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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김연우 향한 임재범의 따뜻한 격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김연우 향한 임재범의 따뜻한 격려

빛무리~ 2011. 5.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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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수 PD 주관하에 새로 시작된 '나는 가수다'의 두번째 경연은 안타깝게도 단숨에 방송되지 못하고 2주 분량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이미 그 결과의 상당 부분이 스포일러로 떠돌더니, 급기야 오늘 16일로 예정되어 있던 녹화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경연이 시작되고 한창 몰입해 보려는데, 첫번째 순서였던 BMK의 노래까지만 방송되고 나머지는 모두 다음 주로 연기되니 그 허무함이란 생각보다 훨씬 큰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경연에는 기대되는 무대가 아주 많았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앞으로는 한 번에 몰아서 볼 수 있도록 스포일러 방지 대책이 철저히 실행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중간에 뚝 끊었다가 일주일이나 지나서 이어 보게 되면 아무래도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거든요. 지난 주, 단숨에 방송된 첫번째 경연은 그야말로 몰입도 최고였지요.

첫번째로 유일하게 공개된 BMK의 '아름다운 강산'은 그녀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잔잔한 재즈풍으로 흘러갔던 지난 주의 '그대 내게 다시'도 좋았지만, 확실히 대중의 기호에는 이런 쪽이 더 맞을 듯 하더군요. 자연히 그녀의 순위가 많이 올랐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에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일주일 동안 이 감동을 모두 잊고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만 집중할 테니, BMK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겠군요. 이 역시 방송을 2주로 나누는 것의 폐단 중 하나입니다. 가수들의 부담이 커서 경연을 2주에 한 번 녹화한다면, 차라리 BMK의 노래도 다음 주에 한꺼번에 들려주는 게 맞았다고 생각되고요. 그렇게 한다면 탈락자 발표는 4주에 한 번이 맞는 거 아닌가요? 3주차에 발표한다니 여러가지로 참 이상하군요.

다음 주에 이어질 경연에서 제가 특히 기대하는 무대는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과 임재범의 '여러분'입니다.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가수는 아마도 임재범이 아닐까 싶군요. 윤복희의 '여러분'은 마침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였습니다. 중간 평가에서 아직 독감에 시달리던 그 최악의 목 상태로, 편곡이나 연습도 없이 즉석에서 부른 무대조차 눈물겨운 감동을 전해 주었으니, 컨디션을 회복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임했을 본 경연에서는 어떠했을지 상상만 해도 짜릿합니다.

한편 선호도 조사에서도 6위, 첫번째 경연에서도 6위를 차지해 탈락 위기에 몰린 김연우는 새로운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껏 자기가 추구하던 스타일을 버리고, 대중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 주겠다는 것이었지요. "제가 가수 생활 16년 동안 매니아층 한 200명 만들어 놨거든요. 그런데 방송 1~2회로 이 500명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바뀌기로 했어요." 라고 인터뷰하는 김연우의 모습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 자기가 더 높이 평가하는 스타일을 고집하고 싶었으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음에, 아주 약간은 좌절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타일을 바꾼 '나와 같다면'을 중간 평가에서 들어보니 대박이었습니다. 담백하고 차분하던 태도를 버리고 피를 토할 듯 열창하는 김연우의 모습은 정말 새로웠지요. 원곡의 주인인 김장훈이 말했듯 김연우의 목소리는 깨끗하면서도 슬픈 감성이 어려 있기 때문에, 그 애절한 창법이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마치 원래 그런 스타일로 노래하던 사람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더군요. 그 동안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고집하던 스타일을 버리고 나선 김연우의 용기와 적극성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본인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큰 선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담담함보다는 뜨거운 열정이라선지, 중간평가에서도 늘 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김연우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저도 이 새로운 버젼의 '나와 같다면'이 꽤나 마음에 들더라고요..^^

다른 가수들과 매니저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김연우는 말했습니다. "지난 번 경연을 마치고 제가 웃음기가 좀 사라졌어요.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고집을 꺾은 것이 스스로 못마땅해서인지, 그의 모습은 어딘가 의기소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맏형 임재범이 문득 나서며 "제가 고백할 게 있는데요" 라는 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냉정하게 따져서 지난 번 1등은 김연우였어요. 김연우는 노래를 했는데, 저는 넋두리와 한풀이를 했고, 윤도현이나 박정현은 자기 콘서트를 한 거였죠. '나는 가수다'라는 타이틀에 맞게 노래한 사람은 김연우 뿐이었어요. 있는 그대로 가수였죠."

임재범의 평가는 극찬이었지만 사심이 전혀 없음이 느껴졌기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이었습니다. 하긴 선호도 조사를 위한 공연에서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르는 김연우를 보고 임재범은 말했었지요. "더 힘을 써서 오버할 수 있는데도 안 하잖아... 되는데도 안 하잖아... 하, 노래 잘 하네." 그 말이 바로 이 뜻이었음을, 그 때도 대략 짐작은 했지만 정확히는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진짜 '노래를 한다'는 것은 과도하게 힘을 써서 오버하는 것이 아님을 그는 말하려 했던 것이지요. 오버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진짜 노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가장 가수답게 노래를 잘 하고도 대중의 선호도에서 밀려 마음을 상한 듯한 후배에게, 임재범은 가장 따뜻하면서도 객관적인 말로 격려와 위로를 전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임재범은 독감에 시달리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모든 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가장 진지한 얼굴로 경청했으며, 화려한 리액션과 감탄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타인을 향한 깊은 배려심은 그의 음악과 더불어 또 하나의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새 임재범은 '나가수'의 맏형으로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 있더군요. 이제 보니 결코 사회성도 부족하지 않고 만만찮은 예능감마저 겸비한 사람인데, 왜 그 좋은 능력을 썩히고 있다가 이제야 풀어놓는 것인지 아까워 죽겠습니다.

요즘 임재범이 부르는 노래는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너를 위해'가 발표되던 11년 전에도 여타 가수들에 비해서는 감정 몰입도가 최고 수준이었으나, 지금 정도는 아니었지요. 목소리의 상태는 확실히 그 때가 더 좋았지만 지금은 뭐랄까, 임재범이라는 사람과 그가 부르는 노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 자신이 노래 그 자체가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임재범을 통해 '노래는 귀로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독감으로 인해 허스키한 목소리가 더욱 갈라지고 심지어 음이탈까지 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노래의 감동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을 무어라 설명하겠습니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임재범에게는 여전히 신비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 등장하던 날, 대기실에서 긴장감에 열이 오르는지 가볍게 부채질을 하고 있던 모습이며, 유난히 알이 굵고 길다란 묵주를 목에 걸고 있던 모습들은 그의 풍채를 신선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게다가 탁월한 음악적 견해와 판단력 때문에 수시로 드러나는 그의 예지력은 일종의 초능력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준비한 무대 '빈잔'의 순위가 3~4위 정도일 것임도 그는 미리 예측했다는군요.

현장에서 청중은 '너를 위해'에서와 같은 공감대를 찾을 뿐이지 완성도를 찾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순위에 유리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 '빈잔'의 무대를 그렇게 꾸민 이유는 아마도 우리에게 색다르고 다양한 음악세계를 체험시켜 주려는 게 아니었을까요. 덕분에 우리는 날마다 축제입니다. (노래의 순위 예측은 음악적 견해가 높아서 그랬다 치더라도, 공을 열어보기도 전에 자신의 경연 순서가 1번임을 알고 있었던 건 아직도 수수께끼입니다. 정말 초능력이 있는 걸까요?^^)

이제 다음 주면 그들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겠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월급날을 기다리듯 간절한 마음으로 '나가수'가 방송되는 일요일을 기다린다는데, 유행 따르기를 안 좋아하는 저도 지금은 그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임재범의 '여러분',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 김범수의 '늪', 박정현의 '소나기', 이소라의 '사랑이야', 윤도현의 '런데빌런' ... 모두 기대가 됩니다.

예고편을 보니 탈락하는 가수의 이름이 호명되자 모두 경악하는 표정이었고, 스포일러가 맞다면 그 사람은 임재범이 가장 아끼는 후배 가수가 되겠지요. 눈물을 흘리는 임재범의 모습이 잠시 화면에 잡혔는데,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어찌 그리 마음은 약한지..... "울지 마세요. 잠시 떠난다고 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어깨를 다독이며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초능력이라면 제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하며 저는 또 다음 주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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