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김병욱과의 힘겨운 줄다리기, 다시 시작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김병욱과의 힘겨운 줄다리기, 다시 시작되다

빛무리~ 2012. 1. 14. 06:40
반응형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나!" 싶었어요.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그 험난했던 과정들... 시간을 때우려는 것인지 약을 올리려는 것인지 끝없이 비비 꼬아대며 떡밥만 던지던 러브라인... '지붕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도 크다 보니 그저 재미있게 시청했던 것만 같아도, 곰곰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참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도 많았습니다.

생일 에피소드가 빈번하게 등장하니 모든 인물들은 돌아가며 한 차례씩 생일을 맞이해야 했고, 빨강색 노랑색 목도리 소품도 너무 지겨울 만큼 남용되었습니다. 지훈과 정음의 데이트를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세경의 모습도 한두 번에 그치면 좋았을 것을 서너 번씩이나 보여주니, 이렇게 무한 반복되다가 끝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짜증스러웠습니다. 최종회에서 슬픔의 감동을 극대화시킨 엔딩을 보여준 덕분에 이전까지의 모든 괴로움은 잊혀지고 말았지만, 사실 그 곳에 도착하기까지는 적잖은 고통을 감내하며 기다려야 했었지요.

'지붕킥'에서도 메인 커플의 진짜 러브라인은 초반에 제시되었습니다. 이지훈(최다니엘)과 신세경의 우연한 마주침이 반복되면서 이미 심상찮은 운명은 예고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밑바탕만 깔아 놓고는 좀처럼 발전되는 양상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 두 사람이 인연임을 시종일관 굳게 믿고 있던 저 같은 시청자까지도 나중에는 기운이 쭉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반면에 이지훈과 황정음의 러브라인은 중후반으로 치달을 무렵부터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공식 연인이었으니만큼 갖가지 데이트와 연애 행각들을 반복하며,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서로가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듯했습니다. 그 과정이 상당히 예쁘고 달달하게 그려졌으므로 '지정커플'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갔지요. 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떡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중후반부터 신세경을 향한 정준혁(윤시윤)의 짝사랑도 점점 더 깊어갔습니다. 준혁의 사랑은 순수함 그 자체였으나,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었던 관계로 세경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지요. 나날이 애절함만 더해가는 준혁의 짝사랑이 적잖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면서 '준세커플'에도 많은 지지자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도 떡밥이었습니다.

'하이킥3' 초반에 우연한 마주침이 유독 잦았던 윤계상과 김지원의 만남은, 이지훈과 신세경이 처음 만나던 양상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이후에도 그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마다 김병욱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조금만 눈여겨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하이킥3'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는 시기가 되자 스텐레스 김은 또 다시 달달한 떡밥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윤계상-백진희의 러브라인이 급작스레 부쩍 늘어나고, 김지원을 향한 안종석(이종석)의 짝사랑도 에피소드마다 자주 등장하며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또 이렇게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젠 조금은 얄밉기까지 합니다.

백진희는 이제껏 그냥 활발하고 귀엽기만 할 뿐, 별로 속이 깊어 보이는 아가씨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경솔하고 생각이 짧은 편이었지요. (시험지 컨닝, 편지 훔쳐보기, 엉덩이 걷어차기 사건 등..) 그런데 갑자기 치매 할아버지의 집 찾아주기 에피소드가 등장하며 급호감 캐릭터로 전향하는군요. (이것은 황정음의 '할머니 분장' 에피소드와 판박이입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씨앗을 화분에 심고 그 싹을 틔우는 과정까지 보여준 것은 확실히 '계진희' 러브라인에 무게를 왕창 실어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복싱 체육관에 함께 다니며 짜릿한 스킨쉽까지 나누게 되는군요. 달콤한 만큼 더욱 더 잔인한 떡밥입니다.  

어차피 1%의 가망성조차 없어 보이는 안종석-김지원 라인에도 떡밥은 주어졌습니다. 계진희 라인은 어쨌든 그 과정에 설득력이라도 있지만, 이쪽은 어찌나 억지스럽게 이끌고 가는지 보기가 민망할 지경입니다. 도대체 배드민턴 시합을 하기 위해서 주민등록을 옮긴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리고 복싱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똑똑하던 김지원은 왜 갑자기 바보가 되었습니까? 공정한 심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종석이 제멋대로 부르는 판정에 정색을 하고 흥분하며 항의하는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어떻게든 두 사람이 엮이는 에피소드는 만들어야겠는데, 어지간히 생각이 안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비비 꼬이는 러브라인 떡밥 외에도 '하이킥3'에는 시청자를 괴롭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비호감 캐릭터들의 향연입니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무엇이든 퍼주기를 좋아했다는 '자선병'에 걸린 스무살의 강승윤... 안내상과 윤유선 부부는 아들 종석의 친구인 그 어린 녀석이 주는 것을 사양도 하지 않고 덥석덥석 받으며 좋아합니다. 아무리 형편이 쪼들린다지만 어른 체면에 창피하지도 않나 싶은 생각이 예전부터 들었는데, 그래도 승윤이 엄마(방은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충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풍족하게 남아 도는 것을 가져왔다고 승윤이가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승윤이 엄마가 나타나서 그게 아님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냥 집에서 굴러다니는 옷이라며 윤유선에게 주었던 밍크숄은 오히려 아끼느라 입지 않았던 것이고, 집이 한의원이라 한약이 남아 돈다면서 안내상에게 주었던 비싼 보약 또한 허락 없이 몰래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남의 물건에 대한 욕심은 즉시 끊어야 마땅했습니다. 앞으로는 승윤이가 뭘 가져오더라도 예전처럼 덥석덥석 받으면 안 될 일이었습니다. 사실상 그 물건들의 주인은 승윤이가 아니라 그 부모인데, 종석이네 집에 마구 퍼주는 것은 소유주의 뜻에 반하는 것임이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윤유선은 여전히 밍크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승윤이가 자기 엄마로부터 다시 뺏어다 주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설령 아이가 다시 가져왔다 해도 호되게 혼내고 돌려보내야 할 판국인데 정말 염치가 없군요.

복싱 체육관에 가서 "난 때리는 것만 좋아하고 맞는 것은 싫어하니까, 당신은 맞기만 하고 나를 때리지 마라!" 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유도 없이 주먹질을 해대는 안수정은 또 뭡니까? 아무리 안하무인 캐릭터라도 그쯤되면 미친 거 아닌가요? 그러잖아도 떡밥이 난무하는 러브라인 때문에 차츰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는데, 비호감 캐릭터들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나날이 밉상짓만 늘어가니 참 큰일이군요.

어쨌든 김병욱과의 힘겨운 줄다리기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스텐레스 김은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야. 매사에 헛갈려서 힘들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짜증나거나 지루할 때도 많고... 그런 과정을 모두 참고 견뎌야만 최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거란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요? 뭐 좋습니다. 떡밥인 줄 알더라도 기꺼이 받아 물고, 그가 휘두르는 대로 또 헛갈려서 애태우고 맘 졸이며 기다려 보겠습니다. 어차피 벌써 김병욱 어장의 물고기가 되어버린 이상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