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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홍석천, 이기광을 향한 부적절한 포옹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승승장구' 홍석천, 이기광을 향한 부적절한 포옹

빛무리~ 2011. 5. 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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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에어 '승승장구 - 신동엽' 제2부가 방송되었습니다. 신동엽은 여기에 출연한 이유를 개인적으로 친구관계이기도 한 '승승장구' PD의 끈질긴 섭외에 못 이겨서라고 말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아주 작정하고 제대로 준비해서 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마추어 느낌을 물씬 풍기던 평소의 '승승장구'와는 달리, 계속 빵빵 터지는 재미도 있으면서 그 와중에 어찌나 토크의 짜임새가 정교하고 완벽한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 감탄을 금할 수 없더군요.


신동엽은 이번 '승승장구' 출연을 도움닫기의 발판으로 삼아 방송인, 예능인으로서의 새출발을 다짐하려는 듯 했으며,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큰맘 먹고 시작할 때는 주변에 공언(公言)을 해 두는 것이 좋다지요. 신동엽은 "앞으로 절대 사업을 하지 않겠다" 라는 맹세와 더불어 "잠시 사업에 한눈을 파느라 방송에 소홀했었지만, 이제부터 나는 다시 방송일에만 전념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는 메시지를 수천만 시청자에게 아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그의 각오가 얼마나 무겁고 단단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열악한 예능의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시작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실패하고 그 와중에 믿었던 사람에게도 깊은 상처를 받은 채 다시 돌아온 신동엽을, 저는 오랜 팬으로서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신동엽의 '몰래 온 손님'으로는 김생민과 홍석천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이번 주 방송에서 신동엽을 제외하고,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홍석천이었지요. 그 사람에 대한 의견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으나, 결국은 소신껏 하기로 했습니다.



손님 환영의 음악소리와 함께 스튜디오에 걸어나온 홍석천은, 다짜고짜 막내 MC 이기광에게 저벅저벅 걸어가서 덥석 끌어안았습니다. 순간 저는 좀 놀라서 웃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홍석천은 스스로 동성연애자임을 세상에 밝힌 사람인데,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쁘장한 외모의 이기광을 끌어안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 무슨 친분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홍석천의 느닷없는 행동이 이기광으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홍석천은 "신동엽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남자" 라고 자기 소개를 하더군요. 커밍아웃과 상관없이, 그냥 신동엽의 절친 자격으로 출연한 거니까 그에 관련된 평범한 에피소드 위주로 토크를 진행해 나갈 거라는 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홍석천의 토크는 거의 다 그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

한 가지 예를 들면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신동엽이 결혼 전에 혼자 살던 집에 20명 가량의 동료들이 모여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얼큰하게 술이 취한 신동엽이 말했다는 겁니다. "나는 먼저 방에 들어가 잘거야. 너희들은 집에 가도 좋고 여기 아무데서나 자도 좋아. 마음대로들 해. 그런데 너! 홍석천 너는 절대로 내 방에 들어오지 마. 내가 자는 방에 들어오면 너 죽어!" 그랬다나요. 홍석천은 다른 동료들이 모두 집에 간 후에도 혼자 남아서 집 청소와 설거지를 새벽까지 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깬 신동엽이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나름 웃기고 재미는 있었어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로 보아 홍석천은 신동엽의 수많은 동료들 중 하나일 뿐 절친은 아닌 것 같은데, 굳이 '몰래 온 손님'의 자리에 초대한 이유는 신동엽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석천이가 커밍아웃을 할 때처럼 많은 사람이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홍석천은 이번 기회에 신동엽의 도움을 받아 동성애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출연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화제를 회피하지 않고 더욱 드러내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기광에 대한 기습 포옹은 정말 아니었습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은 록의 계보를 잇는 후배 윤도현을 특별히 총애하여 볼 때마다 "로큰롤 베이비!" 라고 외치며 포옹해 주지요. 의리와 우정을 뜻하는 남자들의 포옹은 매우 진실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홍석천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이기광을 덥석 포옹하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동생을 귀여워하는 형의 마음이었을까요? 하긴 기광이가 워낙 귀엽게 생겨서 예전에 뽀빠이 이상용씨도 "어제 낳은 송아지 같다"며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시긴 했지요. 그러나 어떤 게스트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다가와 끌어안지는 않았습니다. 유독 홍석천만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뭘까요? 자기 행동을 보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랬던 걸까요? 


아무래도 홍석천은 방송 출연의 본래 취지를 망각했거나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모처럼 얻은 방송 출연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여, 자기에게 남아있는 비호감의 이미지를 없애고 호감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는 커밍아웃의 선구자(?)로서 한국 연예인들 중 동성애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홍석천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높아지면 자연히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홍석천 개인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지면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은 좀 더 조심을 했어야 합니다.
 
만약 소녀시대의 서현이가 MC를 보는 프로그램에 김구라가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나오자마자 서현이한테 다가가서 덥석 끌어안았다고 가정해 보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사람이 있습니까? 너무 예쁘고 귀여우니까 터치하고 싶은 생각이야 들 수 있지만, 그러면 안되는 거지요. 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쩌라고요? 그런 행동은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를 막론하고 해서는 안되는 거 아닙니까?


언젠가 홍석천은 '강심장'에서도 이승기를 향해 묘한 감정을 표현해서 청중을 당황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승기를 보면 설렌다고도 했고, 이승기와 포옹 연기를 펼친 서인영이 부럽다고도 했습니다. 그것은 행동이 아니라 말이었으니까 조금 낫지만, 역시 듣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 발언이었습니다.

이성애자들은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를 당당히 밝히고, 마음껏 대쉬도 하면서 사는데 왜 동성애자는 그러면 안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군요. 하지만 같은 성향의 상대방이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성에게서 받는 사랑 고백에 익숙치 않습니다. 놀람과 충격과 당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반응이 염려되어 고백도 못한다면 어떻게 사랑을 하겠냐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백하는 것과 공개적으로 수천만이 보는 앞에서 "저 사람이 내 이상형"이라고 밝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홍석천이 이승기의 입장을 배려했다면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동성애자건 아니건 상관없이, 사람에게는 서로간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습니다. 그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줍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 행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석천은 소외받은 사람들의 대표격으로 방송에 출연했으면서, 왜 좀 더 신중하지 못한 걸까요? 왜 가볍고 배려심과 예의가 부족한 행동으로 비호감을 사는 걸까요?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를 보여야 할 천금같은 기회를 그토록 조심성 없이 날려버리는 홍석천을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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