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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윤계상과 박하선이 어장관리를 한다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윤계상과 박하선이 어장관리를 한다고?

빛무리~ 2012. 1.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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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의 내용은 꽤 복잡했습니다. 윤계상, 김지원, 윤지석(서지석), 박하선, 안종석까지 무려 5명의 서로 다른 감정이 불과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섬세하게 녹아들어가 있더군요. 무능한 제작진이라면 한 두 명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도 벅찬 시간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픔이 느껴져서 가슴이 짠해 올 뿐인데, 묘하게도 방송 후에 뜬 기사에서는 박하선이 어장관리녀가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해 놓았더군요. (해당 기사 링크)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박하선은 물론이거니와 더 심한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윤계상이라는 의견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자로 잰 듯 칼로 자른 듯 분명하기만 할 것이며, 무조건 모 아니면 도일 수가 있겠습니까? 윤지석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이후, 박하선이 윤지석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자기를 도와달라 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윤지석이 먼저 다가서서 그녀가 굳이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주었을 뿐이지요. 박하선의 입장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토록 사양해도 말을 듣지 않는데, 화를 내면서 절교라도 해야 하나요? 동료 교사일 뿐 아니라 옆집 사는 이웃이고, 남녀를 떠나서 좋은 친구인데 그래야 하나요? (저는 넓은 의미로 부부 사이도 친구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독하게 해야만 옳은 걸까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저절로 윤지석을 떠올리고, 어디선가 그가 나타나 도와주지 않을까 기다리게 되고,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그의 모습을 본 듯한 착각에 휩싸이고... 그런 마음이, 어장관리라고 비난받을 이유가 되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지하커플'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그런 박하선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적의 재등장으로 잔뜩 불안해져 있었는데, 오늘 보니 그녀의 마음 속에 윤지석의 존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커져 있음을 알 수 있었거든요. 매 순간마다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본인이 뚜렷하게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 그 마음은 사랑이 맞는 듯합니다. (매회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나오니, 사실 저도 엄청 헛갈리긴 합니다만..;;)

줄리엔의 전세금을 빼앗아간 사기꾼을 발견하고 혼자 매복해 있다가 불량배들에게 끌려갈 뻔했던 박하선은, 마침 분홍색 돼지의 탈을 쓰고 달려와 악당들을 물리쳐 준 윤지석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윤선생님, 이 탈 좀 벗어 보세요. 눈 다 보여요. 윤선생님 눈이잖아요. 윤선생님 맞잖아요!" 윤지석은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끝내 탈을 벗지 않고 달아났지만, 그를 생각하고 의지하는 박하선의 마음은 더욱 커져 버렸습니다. 며칠 후, 양평에서 혼자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난 박하선은,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 채 캄캄한 국도에 발이 묶이고 맙니다. 그래도 혹시나 윤지석이 진희를 통해 자신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하러 오지 않을까, 하염없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어장관리일까요? 아니오, 제가 보기엔 사랑입니다.

한편 윤계상이 어장관리남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는 원래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의사 선생님일 뿐입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윤계상의 마음 속에 이성으로 들어와 있는 여자는 없습니다. 윤계상은 백진희에게 "너를 여자로 좋아한다"는 식의 신호를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간호사들에게 친절한 것과 똑같이, 환자들에게 잘해 주는 것과 똑같이,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원래 자기의 방식대로 진희에게도 잘해 준 것뿐입니다. 툭하면 백진희에게 장난치는 것을 보고 약간은 의심을 했었는데, 지난 회 박하선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리액션이 재미있어서 그랬을 뿐임이 증명되었죠

그리고 저는 '지상커플'을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윤계상은 김지원에 대해서도 이성을 대하는 쪽으로는 마음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원이가 여고생이기 때문이죠. 해가 바뀌어서 이제 그녀도 19세이고, 1년만 지나면 모든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윤계상은 "서점에 갔다가 지원 학생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 있어서, 내 책을 사는 김에 함께 샀다" 며 책을 건네기도 합니다. 김지원은 깜짝 놀라며 "그러잖아도 제가 사려던 책이에요!" 하고 감탄합니다. 이렇게 윤계상은 김지원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친구의 전시회에 함께 가자고 초청했던 이유도 데이트 신청은 아니고 단지 "미술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라서" 그랬던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고 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 주고 싶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지원과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공감하고,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침묵시위를 하고, 함께 독거노인을 돌보고, 함께 로켓을 쏘아 올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윤계상의 마음 속에도 이미 그녀의 존재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계상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얼른 깨닫지 못합니다. 심지어 제야의 종이 울리던 날 밤, 동굴 속에서 마주친 그녀가 새해 인사를 빙자하여 자기 뺨에 기습 뽀뽀까지 했는데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너무 답답해 보이지만 사실 그 이유는 윤계상의 인품이 너무나 고결하기 때문입니다.

전시회에 초대받은 김지원은 설레는 마음에 사촌언니 박하선의 옷을 몰래 꺼내 입고 한껏 성숙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윤계상의 철벽같은 도덕성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윤계상의 대학 동창들과 어울리는 술자리에 따라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에 동참하겠다는 그녀를 떼어내는 윤계상의 태도는 부드럽지만 더할 수 없이 단호하고 완강했습니다. "오늘 참 예쁜데, 이 옷은 스무 살 넘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지금은 교복이 훨씬 더 예뻐요!" 그녀가 자신의 나이와 신분에 걸맞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입니다. 스무 살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으니까요. 어차피 벌써 마음에 씨앗은 뿌려졌고, 따스한 봄이 오면 싹은 움터오게 마련입니다.


제가 보기에 윤계상과 박하선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더없이 진실하고 솔직하고 올바른 사람들인데, 그들이 어장관리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토록 많다니 참 뜻밖이었습니다. 뭔가 조금만 분명치 않다 싶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세상에 뻔뻔한 어장관리 남녀가 많기는 한가 봅니다. 씁쓸한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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