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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진희의 짝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진희의 짝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

빛무리~ 2012. 1. 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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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계상을 향한 백진희의 짝사랑이 절정에 이르면서, 그녀의 꿈이나 상상을 현실처럼 표현한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지난 70회와 71회에서 연달아 그와 같은 장면이 방송되었군요. 하지만 그 내포된 의미는 천양지차로 달랐습니다. 70회에서의 상상씬들은 모두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71회에서 진희가 꾸는 꿈은 그녀의 짝사랑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70회의 상상씬에서 윤계상은 백진희에게 느닷없이 터프한 사랑 고백을 하고, 온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결혼 선포까지 합니다.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던 백진희는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 떠나지만, 윤계상은 머나먼 파리까지 쫓아와서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했죠..ㅎㅎ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은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하고 인위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에, 현실로 착각할 여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백진희의 자아도취적인 상상임을 즉시 눈치챌 수가 있었죠.

곧바로 이어진 71회에서 윤계상은 일주일간 원주 보건소에 의료지원을 나가느라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고 백진희에게 말합니다. 다음날, 백진희는 그가 떠나기 전에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이고 싶었던지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헐레벌떡 보건소에 도착했지만, 윤계상은 한 발 먼저 원주로 출발한 후였습니다. 그 웃는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라도 할 수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요? 백진희의 마음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항상 옆에서 보면서도 가슴을 졸였는데, 정작 못 보게 되니 날마다 속이 타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러다 결국 고열로 쓰러지고 말았군요. 저건 100% 상사병입니다.

보건소에 출근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축 늘어져 앓고 있는데, 뜻밖에도 문 밖에서 줄리엔이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윤계상이 서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러 잠깐 올라온 김에 집에 들렀다는 겁니다. 온 몸이 고열로 쑤시고 아파서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백진희는 그 남자의 얼굴 한 번 보겠다고 꾸역꾸역 일어나서 동굴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갑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도착했지만, 윤계상은 또 한 발 먼저 집을 나가 버렸군요. "보건소에 들렀다 간다고 했어요" 윤지석(서지석)의 말에 백진희는 쓰러질 듯한 몸을 다시 일으켜 보건소로 향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지만, 윤계상은 또 한 발 먼저 나가버린 후였습니다. 언제나 그는 한 발 앞서고, 그녀는 한 발 늦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계속 그렇게 엇갈립니다.

상심해서 집에 돌아온 백진희에게 줄리엔은 약 봉투를 건네주며, 윤계상이 그녀를 위해 일부러 찾아와서 약을 전해주고 갔노라 말합니다. 찾아다니지 않고 집에 그냥 있었더라면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거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윤계상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데 지칠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버스 정류장까지 쫓아가서 간신히 붙잡는데 성공했군요. 잠옷 바지 위에 허름한 스웨터 하나만 걸치고 한겨울 밤바람을 맞으며 휘청휘청 걷는 백진희의 모습은 몽유병이 발작한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람이 그보다 더 비참하고 처량할 수는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윤선생님..." 희미한 외침소리를 용케 알아들은 윤계상은 그녀의 몰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달려옵니다. "진희씨! 아니 이게 웬..."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백진희는 손을 들어 느닷없이 그의 뺨을 후려치는군요. 하여튼 그토록 불쌍한 와중에도 온전히 불쌍해하는 감정에만 빠져있을 수 없도록, 절묘한 타이밍에 비호감 행동을 꼭 한 가지씩은 곁들여 주는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워낙 고열에 들떠 있었고, 하루종일 그를 찾아다니느라 진이 다 빠져서 제정신도 아니었을 테니까 순간의 실수로 봐줄 수도 있긴 합니다. 어제의 편지 사건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의사인 윤계상은 웬일인지 열이 펄펄 끓는 그녀를 얼른 따뜻한 집이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찬바람 부는 버스정류장 벤치에 그냥 놓아둔 채 보살피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머리를 자기 무릎에 올려놓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는 등 제법 자상하게 보살피는군요. 백진희가 정신을 차리자 윤계상은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아까 나, 왜 때린 거예요?" 하고 묻습니다. "죄송해요. 너무 못 봐서...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백진희의 대답을 듣고 윤계상은 싱긋 웃습니다. "봐요. 내가 뭐랬어요. 나 되게되게 보고싶을 거랬죠?" 그러자 백진희도 부인하지 않고 솔직하게 시인합니다. "네. 진짜..."

고백하는 건가?? 윤계상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백진희로서는 그만하면 가장 진실한 사랑 고백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거 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저는 갑자기 바짝 긴장했습니다. 곧이어 백진희는 그토록 주고 싶었지만 줄 수 없었던 눈물의 빨간 장갑을 꺼내어 드디어 그의 손에 전달합니다. "이거... 별 거 아니지만 제가 직접 뜬 거예요.." 윤계상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 장갑을 받아 끼고는,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합니다. "따뜻해요... 따뜻하네요!"

그 장면을 볼 때 저는, 약간 과장을 보태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만약 그게 진짜라면, 제가 이제껏 확실하다고 믿어왔던 러브라인은 완전히 빗나가게 되는 셈이었거든요. 병든 몸으로 한겨울에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진실한 사랑을 고백하는 백진희... 그리고 무엇보다 그 빨간 장갑... 왠지 그 장갑이 윤계상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사랑이 이루어질 것을 암시한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니야... 저럴 리가 없는데??) ... 윤계상이 장갑을 받아 끼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다 말하고, 곧이어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고, 멀어지는 버스 뒤편에서 백진희가 머리 위로 팔을 올려 커다란 하트 표시를 하는 것까지... 저는 그 과정들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설마... 저게 진짜란 말이야??)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백진희는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자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하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윤선생님, 진희를 여기까지 업고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왜 아픈 애가 거기까지 갔을까??" 아, 그럼 그렇지... 현실처럼 리얼하게 표현되었지만, 그것은 백진희의 꿈이었습니다. 꿈 속에서는 고백도 하고 빨간 장갑도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고백도 못하고 장갑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생뚱맞게 따귀만 한 대 갈겼을 뿐입니다.

의문이 풀리지 않는 듯, 윤계상이 박하선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진희씨는 저한테 무슨 화난 일 있나봐요?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뺨을 때리더니 그대로 기절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박하선이 놀라서 중얼거립니다. "뺨을요? 왜요? .. 맨날 개매너라고 욕하긴 했었는데.." (그러다가 흠칫한 박하선, "죄송해요" 하고) 윤계상은 비로소 이유를 알겠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자기 뺨을 어루만집니다. "아... 그럼 진짜 개매너라서 맞은 건가..;;"

언젠가 백진희는 윤계상의 블로그에 익명으로 악플을 잔뜩 달아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윤계상은 아마도 자기가 가끔씩 짖궂은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는 것 때문에 그녀가 자기를 진짜 얄미워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백진희는 그의 면전에서 대놓고 개매너라 부른 적도 있고, 툭하면 하얗게 눈을 흘기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좀전에는 고열에 들떠서 비몽사몽하고 있었으니, 마치 취중진담처럼 무의식중에 뺨을 때렸을 거라고, 윤계상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만 합니다. 안타깝지만 백진희의 진짜 속마음은 전혀, 조금도 그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백진희는 계속 꿈을 꿉니다.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윤계상이 문득 돌아보고는, 빨간 장갑을 낀 손으로 하트 표시를 만들어서 자신의 하트에 응답해 주는 달콤한 꿈을 꿉니다. 하지만 그것은 꿈입니다. 차라리 그런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약간이나마 가능성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허무한 꿈 속에서 그렇게 이루어져 버린 사랑은 현실로 돌아와 다시 이룰 수 없습니다.

어쩌면 윤계상을 향한 짝사랑은 백진희가 지금 앓고 있는 열병과도 같은 게 아닐까요? 병은 어차피 앓을 만큼 앓아야 낫는 것이고, 이만큼 심하게 아팠으니까 머지않아 그녀는 다시 건강해질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 나타날 테니까요. 이 또한 거의 확실한 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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