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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안내상의 황당한 변화... 김병욱 감독님, 사정 좀 봐주세요!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안내상의 황당한 변화... 김병욱 감독님, 사정 좀 봐주세요!

빛무리~ 2011. 1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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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안내상의 진상 캐릭터를 참다 못해서 제가 처음으로 비판하는 글을 썼던 것이 지난 11월 9일 오전이었습니다. 31회까지의 방송분을 보고 나서 쓴 거였죠. 그 때까지만 해도 안내상 캐릭터는 아무런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날 저녁에 방송된 32회부터 아주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하이킥3'는 34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요,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진상짓만 되풀이하던 안내상은 불과 32, 33, 34... 이 3회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단 32회에서는 작은처남 윤지석(서지석)의 입바른 소리를 듣고 나서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원래 안내상은 자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강승윤이 가져온 경주빵을 가족들이 다 먹어버렸다는 이유로 버럭버럭 화를 냈었죠. 어떻게 자기가 없다는 것도 모를 수가 있느냐면서 호통을 치는 것도 모자라, 아내 윤유선을 향해 "확, 마~"하면서 빵 상자를 들고 때리려는 시늉까지 했습니다. 보다못한 윤지석이 나서서 "아, 그만 좀 하세요!" 하고 소리치며,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속시원한 말들을 내뱉었습니다.

"아, 그만 좀 하세요, 진짜! 뭐 대단한 거라고 그래요, 먹다 보면 한 명 빠질 수도 있지. 뭐 그걸 가지고 난리예요? 저희가 그 동안 매형 비위 맞춰드릴 만큼 맞춰드렸잖아요? 그럼 이런 일 정도는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지, 꼭!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창피한 줄 좀 아세요, 애들 앞에서!" 히야~ 역시 보면 볼수록 윤지석 캐릭터 마음에 듭니다. 큰처남 윤계상이 물러터졌으니, 우리 지석이가 아니라면 누가 있어서 저토록 속시원한 발언을 해주겠어요? 저는 너무 통쾌해서 그 장면을 계속 리와인드 해서 열 번이나 봤습니다.

그런데 집안에서 생전 처음으로 하극상(?)을 체험하며 자신의 권력이 몰락했음을 체감한 안내상은 놀라서 딸꾹질을 시작하더니, 풀이 팍 죽어서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고 맙니다. 하루종일 방 안에 축 늘어져 누워서 밥도 먹지 않으려 하고, 식탁에서도 가장의 자리를 윤계상에게 양보하려 합니다. 이제껏 인정하지 않고 있던 자신의 초라한 현재 위치를, 갑작스레 너무도 절실히 깨달은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불쌍해 보이지 않더군요. 그 동안 너무 진상짓을 했던 탓에 오히려 그렇게 풀죽은 모습이 낫다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아빠의 기를 살려 준답시고 "확, 마~ 그거 해 봐, 아빠~!" 하면서 천하에 몹쓸 습관을 부추기는 안수정(크리스탈)의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 만큼은 절대적으로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장난으로라도 사람을 때리려는 시늉을 하는 것은 간접적 폭력이며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 모독입니다. 특히 서로 존중하며 지내야 할 아내를 향해 걸핏하면 손을 쳐들며 "확, 마~" ... 그건 절대, 결코, never, 재미있거나 코믹한 습관이 아닙니다.

32회에서는 그렇게 축 늘어져서 온 가족을 걱정시키더니만, 다음 날에 방송된 33회에서는 갑자기 아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는 사려깊은 가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이제껏 운동만 하다가 집안이 파산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공부로 전향해서 고생중인 아들 안종석(이종석)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지요. 온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수험장으로 들어선 종석이는 시험을 치르다 말고 중간에 도망쳐서 강승윤과 더불어 띵가띵가 놀다가 들어왔는데, 한밤중에 그의 방으로 안내상이 조용히 들어옵니다.

"종석아,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시험을 치르는 것만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시험을 안 보겠다고 떼쓸 줄 알았는데, 그래도 군말없이 들어가서 끝까지 시험을 치르고 나온 네가 너무나 대견하구나. 너 이렇게 고생하는 게 모두 이 못난 아빠 탓인데, 정말 미안하다..." 안내상은 아들이 잠든 줄만 알고 그의 머리맡에서 중얼거리다 나갔는데, 종석이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아빠의 말을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안종석은 공부 잘하는 옆집 후배 김지원을 찾아가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탁합니다. "나... 공부 좀 가르쳐 줄래?" 골칫덩이 아들이 드디어 아빠의 사랑에 감동받아서 개과천선을 하는군요. 뭐... 나름대로 감동적인 부자(父子)의 일화이긴 했습니다. 기존의 안내상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또 그 다음날 방송된 34회에서, 안내상은 가족들의 경제적 책임까지 지겠다고 발벗고 나섰습니다. 이제껏 젊은 처남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면서도 단 한 번 염치있게 행동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철이 들어도 너무 들었습니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처지라 자기 신분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취직은 커녕 아르바이트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불굴의 중년가장 안내상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우스꽝스러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서 겨우 허드렛일이나마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내 윤유선과 마주치게 됩니다. 윤유선 역시 돈을 좀 벌어 보겠다고 시작한 식당 설거지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었거든요. 고단한 몸으로 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아 똑같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나름대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역시 기존의 안내상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몰입이 전혀 안 되었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 걸까요?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는데, 설마 몇 회를 못 넘기고 죽게 되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초심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에서 시끄러운 여론에 관계없이 끝내 자기 소신을 꿋꿋이 지키는 김병욱 PD의 모습을 본 이후로, 저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작품을 비난하지 않고 무조건 편들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했거든요. 그래서 '하이킥3'가 시작된 이후로 저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꾹 참고, 언젠가는 이 모든 의문들이 좋은 방향으로 풀려나갈 거라고 믿으며, 그저 좋은 방향으로만 해석하려 애써 왔습니다.

이러한 저의 초심을 지킨다면... 안내상 캐릭터의 황당한 변화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음... 제가 심사숙고 끝에 간신히 생각해낸 긍정적 의미는 이것입니다.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던 안내상 캐릭터가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계기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둘째처남 윤지석으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자식들, 손아래 처남들은 물론, 옆집에 사는 백진희와 아들 친구 승윤이까지 있는 자리에서, 손윗사람으로서의 모든 체면과 자존심이 여지없이 와장창 깨지고 무너져 버린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이제껏 가족들은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아무리 몰락한 가장이지만 그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써 왔습니다. 안내상은 그런 가족들의 배려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점점 더 안하무인의 오만한 권위의식만을 키워 왔지요. 그런데 드디어 처남 윤지석이 안내상의 허울뿐인 권위에 맞서 저항의 깃발을 들고 일어선 것입니다. 윤지석의 발언이 구구절절 모두 옳았기 때문에, 안내상은 한 마디 변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모든 긍정적 변화가 시작되었고, 안내상은 너무나 착하고 좋은 남편이자 가장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이건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결국 안내상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이라면, 아무리 윗사람일지라도 계속 잘못하고 있을 때는 누군가 나서서 된통 혼내줄 필요가 있다는 거? 글쎄 뭐 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위의 표현은 너무 적나라해서 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약간 관념적인 표현으로 바꾼다면 이렇습니다. 기성세대의 연륜과 권위는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만, 때때로 그 권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는 정의로운 젊은 세대가 과감히 나서서 개혁의 깃발을 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뭐 그런 이야기죠..;;;

부자연스럽다는 거... 억지로 꿰어 맞추기 식이라는 거 잘 알고 있지만, 저는 어떻게든 좋게 해석해주고 싶어서 무던히도 노력을 했습니다. 저 같은 시청자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김병욱 감독님, 앞으로는 제발 사정 좀 봐 주시죠. 또 이렇게 황당한 전개를 선보이시면 그 때는 저도 정말 지쳐버릴지 모릅니다. 단 3회만에 너무나 달라져버린 안내상의 캐릭터를 제가 받아들이려면 아무래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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