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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김경호의 '아버지'와 셰인의 'Nothing Better'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탄' 김경호의 '아버지'와 셰인의 'Nothing Better'

빛무리~ 2011. 5. 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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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에 가까워질수록 궁금증과 열기가 더해가야 하는데, 솔직히 요즘 '위대한 탄생'에 관심이 급저하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가수다' 열풍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 분기점을 생각해 보니 정희주가 탈락한 시점부터인 듯 싶어요. 그 이후로는 차례차례 탈락할 사람이 훤히 눈에 보이고, 누가 우승할 것인지조차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었거든요. 변수의 가능성이 0.1%나 될까말까 싶은 상황에서 별다른 궁금증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것은 참으로 김빠지는 일입니다. '나가수' 때문에 그새 듣는 귀가 까다로워졌는지 참가자들의 무대도 예전처럼 매혹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하지만 그래도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건, 일종의 관성(?) 또는 의리 때문이라고나 하겠습니다.


예상대로 결승전은 김태원의 외인구단끼리 치르게 되었습니다. 가창력 면에서 백청강과 이태권보다 셰인이 뒤처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여나 셰인의 결승 진출을 바랬던 이유는, 그렇게 되어야 약간이라도 남아 있는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는데, 역시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군요. 어쨌든 여리고도 당찬 캐나다 소년 셰인 요르크는 이 머나먼 곳까지 홀로 날아와 7개월 동안의 쉽지 않은 여정을 참 기특하게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보물같은 목소리를 더욱 잘 가꾸고 다듬어 좋은 가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남자의 자격'의 배낭여행 일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멘토 김태원을 대신하여 박완규가 일일 심사위원으로 그 자리에 앉았는데, 떠오르는 독설의 아이콘이라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으나 막상 닥치고 보니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더군요. 김태원을 대신한 자리다 보니 백청강과 이태권에게는 점수도 줄 수 없었고, 유일한 '남의 제자' 셰인에게는 더욱 좋은 소리를 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하긴 이미 TOP3까지 올라온 아이들에게 독설을 퍼붓는다는 것도 분위기상 무척 이상한 일이었고요. 결국 독설의 신흥 아이콘 박완규는 거친 외모와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천사표 격려사 몇 마디만 남긴 채 물러가는 뻘쭘한 입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김태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기 제자 두 명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는 것을 보고 흐뭇함과 민망함 중 어떤 감정을 더 진하게 느꼈을지 약간은 궁금합니다.

TOP3의 경연은 영화 OST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뽑은 최고의 무대는 이태권의 'Love Potion No.9' 이었지요. 이태권의 시원한 가창력에는 진지한 발라드보다 오히려 이렇게 빠른 비트의 노래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백청강의 '인연'과 셰인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도 괜찮기는 했으나, 원곡에 비해 너무 확연한 다운그레이드 버젼이었습니다. 백청강은 김태원으로부터 이제 비음을 약간 섞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는 했으나 너무 마음놓고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오히려 예전엔 잘 몰랐는데 뺐다가 다시 넣으니까 무척 튀게 느껴져서... 제 생각엔 계속 노력해서 비음을 최대한 빼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셰인은 가사 중 '뛰어갈텐데'를 계속 '뒤어갈텐데'라고 발음했는데, 지금껏 한 번도 거슬린다고 느낀 적 없는 셰인의 한국어 발음이 왜 그런지 이번에는 거슬리더군요..;; 


경연 무대는 그저 그랬지만, 이번 주에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TOP3가 평소 꼭 함께 노래하고 싶었던 선배가수와 함께 꾸미는 듀엣 무대였지요. 세 명이 모두 어쩜 그렇게 자기와 꼭 어울리는 선배 가수를 모셔왔는지, 저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특히 이태권이 할머니뻘의 양희은을 모셔온 것이 압권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묘하게 잘 어울리더군요. 이태권은 과연 21살이 맞나 싶을 만큼 달관한 느낌으로 이 고풍스런 노래를 잘 소화해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팀의 무대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백청강은 중국 오디션에서부터 줄곧 김경호의 노래를 부르며 그를 향한 흠모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 우상과 함께 하는 꿈의 무대를 갖게 되었지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김경호의 모습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이라는 희귀병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는데, 전혀 아픈 기색 없는 모습으로 보아 많이 나아진 듯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게 예전과 똑같은, 그의 소름끼치는 가창력이었습니다. 백청강의 고음 처리도 '위탄' 참가자 중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경호와 함께 하니 좀 미안한 말이지만 비교가 많이 되더군요. 김경호의 노래를 들으며 저절로 떠오르는 무대는 바로 '나가수'였습니다. 그 최고의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전혀 손색 없을 실력이었거든요. '위탄'을 보는 내내 어딘가 채워지지 않던 허전함이, 백청강과 김경호가 함께 부르는 '아버지'를 들으며 싹 사라졌습니다. 역시 '나가수'로 인해 높아진 귀가 문제였어요. 조만간 김경호의 무대를 '나가수'에서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인이 초청한 선배 가수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경호와 양희은이 선배로서의 여유로움을 풍기며 백청강과 이태권을 반갑게 맞이해 준 것에 비해, 셰인을 맞이하는 정엽의 태도는 어딘가 좀 어색해 보였습니다. 연습을 시작할 때 정엽이 대뜸 "나하고 듀엣을 본인이 하고 싶다고 그런 거예요?" 이렇게 묻자, 셰인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네, 진짜예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처음에는 원래 성격이 좀 붙임성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둘이 함께 노래하는 'Nothing Better' 무대를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엽은 셰인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셰인의 목소리와 창법은 정말 독특합니다. 다양한 무대를 소화하기에는 성량도 많이 부족하고, 약점도 수없이 많고, 가창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니며, 그만의 매력이 언제나 먹혀드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셰인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척 예뻐하는 팬이지만, '위탄'의 생방송에서는 그의 무대에 흡족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매번 실망스러웠습니다. 신승훈 멘토스쿨에서 들려주었던 '나비효과'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생방송 무대에서는 언제나 그보다 못했거든요.

그런데 셰인 이 녀석은 어쩌다가 자신에게 꼭 들어맞는 노래를 만나기만 하면, 삽시간에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변해 버리고 맙니다. 사람을 홀리는 요정이라고나 할까요? 셰인이 '어떤 노래'를 부를 때면 갑자기 넋이 나간 듯 멍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성이 마비되어 이것저것 따질 수도 없고, 대책없이 그 아이의 목소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저는 셰인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경험을 꼭 3번 했습니다. 첫번째는 라디의 'I'm In Love'를 부를 때, 두번째는 신승훈의 '나비효과'를 부를 때, 세번째는 바로 정엽의 'Nothing Better'를 부를 때였습니다.


셰인의 마성이 적용되는 노래에 한해서는 원곡의 주인도 그의 매력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가창력과는 별개의 문제로서 그의 스승 신승훈조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나비효과'의 흡입력은 신승훈 버젼보다 셰인 버젼이 훨씬 높았거든요. 'Nothing Better'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히 원곡의 주인인 정엽이 바로 옆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는데도, 훨씬 더 빛나는 것은 셰인이었습니다. 특히 "Nothing Better~" 하는 부분에서 정엽의 매혹적인 가성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데, 어이없게도 셰인의 "Nothing Better~"에 확연히 밀리고 만 것입니다. 정엽도 이렇게 될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셰인과의 듀엣 무대를 썩 반기지 않았던 게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저와 생각이 다르신 분들께는 양해를 구합니다^^)

요약하자면, 제가 '위대한 탄생' 25회에서 거둘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수확은 김경호의 '아버지'와 셰인의 'Nothing Better'였습니다. 아무쪼록 김경호는 '나가수'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셰인은 자신의 마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을 잘 선택하여 멋진 음반을 내주기를 바랍니다.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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