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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원하는 건 예능 투입용 아나운서?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신입사원'이 원하는 건 예능 투입용 아나운서?

빛무리~ 2011. 5. 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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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우리들의 일밤 제2부-신입사원'을 보았습니다. 오직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에 대한 인터뷰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별 중요한 내용이 없을 것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귀한 가수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가수' 인터뷰가 거의 마지막 코너라서, 그냥 내친김에 '신입사원'을 끝까지 보았습니다.


'신입사원'은 분명 아나운서를 뽑는 프로그램이 아닌가요? 서바이벌의 결과는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명백히 아나운서적인 재능을 더 많이 보여준 팀이 패배하고, 오히려 개그맨 같은 끼를 보여준 팀이 승리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꾸준히 '신입사원'을 시청하지 않고 달랑 한 주 분량만 보았기 때문에 저의 판단이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을 본 시청자 입장에서도 생각이나 느낌은 분명히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 차원에서 제 의견을 서술해 보겠습니다.

먼저 발표된 이호근, 김초롱 팀의 컨셉은 단순했습니다. 가수를 꿈꾸지만 재능이 없는 이호근에게 "바로 이런 것이 가수다!"라고 가르쳐 주기 위해 김초롱이 '나가수'에 데려가 진짜 가수들을 만나보게 한 것입니다. 굳이 억지스럽게 다른 의미를 갖다 붙일 필요가 없어서 깔끔했습니다.


이호근과 김초롱 팀은 김연우, BMK, 김범수 총 3건의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가수를 꿈꾸는 이호근은 김연우와 김범수에게 간략한 노래지도(?)를 받았는데, 그 와중에 김범수는 남자인 이호근보다 여자인 김초롱에게 대놓고 관심을 보이는 예능감을 발휘했습니다. 김초롱이 노래하는 동안 춤을 추겠다며 이호근이 일어서자 "앉아!" 하면서 박명수의 버럭개그까지 선보이더군요. BMK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가수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BMK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 하지만 때로는 그 색깔을 버릴 줄도 아는 것" 이라고 대답했는데, 그것을 김초롱이 "우리 '신입사원' 지원자들도 참고하면 좋겠네요" 라는 말로 멋지게 정리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호근과 김초롱 팀의 인터뷰 영상물은 매우 깔끔하고 편안했습니다. 일종의 배심원(?) 자격으로 지켜보는 것 같던 조형기 등의 연예인들도 아마추어의 작품이 아니라 기존 방송을 보는 것 같다고 호평했지요. 또한 김초롱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인터뷰어로서의 호응도가 굉장히 좋았다는 극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로 장성규와 강지영 조의 영상물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팀은 처음부터 컨셉을 잘못 잡은 것 같더군요. 생뚱맞게도 청년 실업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자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설정했는데, 첫번째로 소개하는 직업이 리포터라는 거였습니다. 글쎄 뭐 갖다 붙이기로 말하면야 안될 것도 없지만, 너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더군요.

게다가 완성된 영상물도 무슨 학예회 발표물 같았습니다. 어쩌자고 줄기차게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장면을 영상물에 담아 보여주더군요. 게다가 거절당할 때마다 "실패했네~ 괜찮아, 이 정도는 각오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나레이션을 삽입한 것 또한 오글거리도록 유치했습니다. 그리고 강지영의 목소리와 발음이 지나치게 거세고 하이톤이라서 무척 귀에 거슬리더군요. 마치 김나영 목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뷰 자체를 거절당하거나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중단되는 등의 시련을 수차례 겪은 후, 장성규와 강지영 팀이 간신히 섭외에 성공한 가수는 유일하게 박정현이었습니다. 사비를 털어서 과일바구니와 꽃다발까지 선물한 댓가(?)였습니다. 다행히 인터뷰는 나름 재미있었고, 특히 박정현에게 이성적인 관심이 있노라고 쩌렁쩌렁 '있다' 소리친 김태현의 적극적 호응 덕분에 분위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래봐야 껍데기뿐인 열애설인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요.

한 심사위원이 장성규와 강지영 팀에게 묻더군요. "두 분이 만든 프로그램은... 무슨 프로그램입니까?" 당연히 나올만한 질문이었습니다. 장성규가 대답하더군요. "일자리 나들이를 통해서 어떤 일자리들이 있는지, 실업자들에게 구체화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이건... 정말 생뚱맞죠? 영상물의 내용과는 거의 상관없는 주제입니다. 줄기차게 인터뷰를 거절당한 것과, 박정현에 대한 김태현의 관심도를 알아본 것 외에는 아무 내용도 없는데, 무슨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구체화시켜 준다는 건지... 영상물 자체도 조악했지만 주제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제가 볼 때는 일찌감치 불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 나경은 아나운서로부터 장성규, 강지영 팀은 결정적인 질문을 받게 됩니다. "상대팀은 훨씬 더 많은 가수들과의 인터뷰에 성공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분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러자 강지영은 아주 당당한 어조로 대답했습니다. "앞선 분들이 너무 진을 빼놓으셔서 저희 인터뷰에는 응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굉장히 열받는다는 제스처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저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똑같이 출발했는데 우선 순위를 빼앗겼다는 것부터가 실력과 노력 부족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죠. 그런데 강지영은 마치 이호근과 김초롱 팀이 뭔가를 잘못해서 자기네 팀이 피해를 보았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책임 전가로서 아주 기초적인 인격수양이 되어 있지 않은 태도입니다. 이처럼 강지영의 성격은 매우 당돌하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듯했는데, 뉴스를 진행하면서 차분함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아나운서로서는 치명적 결함이라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강지영은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도중에 계속 손을 쳐들면서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하고 나서더군요. 꼭 필요한 경우에 한두 번 정도라면 모를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순간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서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파트너 장성규가 심사위원들에게 몰리는 듯하니 대신 변호해 주느라고 그런다는 점에서 팀웍은 좋아 보였지만요. 심사위원들은 장성규와 강지영에게서 장소팔 고춘자의 느낌이 난다면서 신나게 웃더군요. 아나운서 지원자들에게서 그렇게까지 코믹한 느낌이 난다는 게, 좋은 걸까요?

한 심사위원이 김초롱에게 상대팀의 작품을 평가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김초롱은 차분한 어조로 "박정현씨를 인터뷰하시는데 그 내용이 남녀간의 스캔들에만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거야 백번 맞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강지영은 빠직~ 소리가 날 듯한 눈빛으로 김초롱을 노려보더니, 또 손을 번쩍 쳐들면서 외쳤습니다. "저희도 평가해도 되나요?" 허걱... 저는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당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무척 황당하더군요. 김초롱도 당황했는지 "무섭네요~" 라고 말하자 강지영은 "아니에요. 저 나쁜 말 안 해요... 두 분은 그냥 가수하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이호근과 김초롱이 가수들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컨셉으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꼬집은 모양인데, 그 말투와 내용이 어찌나 감정적인지 김초롱의 객관적이고 차분한 평가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습니다. "저 나쁜 말 안 해요" 하고 웃으면서 "너희는 가수나 해라"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격인데... 제가 보기에 강지영의 말솜씨는 아나운서보다 개그우먼을 하는 편이 좋을 듯 싶더군요. 이영자나 이경실 류의 공격적인 개그를 구사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니까 서로를 견제하는 것도 당연하고 어느 정도는 공격적인 언어도 구사할 수밖에 없겠으나, 상대적으로 적절한 예능감도 살리면서 동시에 아나운서적인 기품도 드러낸 이호근과 김초롱에 비해, 장성규와 강지영은 전형적인 리포터와 개그우먼의 모습이라 아나운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심사위원이었다면 80:20 정도의 압도적 편차로 이호근과 김초롱 팀을 합격시켰을 거예요.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장성규와 강지영 팀이 합격했고, 이호근과 김초롱 팀은 재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보다는 심사위원들이 전문가니까 알아서들 잘 하셨겠지요. 그러나 비공개 오디션도 아니고 전국에 방송이 나가는 공개 오디션이라면,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호근과 김초롱의 영상물은 총 3건의 인터뷰를 성공했으니 내용도 훨씬 알차게 채워졌고 설정한 주제와도 걸맞는, 깔끔하고 수준높은 것이었습니다. 아마추어의 느낌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지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도 적절한 언행과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장성규와 강지영 팀은 전혀 주제와도 걸맞지 않는 좌충우돌 영상물을 제작해 왔고, 시종일관 아나운서가 아닌 개그 콤비 기질만 잔뜩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강지영은 자기네들이 먼저 가수들을 섭외하지 못한 능력 부족은 인정하지 않고, 앞선 사람들이 진을 빼놓고 가서 인터뷰를 못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최악의 태도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이 팀을 합격시킨 심사위원들의 기준은 대체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추측해 봅니다. 아마도 '신입사원'을 통해서 뽑힌 아나운서들은 뉴스 진행용이 아니라 '예능 투입용'인 모양입니다. 아나운서가 예능에 투입되어 일단 히트를 치기만 하면, 방송국 입장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고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일이겠죠. 괜히 몸값 비싼 전문 MC를 모셔올 필요 없이 시간당 2만원 가량으로 대신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나운서의 기질과 예능 MC의 기질은 꽤 많이 다릅니다. 9시 뉴스를 진행하는 베테랑 아나운서가 예능 MC로서의 역할도 뛰어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요. 그러니 양쪽의 재능이 충돌했을 때는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보면 '신입사원'은 뉴스용 아나운서가 아니라 예능용 아나운서를 원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됩니다.

어쩌면 눈치빠른 장성규와 강지영은 그런 분위기를 진작에 알아차리고 일부러 개그 콤비의 모습을 부각시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아나운서적인 자세를 드러낸 이호근과 김초롱은 순진했다고 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아나운서의 예능화(?)를 별로 반기지 않는 편이라 '신입사원'의 이와 같은 노선 또한 씁쓸하게 여겨지지만 어쩔 수 없지요. 부디 그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한 후에, 본인이 궁극적으로 원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다 해도 심하게 상처받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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