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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서지석, 배려심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서지석, 배려심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빛무리~ 2011. 11.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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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언급했듯이 박하선을 향한 윤지석(서지석)의 사랑은 매우 이타적이고 배려심으로 가득한 사랑입니다. 너무도 배려하는 나머지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에 부담을 줄까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은 한 번도 내색하질 못합니다. 그런데 38회의 일화를 보면서, 그 배려심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배려하는 사랑만을 최고의 사랑이라 여겨 왔던 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언제나 휴대폰이 닳을 정도로 문자를 해대던 박하선의 애인 고영욱이 정작 그녀의 생일을 앞두고는 며칠째 연락조차 없습니다. 생일날 저녁에 약속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윤지석은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설레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피아니스트 데이빗 란츠의 내한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지석은, 언젠가 박하선이 란츠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워낙 구하기 어렵다는 그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 결국 경매 사이트를 통해서 대략 20만원 상당의 높은 가격에 티켓을 손에 넣고 마는군요.

그래 놓고 윤지석은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박하선 앞에서 매우 어설픈 연극을 시작합니다. 공짜로 티켓을 구해서 친구와 함께 가려 했는데 약속이 깨진 것처럼 말이죠. "야~ 공연을 깨면 어떡해? 나 약속은 누구랑 가라고?"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단어를 바꾸고 말을 더듬거리면서 연기를 하는데도, 순진한 박하선은 이상하다는 눈치를 조금도 채지 못합니다. "약속이 깨지셨나봐요. 무슨 공연인데요?" 그저 호기심에 물었지만, 막상 데이빗 란츠의 공연 티켓을 보는 순간 박하선은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녀가 너무나 원했던,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저랑 같이 가요, 윤선생님! 저 시간 많아요. 제발 저랑 같이 가요!"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하는 박하선을 보면서 윤지석은 마치 못이기는 듯 그러자고 승낙합니다. 그가 건네준 티켓을 손에 쥐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박하선의 표정이 어찌나 귀엽던지, 제가 보기에도 저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윤지석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요? 애쓴 보람이 있습니다. 그녀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를 위해 쏟아부은 시간도 돈도 노력도 아까울 게 전혀 없습니다. 룰루랄라 춤을 추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기분 좋은 김에 조카들에게 용돈도 던져 주고,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서는 데이트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박하선과의 약속 장소 근처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녀의 공식 연인인 고영욱이 그녀를 위해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며칠간 연락이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생일을 멋지게 챙겨주고 싶어서 막노동을 하며 돈을 버느라 그랬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고시생으로서는 장만하기 쉽지 않았을 겨울 코트까지 선물로 마련해 왔군요. 고영욱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자며 그녀를 재촉하는데, 박하선은 윤지석과의 약속 때문에 머뭇거립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석, 정말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해버리는군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갑자기 술약속이 생겼기 때문에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자기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애써서 구한 티켓이건만, 그렇게 설레면서 기다렸던 약속이건만, 사랑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공연에 갈 수 있도록 물러서고 만 것이죠. 모두가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던, 지나친 배려심 때문이었습니다.

홀로 집에 돌아와 웅크리고 누워서 눈물을 삼키던 윤지석은, 배고픔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그나마 바닥에 쏟고 맙니다. 처량하게 쭈그리고 앉아서 라면 가닥을 냄비에 주워담는 윤지석의 모습에는, 김병욱 시트콤 특유의 쓸쓸한 감성이 절절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결국 편의점에 나와서 컵라면을 사먹는 윤지석... 그런데 뜻밖에도 박하선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옵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긴, 깊은 밤이었습니다.

공연은 잘 보고 왔느냐는 윤지석의 물음에 박하선이 대답합니다. "영욱씨가 며칠 동안 막노동을 하느라 힘들었는지 너무 코를 골아서... 주변에서 눈치를 주는 바람에 그냥 나왔어요.."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요? 함께 가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그녀가 즐겁게 공연 감상이라도 했어야 윤지석이 어렵게 표를 구하고 돈까지 쏟아부은 보람이 조금이나마 있을텐데, 고영욱 때문에 아무 보람도 없이 날려버린 셈이니까요. 이렇게 남의 속이 다 터지는데, 정작 윤지석은 아깝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녀의 생일이 다 지나가도록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해 준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하선은 진짜 생일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출생 신고를 할 때 날짜를 착각하셨다면서 말이지요. 그 말을 듣고 윤지석의 표정이 활짝 밝아집니다. 그녀의 진짜 생일을 처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 왔다는 것만으로, 그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조그만 케잌에 촛불을 켜고, 쑥스럽지만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사랑하는~'이라는 가사를 내뱉지 못하고 멈칫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샴페인까지 준비했군요. 하필 샴페인 뚜껑이 박하선의 이마로 날아가는 바람에 그녀가 "악~!" 하고 뒤로 넘어지는 해프닝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착한 그녀는 샴페인 뚜껑에 얻어맞고도 그저 기분 좋게 웃기만 합니다. "윤선생님, 생일빵 너무 과격하게 하시네요!" 제 눈에만 그런 걸까요? 박하선은 윤지석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고영욱과 함께 있을 때는 그저 의무감과 부담감만 잔뜩 느껴질 뿐이죠. 억지로 맺어진 커플인 만큼 그와의 만남이 썩 즐겁지도 않고, 그의 가난한 사정을 알기 때문에 작은 선물 하나를 받으면서도 미안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하지만 윤지석과 함께 있을 때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네요. 어쩌면 속으로는 박하선도 벌써 그를 좋아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윤지석의 지나친 배려심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나는 당신을 위해서 정말 어렵게 그 표를 구했노라고 말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자기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물론 약간의 부담은 되겠지만요. 그 일을 계기로 해서 박하선도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깨닫고 제대로 된 짝을 조금이나마 일찍 찾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하선은 착한여자 콤플렉스 때문에, 윤지석은 지나친 배려심 때문에, 서로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서로에게 다가서질 못합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히 그렇습니다.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삽질인지 모르겠네요..;;

명색이 애인인 고영욱이 생일날 오후까지 연락도 없건만, 박하선은 서운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착하고 이해심 많은 그녀지만 약간은 서운한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박하선은 그저 쿨하기만 합니다. 이것만 보아도 박하선은 고영욱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 윤지석은 지나친 배려심으로 그녀가 고영욱과 함께 있고 싶어할 거라 생각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녀가 진짜 원한 것은 윤지석과 함께 데이빗 란츠의 공연에 가는 거였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고영욱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박하선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지만 얄궂게도 그것은 가짜 생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영욱은 그녀의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었던 공연 관람을 망쳐 놓고 말았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죠. 그에 비해 윤지석은 우연처럼 그녀와 마주친 자리에서, 그녀의 진짜 생일을 축하해 줄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박하선의 진짜 인연이 윤지석임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지나친 배려심을 자제했더라면... 그녀에게 부담을 주더라도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배려심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군요. 하지만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저토록 안타깝게 빗나가는 인연들이 있을 겁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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