청강은 그들로부터 꽤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까요. 전문가의 귀로 듣기에는 손진영의 노래에서 아직 덜 다듬어진 느낌이 많이 났던가봐요.

어쨌든 김태원과 외인구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결과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적이 있음을 믿지 않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기적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건이에요. 20여년 전, 청년 기타리스트 김태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록 그룹의 이름이 하필이면 '부활'이었다는 사실도, 이제 와 생각하니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정말 수많은 기적이 존재하고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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