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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김지원-윤계상의 출사여행, 너무 아름다워서 불안해진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김지원-윤계상의 출사여행, 너무 아름다워서 불안해진다

빛무리~ 2012. 1.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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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은 선배로부터 한 폭의 그림을 선물 받습니다. 그런데 눈 덮인 풍경 속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김지원을 꼭 닮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ㅎ)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저는 "지원이구나!" 했습니다.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이 영락없이 김지원이었거든요. 계상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왔던 지원은 그림을 보고 말합니다. "황량한 풍경이네요...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대요. 저 여자는...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아요."

윤계상은 그림을 보건소 벽에 걸어 놓는데, 백진희는 그림을 보자 왠지 마음이 설렌다면서 좋아합니다. 눈으로 가득한 풍경이라서 좋고, 그림 속의 여자는 프레임 밖의 누군가와 곧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말이죠. 역시 백진희는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일 때가 귀엽고 잘 어울립니다. 지난 회에서는 그토록 처절하더니, 오랫동안 우중충해 있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밖에 눈이 펑펑 온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는 강아지처럼 좋아서 폴짝폴짝 뛰더니, 눈 구경을 하러 나가자며 사람들을 잡아 끄는군요.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계상은 마침 종석의 과외를 마치고 돌아가던 지원과 마주칩니다. 윤계상이 눈싸움을 하러 나가자고 팔을 잡아당기는데, 김지원은 단호히 뿌리치며 "싫어요!" 하고 외칩니다. 조금 전까지도 방싯방싯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태도가 확 변하니 윤계상도 좀 당황하는군요. "저는... 눈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러더니 김지원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눈 날리는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쳐 버립니다.

지원의 기면증 치료를 위해 심리적 원인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윤계상은, 지원의 사촌언니 박하선에게 도움을 청하며, 혹시 심한 충격을 받았다거나 기면증의 원인이 될 만한 경험이 지원에게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박하선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는군요. 김지원은 너무 어렸을 때 엄마를 잃었던 탓인지, 워낙 아빠와의 사이가 좋았더랍니다. 두 사람은 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함께 여행도 자주 다녔다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 되던 해, 여름방학이었나봐요. 김지원은 아빠와 함께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습니다. 뉴질랜드의 8월은 눈 덮인 한겨울이었죠.

그런데 오지로 들어서던 아빠의 차량은 갑자기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뉴질랜드 남섬 북부지역은 산지라, 겨울에는 차량 통행조차 거의 없는 곳이었답니다. 당연히 휴대폰도 불통이었죠.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으니, 그 설원에 갇힌 입장에서 보기엔 그야말로 '은빛 지옥'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며칠을 고립되어 있다 보니 식량도 떨어져 가고, 설상가상 라디오에서는 그 지역에 더욱 많은 눈이 내릴 예정이므로 주변의 도로들은 잠정 폐쇄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마지막 길마저 막혀버리겠다고 판단한 지원의 아빠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원아, 잠깐만 여기서 자고 있어. 아빠가 얼른 가서 사람들 데리고 올게.." 지원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싫다고, 아빠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늘 자상하던 아빠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밖엔 너무 추워서 안 돼! 여기서 잠깐만 자고 있으면, 아빠가 사람들을 데려와서 너를 깨울게.." 어린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에게 다짐했습니다. "금방 와야 해, 꼭!"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후, 아빠는 차에서 내려 눈 덮인 황야를 걸어갔습니다. 홀로 차에 남겨진 지원은 아빠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던 아빠는 오지 않았고 끝없이 눈보라만 휘몰아쳤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힘은 아빠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었고, 아빠에 대한 기다림이었고,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이었습니다. 만약 믿음과 희망과 기다림이 없었다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막막한 어둠과 극도의 공포... 그 속에 홀로 던져진 어린 소녀의 목숨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겠지요. 기적처럼 지나가던 차량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김지원이 홀로 차 안에서 보냈던 시간은 꼬박 이틀이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원 학생의 아버님은 어떻게...?" 윤계상이 묻자 박하선이 대답했습니다. "결국 못 돌아오셨어요. 그게... 지원이가 아빠를 본 마지막이었어요..."

김지원은 스쿠터를 빼앗기는 바람에 출사여행을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고 투정을 하는데, 윤계상은 마침 자신이 의료 봉사를 떠나게 되었으니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합니다. 강원도 지역이라 풍경도 좋을 거라면서, 자기가 진료를 하는 동안 지원은 사진을 찍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어떠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여행을 떠나는데, 하필 강원도 지역은 온통 눈 덮인 설원 천지입니다. 차창 밖의 풍경에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듯, 김지원은 무릎에 놓인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두려움을 달래는군요. 오래 전, 아빠를 기다리던 그 때처럼.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모습은 달라져 있습니다. 눈을 그토록 싫어하고 무서워하더니만, 어느 새 아무렇지 않은 듯 카메라를 꺼내들고 여기저기 눈 덮인 풍경을 찰칵찰칵 잘도 찍어대는군요. 그러다가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윤계상과 눈이 마주치자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렌즈의 초점을 맞춥니다. 계상도 미소로 화답하며 포즈를 취해 주고... 이제 그녀는 정말 괜찮은 걸까요?

"아저씨, 오늘... 고마웠어요!"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진 밤이었습니다. 김지원은 차에서 내리며 윤계상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군요. 무엇이 가장 고마웠을까요? 오늘 그는 그녀를 공기 맑은 곳으로 데려가 기분 전환을 시켜 주었고, 멋진 풍경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고마웠을까요?

그 동안 눈 덮인 풍경을 볼 때마다 김지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뉴질랜드의 황량한 은빛 벌판에서 점점 멀어져가던 아빠의 마지막 뒷모습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강원도의 어느 정다운 산골 마을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촌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자기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던 윤계상의 따스한 미소가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김지원에게 하얀 눈은 아빠를 죽인 원수였고, 자신을 이틀 동안이나 은빛 지옥에서 떨게 했던 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처를 치유받은 오늘부터, 그녀의 머릿속에 하얀 눈은 정다운 사랑의 매개체로 기억될 것입니다. 정말 고마운 이유는 바로 이게 아니었을까요.


소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윤계상은 잠시 보건소에 들러 벽에 걸린 그림을 응시합니다. 김지원은 그림 속 여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다"고 말했었죠. 윤계상은 여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이제 윤계상의 눈에도 그 여인은 김지원으로 보입니다. 지원의 아픔이 그의 가슴속에 생생히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통하는 마음... 서로의 가장 깊은 아픔을 알고 있는 이 두 사람은 과연 영혼을 공유하는 소울메이트입니다. 현실 속에서 맺어지든 안 맺어지든, 그 확고한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윤계상과 김지원의 출사여행 장면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촬영했는지 모르겠는데, 뉴질랜드의 눈 덮인 황야 풍경도 섬뜩하긴 하지만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 가장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조금씩 이상한 예감이 밀려듭니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쓰라린 느낌... 송곳처럼 날카로운 아픔과 허전함...... 이번에는 기필코 메인 커플의 운명이 해피엔딩이라 굳게 믿어보려 했건만, 너무 아름다워서...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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