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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김연우, 탈락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김연우, 탈락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

빛무리~ 2011. 5.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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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제2기가 출범한 후 첫번째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연우는 '나가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군요. 김건모의 재도전 당시에는 함께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애꿎게 그 파문에 덩달아 휩쓸려, 기껏 방송국까지 출연하러 갔건만 대기실에서 손발만 화면에 비춰주고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MC 이소라의 언급에 의하면 '두 번' 되돌아 갔었다지요) 본인의 잘못은 조금도 없이 괜히 민망하고 뻘쭘한 상황을 두 번이나 겪어야 했으니, 김연우의 '나가수' 합류는 처음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렵게 도전이 시작되었으나, 가창력 면에서는 다른 가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창법과 스타일이 '나가수' 프로그램과 잘 맞지 않는 관계로 김연우는 처음부터 탈락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역시 TV에는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던 가수로서 모처럼 야심차게, 기쁜 마음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서 얻은 기회인데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을지가 짐작이 됩니다. 초반의 김연우는 더구나 자부심이 아주 대단해 보였거든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등수는 1~2위였다고 인터뷰에서 말하던 그의 표정은 반드시 농담만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김연우가 오만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근거가 있으니까요. 동료 가수들과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모두 김연우의 '진검'을 인정합니다. '위대한 탄생'이나 '슈퍼스타K'의 어떤 독설 심사위원도 김연우의 노래에서는 티끌만한 흠조차 잡아낼 수 없을 거라고들 말합니다. 후배 김범수는 김연우를 가리켜 교과서적 창법의 1인자라고 표현하며, 교과서는 국가에서 공인한 책이듯 김연우는 그야말로 '공인된 가수'라고 했습니다. 이토록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김연우가 그에 합당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나가수' 무대에서는 한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흡입력이 있어야 고득점을 할 수 있는데, 김연우의 담백하고 정석적인 교과서 창법으로는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의 히트곡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불렀던 선호도 조사에서 6위, 김건모의 '미련'을 불렀던 1차 경연에서 또 6위를 차지했을 때, 아무리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려 해도 자존심을 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1차 경연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 다리가 풀렸다며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가슴아파했었지요.


어쩌면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2차 경연을 앞두고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대에서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심지어 데뷔 후 16년 동안 유지해 오던 자신의 고유한 창법을 버리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은 김연우를 통해 아주 새롭고도 화려하게 재탄생했습니다. 중간에 일체의 반주를 멈춘 상태에서 흘러나오던 김연우의 깨끗한 육성과 초절정 고음은, 김제동의 말처럼 인간의 몸이 가장 좋은 악기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뜻대로 고음을 낼 수가 없었다고 본인은 걱정했지만, 타인이 듣기에는 완벽했습니다.

1위를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무대였으나, 역시 '나가수'는 총성 없는 전쟁터, 가수들의 고수무림이었습니다. 감동을 넘어선 처절함으로 가슴을 찢어 놓은 임재범의 '여러분', 넘치는 에너지와 파워풀한 창법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BMK의 '아름다운 강산', 그리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며 조관우의 '늪'을 재해석한 김범수가 차례로 1,2,3위에 안착했고, 김연우는 그 뒤를 이어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1차 경연과의 합산 결과 최하점을 기록한 김연우는 가장 먼저, 최단기간에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겨우 3곡의 노래만을 부르고 떠나게 되었으니 참 안타깝고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인터뷰에서 보여 준 김연우의 소탈함은 제 가슴 속에 아주 깊이 인상적으로 새겨졌습니다. "저의 인생은 아주 평탄했어요. 음악 인생도 마찬가지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매니아층이 형성되고 제 노래를 알아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데뷔 후 5~6년이나 지나서였고... 그래서 지금 많은 분들이 보여주시는 관심과 사랑이 저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에요. 그만큼 별 굴곡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음악에 표현되는 것이, 깊이있는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게 저한테도 느껴져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게 연습해서 좀 더 다양한 음악을 계속할 겁니다. '나가수'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어요."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신의 삶이 평탄하고 별다른 굴곡이 없었기 때문에, 음악으로 표현되는 면에서 깊이가 부족함을 스스로 느낀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조건 강렬해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스타일처럼 담담하고 소프트하게 젖어드는 음악도 충분히 가치있는 좋은 예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정확히 깨닫고 있다는 점이었지요. 더구나 김연우는 속으로 깨닫는 데에 그치지 않고 대중 앞에서 쿨하게 인정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 또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문제인데 말이죠. 앞으로 더욱 연습하고 노력하여 다양한 음악을 선물해 주겠다 하니,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여러모로 억울한 상황이라 깊이 상처받았으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오히려 '나가수' 출연을 통해 너무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어리둥절하고 벅차다는 김연우의 소탈한 태도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평소 강렬하고 애절한 느낌의 음악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김연우의 음악에 보다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매니아들뿐만 아니라 새로 생겨난 팬들도 이렇게 그를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김연우는 이제 가슴 졸이는 경연에서 해방(?)되었으니 더 이상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쥐가 나서 고생할 염려없이 발을 쭉 뻗고 잘 수 있겠군요. 게다가 그가 부른 '나와 같다면'은 벌써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합니다. 이것은 대중이 그의 음악의 진정성과 가치를 100% 인정해 주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김연우는 탈락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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