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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임재범, 친구가 없다던 그 말의 의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임재범, 친구가 없다던 그 말의 의미

빛무리~ 2011. 5. 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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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역시 '나는 가수다'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임재범이었습니다. 저의 감상을 말해 본다면, 윤복희의 오리지날 버젼 '여러분'이 좀 박애주의적인 느낌을 준 데 비해, 임재범에 의해 재해석된 '여러분'에서는 단 한 사람의 친구를 간절히 원하는 극도의 외로움이 더욱 깊이 전해졌습니다. 깊은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친구가 너무도 그립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나서서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준 것만큼 보답이 돌아올지 어떨지 보장은 없지만, 아무와도 마음을 나누지 않는 것보다는 받지 못하더라도 주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야수가 부르는 처절한 희망의 찬가'라고 한 자문위원 남태정 PD의 표현은 아주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야수의 이미지는 굉장히 외로운 것이지요. 예쁘고 순하고 귀여운 동물들 곁에는 친구들도 많겠지만, 무서운 야수의 곁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외로움에 지친 야수는 울부짖습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이 되어 줄게.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그런데 만약 내가 외로울 때는,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임재범은 이미 처음 등장하던 그 날 '너를 위해'를 부르면서도 차오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였습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며 우는 가수를 보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라, 중간에 심하게 목이 메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너무 몰입해서 그럴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도 운 것이 맞았습니다. 그만큼 임재범은 노래할 때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려 가사의 내용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아마도 '너를 위해'의 가사 중에는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라는 부분이 그를 울렸을 듯 싶군요. 힘든 시절에도 묵묵히 곁을 지켜 주던 아내가 병석에 누워 있는 현실이 그 가사와 겹쳐졌겠지요.

임재범이 또 다시 눈물을 흩뿌리며 창자가 끊어질 듯 열창한 '여러분'은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어찌하여 한 곡의 노래에 저토록 절실한 감정이 담길 수 있는 것이며, 어찌하여 느닷없이 내 눈에서 생각지도 않은 눈물이 따라 흐르는 것일까... 가슴은 왜 이토록 아파오는 것이며, 형체를 알 수 없는 이 그리움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당혹스러운 감정들은 청중평가단보다 오히려 대기실에 모여 마지막 순서로 나온 임재범의 노래를 듣고 있던 가수들의 표정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임재범이 퇴장할 때, BMK는 이미 중반부터 흐르던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고, 다른 가수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의 뒷모습이 사라져가는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박수를 치거나 칭찬의 말을 외치는 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넋이 나가 있었던 것이죠. 임재범이 대기실에 들어설 때에야 비로소 그들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경의의 박수로 선배를 맞이했습니다.

MC의 직분을 마치고 돌아온 이소라가 물었습니다. "임재범씨, 노래하면서 왜 우셨어요?" 그러자 임재범이 대답했습니다. "사실 제가 친구가 없어요, 한 명도... 죽마고우라고 할까... 제가 아주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아도 허허 웃어주는 그런 친구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게 그리웠나보죠, 순간... 너무 외로웠으니까, 항상 혼자였으니까..."

정말 놀랍도록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인맥이 곧 권력이고 돈이며 모든 것과 연결되는 이 세상을 살면서... 친구 많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자랑거리가 되는 이 세상을 살면서... 저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가장 깊은 슬픔이요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선선히 털어놓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는 솔직함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위해 깊은 염려를 하였습니다. 임재범의 소탈한 태도는 이미 세상의 입방아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만큼 강하고 초연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들어오면 허를 찔릴 수도 있거든요. 가장 깊은 상처는 그렇게 자신을 오픈하고 있을 때에 받게 됩니다. 그 때는 이미 방어벽을 스스로 허물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가 병석에 있다는 사실은 외부적으로 이미 드러난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의 기도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오픈해도 좋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명도 친구가 없었다는 그 내면적인 고백은 임재범 자신에게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말을 듣는 사람의 90% 이상은 무슨 뜻인지를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10% 가량의 특이한 인물들이 그것을 이해 못하고, 또는 일부러 악용하거나 조작해서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많은 종류의 인간이 있습니다.

사람이 두려워서 그렇게 오랫동안 방송 활동도 기피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칩거 생활을 했다더니만, 세상에 다시 뛰어든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지나칠 만큼 자신을 대중에게 오픈하는 모습을 보니, "아, 저 사람은 평생토록 자기 내면의 상처와 극심하게 싸우면서 지낼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성이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인데, 그는 너무나 솔직하고, 너무나 감성이 예민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성격은 필연적으로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해서 상처 받고, 예민하니까 더 깊이 받고... 뭐 그렇게 되는 거지요.

천성이 솔직한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좀 되어 보려고 노력을 거듭해도 그게 잘 안 됩니다. 거짓말은 커녕 자기 속마음을 숨기지도 못합니다. 그러니까 상처받지 않으려면 몸을 사리면서 말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임재범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거의 수다스럽다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 끼어들어서 말을 할 정도니까요. 연장자로서 후배들을 챙기느라 그러는 모양인데, 참 걱정스럽지만 말릴 수도 없으니 그냥 바라볼 수밖에요.

게다가 임재범은 강해 보이는 스타일과는 달리 무척 다감하고 섬세한 성격으로, 노래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눈물이 많고 마음이 여린 듯했습니다. 윤도현과 김연우 등의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간 평가에서는 그 동안 실력을 과소평가 받던 김연우의 노래를 극찬하여 기를 살려 주더니만, 결국 이번에 탈락하게 되자 말없이 다가가 자신의 커다란 두 손으로 후배의 얼굴을 감싸며 다정히 위로하더군요. 두 사람의 체격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줄은 몰랐는데, 마치 아빠와 아들 같았다는..;;; 어쨌든 가슴이 찡해오는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로큰롤 베이비 윤도현에 대한 임재범의 애정은 극진했습니다. 경연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본인의 컨디션 조절에만 신경쓰기도 벅찼을텐데, 임재범은 목감기로 고생하는 윤도현의 대기실을 일부러 찾아와서 여러가지 조언과 도움을 주었습니다. 향을 피우고 심호흡을 지도하여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본인이 먹으려던 한약을 준 것도 모자라 약국에서 다른 약까지 또 사다 주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보컬을 돕기 위해 밴드의 다른 팀원들이 유념해야 할 일들도 간단히 지도해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대선배다운 풍모였습니다.

임재범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윤도현은 마음과 몸이 한결 편안해졌고, 무대에 오르자 언제 아팠냐는 듯 방방 뛰면서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윤도현은 아마도 김연우와 막상막하로 탈락 1순위였을 것이 짐작되는데, 어쩌면 임재범 덕분에 '런데빌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이 생존의 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윤도현은 감사의 뜻으로 임재범을 안으며 "로큰롤 대디!" 라고 부르더군요. 두 사람의 나이차가 9살 밖에 되지 않는데 한쪽은 아빠고 한쪽은 아기라니 좀 우습지만, 임재범을 아빠라고 부르는 이유는 충분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정한 사람이 어찌 평생토록 진심을 털어놓을 친구 한 명이 없었는지 안타깝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 아주 많을 겁니다. 이것은 마치 드라마 '49일'에서 주인공 신지현(남규리)이 얻으려던 3방울의 눈물과도 같은 거예요. 신지현은 미션에 성공했지만, 혈육을 제외하고 자신을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줄만한 친구를 한 명이나마 가진 사람이 그리 흔할까요? 임재범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친구이며, 사람은 누구나 그런 친구를 소망하지만 쉽게 얻지도 못하고, 자신이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줄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임재범은 상처받을 것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제는 자기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주려고 마음먹은 듯했습니다.


"이제는 여러분께 선물을 드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참 좋습니다." 라고 그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러니 하루가 멀다하고 그를 '나가수'에서 막무가내로 하차시키려고 혈안이 된 고약한 언론의 입을 제발 좀 틀어막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전 11시경에 다음 메인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임재범의 '나가수' 하차가 확정되었으며 오늘 23일 녹화에서 고별인사를 하고 한 달 후부터는 단독 콘서트 및 전국 투어 공연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라고 하기에 너무 놀라서 공황상태였는데, 또 12시경에 올라온 최신 기사를 보니 임재범 측에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는군요. (멋대로 하차 확정 기사를 내어버린 그 신문 이름은 제가 꼭 기억해 둘 겁니다.. 빠드득;;)

모든 것은 오늘 녹화 중에 의논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는데, 저는 결코 '하차'가 아니라 '잠시 휴식' 정도로 결론이 날 것을 굳게 믿습니다. 임재범은 반드시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을 지킬 것이고, 우리 시청자와의 약속도 지켜주리라 믿으니까요.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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