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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임재범의 세 가지 기적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임재범의 세 가지 기적

빛무리~ 2011. 5. 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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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는 현존하는 모든 TV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예능뿐만 아니라 정통 드라마까지 포함시킨다 해도 이 정도의 퀄리티 높은 감동은 창출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이것은 현실이니까요. 탄생한지 불과 2개월 가량에 불과한 시간 동안 '나가수' 자체가 겪어 온 갖가지 산전수전도 그렇거니와, 이 프로그램은 출연하는 가수들 개개인의 인생에도 커다란 획을 긋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인해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가요계와 예능의 판도가 뒤바뀌고 완전히 재편성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가수'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 중에도 개인의 스토리가 가장 드라마틱하고 어메이징한 사람을 한 명만 꼽는다면 단연 임재범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번째 경연에 임하면서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6~7년간이나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단순히 시끄러운 세상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딸을 둔 가장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한 채 월 100~200만원 정도씩 들어오는 저작권료만 가지고 근근히 생활했다는군요. 국내 가수들 중 가창력으로 5위 안에 손꼽힌다는 록의 전설 임재범이, 흔한 자가용 한 대 없이 가족들과 나들이를 갈 때도 버스를 타고 다니며 마음껏 쇼핑 한 번 해본 적 없다고 했습니다. 점점 깊어지는 자괴감 만큼이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겠지요.

그러다가 아내가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했으나 간과 위에 전이되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충격과 고통... 임재범이 지금 삭발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내의 투병생활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무기력한 남편 곁에서 오랫동안 아파해 온 아내를 위해, 이제는 정말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나는 가수다' 제의가 들어왔고, 이리해서 임재범은 데뷔 후 25년 동안 거의 하지 않던 TV 출연을, 그것도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을 전격 결정하게 됩니다.

첫 출연 당시, 웅장한 허스키보이스에 진한 눈물을 담아 열창한 '너를 위해'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한껏 고조되어 있기에 왜냐고 물었더니 "기분이 좋아서요!" 라고 대답하더랍니다. 너무 힘겨운 삶이다 보니 그런 말을 들어 본 것도 10년만인데, 병석의 아내가 아이처럼 기뻐하는 목소리가 실감나지 않은 임재범은 "정말 좋아요?" 하고 되물었다지요. 그는 자기보다 무려 9살이나 어린 아내에게 존댓말을 쓰나 봅니다. 그 한 마디에서 전해지는 마음... 아내를 한없이 귀하게 여기는, 끝없이 높여주고 싶어하는 마음... 이 호랑이같은 남자의 마음.


'나는 가수다'에 출연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다 하니, 임재범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 무대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지 알만합니다. 이것은 단지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기회이며, 아내와 딸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기회니까요. 무리한 탓인지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시달렸을 만큼 컨디션 최악인 상황에서도 그는 의연히 무대에 섰고, 남진의 '빈잔'을 국악과 접합시킨 록 버젼으로 편곡하여 혼이 날아갈 듯한 엄청난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트로트가 그렇게 변형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과연 임재범은 가창력만이 아니라 독창성 면에서도 한국 최고의 뮤지션임이 입증되었습니다. 그의 순위를 4위로 매긴 청중평가단의 결정은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순위 따위에 얽매인다면 오히려 예술혼으로 가득했던 그의 무대를 모욕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냥 무심히 넘겨버렸습니다. 경연을 마치고도 가수대기실에 임재범의 모습이 줄곧 보이지 않기에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병원으로 실려갔더군요. 그렇게 쓰러질 때까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진력까지 모두 소진하며 완성시킨 임재범의 무대... 그것을 감상할 수 있었던 우리의 행운. 

그런데 저는 이번 방송을 보면서 임재범에게 몇 가지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첫번째,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나는 가수다'가 생겨났을까?


아내의 힘겨운 암투병이 시작되면서 임재범은 결연히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했으나, 만약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공중파 진출이 가능했을까요? 음악 프로그램은 벌써 아이돌로 꽉 채워진지가 오래이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재범을 선뜻 투입시킬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는군요. 게다가 임재범이 그 숫기없는 성격에 방송국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나를 좀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하기는 힘들었겠지요. 설령 어딘가 다른 프로에 출연하게 되었다 해도, 지금처럼 폭풍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모든 여건과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기를 딱 맞춰서 그의 앞에 저절로 기회가 열렸습니다. 김영희 PD로부터 '나가수' 출연 제의가 왔던 것이지요. 뛰쳐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임재범으로서는, 따로 방법을 궁리하거나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손을 덥석 잡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지요?

기회를 붙잡은 결과는 명실상부한 대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울증으로 쉬는 동안 많이 잊혀졌던 전설의 가수 임재범은 새삼 모든 이의 칭송을 받는 화제의 인물이 되었고, 11년 전에 발매했던 그의 음반은 모두 동이 났습니다. 한 순간에 엄청난 돈과 명예가 이 가난한 로커에게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 것입니다. 문 앞에서 임재범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 같은 '나가수'라는 기회, 이것이 바로 첫번째 기적입니다.


두번째, 그는 어떻게 자신의 경연 순서를 알았을까?


매니저인 지상렬은 경연 순서가 숫자로 적혀있는 공을 뽑아들고 와서 물었습니다. "형님, 한 몇번째일 것 같으세요?" 그러자 임재범은 망설이지도 않고 "1번이요" 하더니 거침없이 뚜껑을 열며 "봐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더군요. 하얀 뚜껑 안에 들어있는 분홍색 공에는 과연 "1"이라고 또렷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이 딱 벌어지는 지상렬과 달리, 임재범은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렸습니다. "내가 그랬지? 내가 1번이라고 그랬잖아."

물론 우연히 맞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임재범의 태도가 너무나 자신만만했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누구보다 임재범 본인이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겠지요. 첫번째 순서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실려간 것을 보면, 대기실에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하며 길고 긴 대기시간 동안 진력을 낭비해도 좋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여집니다. "1번"은 추측이라기보다 희망사항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임재범은 어디에서 비롯된 확신인지 자기의 희망이 이루어질 것을 믿었고, 놀랍게도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작은 사건이지만 이것이 제가 발견한 두번째 기적이었습니다.


세번째,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러나 꼭 일어나야 할 기적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세번째 기적은 그의 아내 송남영의 쾌유입니다. 다른 장기로 두 군데나 전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적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지금 임재범의 주위에는 온통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해 보입니다. 일생에 한두 번 찾아온다는 절대 행운의 시기가 아닐까 싶군요. 그가 원하는 것들이 거짓말처럼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수로서 재기할 기회를 찾으니 때맞춰 '나가수'의 문이 열리고, 경연 순서와 같은 작은 일조차도 그가 희망하는 대로 이루어지듯... 이 추세를 몰아 간절히 바라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세번째 기적도 꼭 이루어질 거예요. 아내를 생각하며 흘리던 그의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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