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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뱅크, 임재범 2위? 소름끼치도록 재미있는 세상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뮤직뱅크, 임재범 2위? 소름끼치도록 재미있는 세상

빛무리~ 2011. 5. 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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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년 전에 발표된 노래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느닷없이 2011년 5월 둘쨋주 '뮤직뱅크' 1위 후보에 올랐다가, 박재범과의 경합에서 패배하여(?) 2위를 차지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가수'로 인해 음원의 인기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왠지 모를 찜찜함을 떨쳐낼 수가 없군요.


이제껏 그 어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수년 전에 발표된 노래가 새삼스레 다시 등장하여 1위 후보가 되는 것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음원이 인기가 많으면 아무리 오래된 노래라도 '뮤직뱅크' 1위 후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무언가 또 다른 기준은 없는 건가요? '뮤직뱅크' 순위에 오르는 곡이 반드시 최근에 발표된 신곡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껏 그렇게 진행되어 왔는데, 11년 전에 발표된 노래가 느닷없이 1위 후보로 선정된 것 자체가 무척 황당하더군요.

이런 식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수십년 전에 사망한 가수의 노래가 갑자기 폭발적 인기를 얻어 1위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어떤 계기로 음원과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해서 '뮤직뱅크' 1위로 선정된다면, 정말이지 그 생방송 볼만하겠네요. 좀전까지 무대에서 펄펄 날며 노래하던 현직 가수들이 뻘쭘히 늘어서서, 수십년 전에 죽은 선배 가수의 1위에 박수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니 정말 재미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순위 프로그램의 꽃은 대상자들이 함께 모여서 발표를 기다리는 순간의 긴장감입니다. 1위 후보 중 한 명이 그 자리에 없으면 긴장감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돌이 판치는 '뮤직뱅크'에서 '너를 위해'를 열창하는 임재범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제작진도 임재범을 출연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출연시킬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군요. 한 인터넷 신문기사를 보니, 임재범 측 관계자는 13일 '뮤직뱅크' 생방송 직전에야 그 소식을 듣고 "1위 후보에 오른 것이 사실이냐? 믿기지 않는다"라며 놀라워 했다고 합니다. 사전에 한 번이라도 출연 요청을 받았다면 저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관련 뉴스의 댓글들 중에는 "퇴근 시간 내내 혹시라도 임재범이 나올까 해서 DMB를 뚫어지게 보고 있던 내가 한심스럽다"며 한탄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 방송을 보지도 않았고 억울할 것도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하고 보았던 사람들로서는 마치 사기를 당한 것처럼 불쾌하고 허무했을 일입니다.

어쨌든 임재범을 1위 후보에 끼워넣음으로써 '뮤직뱅크'는 이슈만들기에 대성공을 했습니다. '뮤직뱅크' 같은 류의 프로그램에는 10대 이후로 아무 관심 없던 저같은 사람마저 이토록 관심을 갖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임재범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그 프로그램이 이렇게 폭넓은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란 애당초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당연히 1위는 박재범의 '어밴던드'가 차지했습니다. (무슨 노래인지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1%라도 있었을까요? 그들은 처음부터 임재범을 출연시킬 생각도 없었고, 1위의 자리를 내어줄 생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1위 후보'라는 타이틀에 임재범의 이름을 끼워넣어서 이슈만들기에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리고 방송 이후 한 인터넷 신문에 떡하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박재범, 임재범을 누르고 2주 연속 뮤직뱅크 1위!" ... 정말이지 치가 떨리도록 멋진 기사 제목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눌렀다는 거죠? ㅎㅎ 이런 식이면 데뷔한지 한달 남짓의 신인이라도 얼마든지 조용필을 '누르고' 이길 수 있겠습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을 가져다가 1위 후보에 끼워넣고, 마지막 경합에서 패배시켜 2위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거니까 말입니다.

요즘은 '나는 가수다'로 인해서 오래 전에 발표된 노래들이 한창 사랑받고 이슈가 되어가는 중이지 않습니까? 한참이나 아이돌의 '보기 좋은 노래'에만 길들여져 있다가 모처럼 '듣기 좋은 노래'의 가치를 깨닫게 된 대중은 기꺼이 오래된 명곡들의 음원을 소비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임재범의 '너를 위해'처럼 진짜 좋은 노래들은, 발표되었던 그 시기보다 오히려 더욱 큰 인기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그럼 이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짐작컨대 앞으로 '뮤직뱅크' 1위 후보에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같은 오래된 명곡들이 심심찮게 올라올 것입니다. 물론 그 가수들은 출연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신들의 노래가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조차 생방송 직전에나 알게 되겠지만요.

그리고 100% 확신하건대, 그 오래된 명곡들은 경쟁자(?)인 아이돌의 노래에 패배하여 2위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씨엔블루가 조용필을 누르고, 소녀시대가 이선희를 누르고, 2PM이 송창식을 누르고 우승하는 진풍경을 우리는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글쎄... 너무 과한 상상일까요?
하지만 박재범이 임재범을 누르고 1위를 하는 세상인데 뭐... 이런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소름끼치도록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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