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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아리송한 러브라인으로 사람 애태우는 김병욱의 못된(?) 습관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것도 '하이킥'을 시청하는 독특한 재미 중 하나지만요. 시청자들마다 지지하는 라인이 달라서 괜히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이 쏙 빠졌다고 가정해 보면 재미가 확 줄어들지 않겠어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혈압 오르고 건강에 문제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애태우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ㅎㅎ 73회에서 박하선과 이적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서지석)에게는 두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습니다. 일단은 퇴장했지만 언제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정남 고영욱과, 보건소 의사인 형 윤계상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 항문외과 의사 이적입니다. 이적..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눈에는 단 한 번도 곱게 보인 적 없던 인물이 안내상입니다. 그는 힘을 잃고 움츠러든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과 초라한 가장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별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뻔뻔스런 민폐와 진상 행각을 해대던 모습도 밉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급격히 변화한 모습도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내상이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던 회차의 방송을 보며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전형적인 방법으로 억지 감동을 짜내려는 듯한 구성에 실망만 느껴졌습니다. 이건 정말 김병욱 PD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드디어 처..
평소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별로 가까이 안 하는 편인지라 직접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윤계상의 메인 러브라인 및 여주인공쯤으로 간주되며, 출범 이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던 여고생 김지원의 캐릭터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에 찾아와 남겨주시는 분들의 댓글에서도, 또 다른 블로거님의 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김지원은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시트콤의 여주인공이라면 무릇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하며 게다가 좀 푼수기가 있어서 웃음까지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하선의 캐릭터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른이고 지성인이면서도 매사에 허술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연민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해도 너무한 안내상의 진상 캐릭터를 참다 못해서 제가 처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던 것이 지난 11월 9일 오전이었습니다. 31회까지의 방송분을 보고 나서 쓴 거였죠. 그 때까지만 해도 안내상 캐릭터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에 방송된 32회부터 아주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이킥3'는 3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요,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진상짓만 되풀이하던 안내상은 불과 32, 33, 34... 이 3회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단 32회에서는 작은처남 윤지석(서지석)의 입바른 소리를 듣고 나서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원래 안내상은 자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강승윤이 가져온 경주빵을 ..
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