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시크한 김지원이 무매력이라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시크한 김지원이 무매력이라고?

빛무리~ 2011. 11. 23. 16:06
반응형




평소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별로 가까이 안 하는 편인지라 직접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윤계상의 메인 러브라인 및 여주인공쯤으로 간주되며, 출범 이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던 여고생 김지원의 캐릭터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에 찾아와 남겨주시는 분들의 댓글에서도, 또 다른 블로거님의 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김지원은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시트콤의 여주인공이라면 무릇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하며 게다가 좀 푼수기가 있어서 웃음까지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하선의 캐릭터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른이고 지성인이면서도 매사에 허술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연민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김지원의 캐릭터는 너무 강합니다. 도무지 파고들어갈 빈틈이 보이질 않습니다. 혼자 내버려 두어도 충분히 잘 해나갈 듯 싶으니, 박하선처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를 않습니다.

여고생 김지원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태도를 지녔고, 잘 웃지도 않고 시크한 표정 일색인데다가, 틱틱거리는 남자같은 말투를 지녔으며, 자기 또래는 물론 어른과 맞붙어도 절대 지지 않는 엄청난 깡다구까지 갖추었습니다. 1~2등을 다툴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독서나 여행 등을 모두 다 하면서 지낼 만큼 재능도 다양합니다. 한 마디로 이 소녀는 너무 잘났습니다.

박하선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녀는 울 때도 웃을 때도 화를 낼 때도 천진난만하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김지원에게서는 항상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험한 세상에 남겨진 그녀는, 혼자 힘으로 자신을 지켜야 했기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잘 웃지 않는 시크한 표정도, 공부든 다른 일이든 무엇이든 잘 해내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집념도, 자신을 성희롱하는 남자 동급생들에게 거침없이 날리는 하이킥도, 사실은 자신을 지키려는 처절한 노력에서 비롯되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강해 봐야, 아무리 잘나 봐야 고작 열 여덟의 소녀에 불과합니다. 그녀도 속으로는 세상이 두렵고 사람이 두려울 것입니다. 모든 일들이 감당하기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죽어라 애쓰는 거죠. 그토록 끊임없이 계속된 긴장감이 '기면증'이라는 병을 불러왔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길거리 벤치에서 잠들어 버린 김지원을 보고는, 그녀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 주고 깨어날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켜주던 윤계상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어쩌면 윤계상은 이 소녀의 고달픔을 이해하고 그 약한 내면을 꿰뚫어 본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언뜻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듯 차가워 보이지만, 최근 2차례의 에피소드에서는 김지원의 따뜻한 내면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안종석(이종석)과의 에피가 있었지요. 종석은 어려서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지만, 아버지 안내상이 파산하면서 더 이상 뒷받침을 해줄 수 없게 되자 별 수 없이 평범한 학생 신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온갖 굴욕을 당하는 중이지요. 명색이 3학년인데 2학년 반으로 내려와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학과 진도를 따라잡기는 커녕 턱없이 부족한 기본 지식 때문에 번번이 망신을 당합니다. 동생 안수정(크리스탈)은 언제나 오빠 종석을 "stupid(멍청이)!" 라고 부르며 무시합니다.

게다가 꽃미남 아이스하키 선수로 유명하던 시절에 그를 좋아하던 팬들까지도, 현재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실망해서는 못할 소리들을 퍼붓고 돌아갔습니다. 공부 잘하는 후배 김지원에게 과외수업까지 받으면서도 좀처럼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신의 형편없는 실력에 자괴감을 느낀 종석은 "너도 내가 등신같지?" 하면서 쓸쓸히 돌아서 버립니다. 하지만 김지원은 참고서를 사러 가자는 핑계를 대며 종석의 손을 끌고 빙상장으로 향합니다.

얼음판을 보는 순간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종석은 그냥 돌아서서 나가려 합니다. 자기 뜻과 상관없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아픈 추억 때문이죠. 하지만 얼음판에서 혼자 뒤뚱거리다가 심하게 넘어지는 김지원을 보고는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어 그녀 곁으로 와서 부축해 주는군요. 생전 처음 스케이트를 신어 봤다는 지원은 종석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계속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그러다가 씨익 웃으며 종석을 올려다 봅니다. "선배가 보기에 나 등신같지?"

누구나 잘 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살아갑니다. 특히 학생은 무조건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획일적 기준에 맞춰 살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각자의 다양한 재능들을 펼칠 기회를 많이 잃고 있지요. 책상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는 안종석이지만, 얼음판 위에서는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 수 있는 능력자라는 사실을 김지원은 깨우쳐 준 것입니다. 상처받은 소년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데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깊은 배려심을 지닌 소녀가... 매력이 없나요?

윤계상과의 에피소드에서도 그랬습니다. 무엇이든 이론만 제대로 익히면 실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윤계상은 아마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전형적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찌 보면 그 철없는 고지식함은 어린아이의 고집과도 비슷합니다. 사회 생활의 경험도 적지 않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기도 하지만, 사람의 천성이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뭐 실제로도 그런 사람을... 눈 씻고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죠..;;

강승윤과의 당구 대결에서 김지원은 윤계상의 편에 섰지만, 속으로는 100%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대책없이 순진한 이 아저씨의 신념이 어떤 일을 해내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그 신념을 편들어 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급한 환자의 수술을 강행하다가 명인대학병원에서 쫓겨난 것도, 보건소 의사의 빠듯한 월급으로 날마다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무료진료를 해주는 것도, 위험을 무릅쓰고 1인 시위까지 하면서 약자들의 편에 서는 것도, 모두 윤계상의 순진한 신념에서 비롯된 일임을 김지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시합해도 저는 아저씨 편 해드릴게요!" 당구 시합에서 큐대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어이없게 패배했지만, 김지원에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윤계상의 편에 서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이 아저씨 말이 옳아요!" 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윤계상의 1인 시위에 동참하던 그 순간부터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밤 거리에서 시비를 걸어오는 술 취한 깡패와 마주쳤을 때는 무조건 도망치는 것이 상책입니다. "저 사람은 나보다 팔다리가 짧아서 주먹을 휘둘러도 원심력이 약할 거예요, 그러니까..." 윤계상은 그 와중에도 무슨 이론을 나불대며 용감히(?) 대적해 보려 하지만, 김지원이 냅다 그의 입을 틀어막고 외치는군요. "닥치고 그냥 뛰어욧!" ㅎㅎ 이처럼 사리분별에 밝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현명하며, 시원시원한 리더쉽까지 갖추고 있는 이 소녀가... 매력이 없나요?

알고 보면 김지원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내면에 깊은 슬픔을 숨기고 있으니 청순한 외모에서 저절로 비극적 분위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슬픔도 매력이고, 극도의 절제심도 매력이고, 너무 잘난 것도 매력입니다. 시트콤의 여성 캐릭터라고 해서 반드시 푼수같고 허당스러워야만 매력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눈에는 참 괜찮아 보이는 김지원의 매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유감스럽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