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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신세경 출연, 김병욱은 사과하지 않는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신세경 출연, 김병욱은 사과하지 않는다

빛무리~ 2012. 1.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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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본인은 벌써 예전부터 출연을 희망해 왔다는데, 김병욱 PD는 그녀를 아무 때나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에요. 그 동안에도 정일우를 비롯해서 전작의 인물들이 적잖이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모두 큰 의미 없는 단발성 에피소드에 그쳤던 반면, 신세경의 경우는 확실히 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브라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신세경의 재등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카메오들은 모두 전작과는 상관없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고등학생 정일우는, 서민정 선생을 사랑하던 '거침킥'의 이윤호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신세경은 '지붕킥'의 신세경 그대로였습니다. 모든 상황 설정이며 에피소드며 특유의 말투며 분위기까지 너무 똑같아서, 잠시나마 '지붕킥'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틀 동안 몸을 의탁하러 온 손님이면서 식모 역할을 자청하고, 사골 대신 꼬리곰탕을 끓여서 윤계상의 보건소에 배달하고, 빨간 목도리 대신 넥워머를 선물받고, 준혁 학생의 팬티 대신 안내상의 팬티를 빨고, 치과 치료를 받다가 눈물을 흘리는 등등, 이렇게까지 복제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약간은 거부감도 들었지만, 아마도 일부러 그랬겠지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세경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때 그 세경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명확히 주입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혹자들은 '지붕킥' 결말에 대한 사과의 의미가 아니겠느냐 하더군요. 죽지 않고 무사히 섬나라로 이민을 떠나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신세경의 해피엔딩을 보여줌으로써, 그 당시 빗발쳤던 시청자들의 항의에 사과하려는 거였다고 말입니다. 글쎄요, 후후... 스텐레스 김을 뭘로 보는 거죠? 김병욱의 시트콤 매회가 끝날 때마다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스텐레스 김'이라는 이름은 그의 독창적인 별명으로서 "녹슬지 않는 스텐레스처럼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신껏 만들어낸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면 그 이름을 바꿔야겠죠. 영원히 변치 않겠다 해놓고, 남들이 좀 뭐라 한다 해서 얇은 귀를 팔랑거리며 고개를 숙인다면 어찌 '스텐레스 김'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하이킥3'의 제작발표회에서 김병욱이 '지붕킥' 결말에 대해 사과했다는 식의 기사가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았지만, 알고 보니 기사 제목과 내용을 자극적으로 뽑아낸 것일 뿐 김병욱의 본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의 인터뷰에서 김병욱은 "사과했다는 건 그저 농담으로 웃으면서 한 이야기가 와전되었을 뿐,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결말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사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신세경의 재등장과 해피엔딩 역시, 유치한 사과의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이틀 동안 머물던 세경이 떠나는 날, 윤계상은 인천항까지 차를 운전해서 바래다 주기로 합니다. 세경과 지훈의 마지막 그 날처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억수같은 비가 퍼붓는데, 아닌 줄 알면서도, 분명 아닌 줄 알면서도 저절로 가슴이 저려오고 눈물이 차오르더군요.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지붕킥'의 엔딩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었던,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더 이상 극대화시킬 수 없을 만큼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걸작이었습니다. 비록 그 이전까지의 전개 상황과 잘 어우러지지 못해서 대중의 분노와 반발에 시달렸지만, 그건 엔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의 실수였지요. 지훈과 세경의 빗속 엔딩 장면은 수십번을 다시 보아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세경 옆자리의 남자가 윤계상으로 바뀌었어도 느낌은 비슷하더군요. (왜 비슷할까?)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세경이 그 때와 똑같은 어조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멀미였습니다. 맞은 편에서 상향등을 켜고 달려오는 차량 때문에 잠깐 놀라기도 했지만, 아무 사고 없이 두 사람은 인천항에 도착했고, 웃으며 쿨하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세경은 무사히 배에 올라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섬나라 타이완에서 아빠와 동생과 함께 잘 지내고 있음을 알리는 세경의 편지가 윤계상 앞으로 배달됩니다. 그렇군요. 이것은 신세경의 해피엔딩입니다. 분명 '지붕킥'의 신세경이 맞다는 것을 온갖 에피소드를 통해 증명해 놓고서, 전작과는 전혀 다른 엔딩을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과의 의미라고 해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김병욱이 아니죠.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요?

방송을 보고 난 후, 제 마음은 꽤나 허전했습니다. '지붕킥'의 엔딩에서 스무살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던 세경이를 볼 때는, 물론 깊은 슬픔을 느꼈지만 가슴은 감동으로 꽉 차 있었는데, 그 때와 달리 세경이는 나름대로 행복해 보이건만 제 마음은 텅 빈 것처럼 허무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신세경의 해피엔딩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세경이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이지훈(최다니엘)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볼 수 없을 사람...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기에, 세경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말했고 그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하이킥3'의 카메오로 다시 돌아온 신세경에게는 그러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 없으니, 시간을 멈추어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지요. 그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는데, 이것을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것을 새드엔딩의 복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마무리될 수 있겠지만, 깊이 사랑한다면......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면......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다면...... 아무래도 해피엔딩은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군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슬퍼도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저는 충분히 견뎌내고 스텐레스 김의 다음 번 작품을 또 기다릴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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