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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비호감 캐릭터가 너무 많다. 백진희까지 합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비호감 캐릭터가 너무 많다. 백진희까지 합세?

빛무리~ 2012. 1. 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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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그들이 할머니의 명복을 비는 의미로 밤하늘에 로켓을 쏘아 올리던 것과 같은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지요.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짜임새나 퀄리티는 전작들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솔직한 제 감상입니다.

무엇보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예전 작품에서는 고작 한 두 명쯤 발견되던 밉상 캐릭터가 이번 작품에는 너무 수두룩하게 많다는 겁니다. 연령대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인지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완전 극과 극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그냥 대충 봐도 한쪽 진영은 호감이고 다른 한쪽 진영은 비호감입니다. 제가 볼 때는 러브라인의 중심이 되는 메인 캐릭터들만 호감이고, 주변에서 받쳐주는 서브 캐릭터들은 대부분 비호감인 듯 싶더군요.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때로는 참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쓴소리를 좀 하고 싶어졌어요.

안내상 일가 4명은 모두 비호감군에 포함됩니다. 안내상 캐릭터는 최근에 아주 많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원래 지니고 있던 비호감 대표주자 포스가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지요. 그의 아내 윤유선도 별로 호감형은 아닙니다. 옆집 남자 줄리엔이 샤워하는 모습을 턱 괴고 앉아서 구경하지 않나, 웬 불량품 믹서기를 잔뜩 구해다 팔면서 사고를 치지 않나, 이상한 행동들을 곧잘 저지르곤 하지요. 안수정(크리스탈)은 빵꾸똥꾸 해리의 여고생 버젼인데, 늘씬하게 다 큰 아이가 꼬마처럼 매일 떼쓰고 이기적으로 구니까 오갈데 없는 밉상입니다. 안종석이 그나마 제일 낫긴 한데, 김지원을 짝사랑하는 마음의 순수함을 제외하면 도무지 멋대가리 없는 뻣뻣한 녀석입니다. 매력으로 따지면 착하고 다정다감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그의 친구 강승윤이 훨씬 낫지요. (이 모든 평가는 어디까지나 캐릭터를 말하는 것일 뿐, 연기자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안내상 일가의 캐릭터가 비호감스러울수록, 윤계상과 윤지석(서지석)의 캐릭터는 점점 멋있어져만 갑니다. 그러잖아도 총각 처남 두 명이 뼛골 빠지게 일해서 대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얹혀 사는 식구들은 가능한 한 염치있게 행동해도 모자랄 판에 툭하면 사고나 치고, 철딱서니 없는 종석과 수정은 툭하면 삼촌에게 매달리며 용돈 달라고 보채기나 합니다. (새로 시작한 안내상의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지는 모르나, 빚을 갚는 데만도 한참 걸릴테니 당분간 생활에는 별로 보탬이 안될 듯 싶군요) 그런데도 이 두 총각은 한 마디 불평 없이, 생활비 대는 것만도 빠듯할텐데 조카들한테 용돈까지 펑펑 쓰면서 천사같은 위용을 자랑합니다. 어쨌든 총각들이 멋있으니 좋긴 한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캐릭터 분배가 너무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옆집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백진희의 캐릭터가 70회에서 급격히 비호감 노선을 타기 시작했거든요. 자기가 시험 볼 때 컨닝하다가 들켜 놓고는 괜히 윤계상의 웃는 사진에 침을 뱉는다거나, 박하선과 김지원네 집에 공짜로 얹혀사는 입장에서 고시원 동료였던 고영욱을 불러다가 냉장고의 반찬들을 푹푹 퍼주는 식의 뻔뻔스런 민폐행각 때문에 짜증날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크게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워낙 어렵게 살다 보니까 다급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니까... 그 정도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박하선의 서랍에서 윤지석이 보낸 편지를 마음대로 꺼내 읽고, 그것도 모자라서 칠렐레 팔렐레 들고 다니다가 부엌에 흘리는 등의 무개념 행동은 아무리 백 번 다시 생각해도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습니다. 화장솜을 빌리러 왔으면, 서랍을 열었을 때 다른 물건이 보이더라도 그냥 화장솜만 집어가면 그뿐이지, 왜 남의 편지를 제멋대로 꺼내서 읽습니까? 또 읽었으면 얼른 제자리에 다시 놓아둘 일이지, 왜 들고 나와서 마루와 부엌을 왔다갔다 하며 흘리고 다닙니까? 공동 생활에 있어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예의인데 왜 지키지 않는 걸까요? 오늘 백진희가 저지른 짓은, 당장 짐 싸들고 쫓겨나도 할 말 없을만큼 큰 잘못입니다. 웃으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란 말이죠. 워낙 물러터진 박하선은 그냥 넘어가겠지만요.

안수정의 무개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남의 사생활이 담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서 온 가족이 돌려보게 하는 못된 행동은 실컷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습니다. 빵꾸똥꾸 해리는 나이가 어리니까 어떻게든 잘 가르치면 성격 좋은 아이로 자랄 수 있겠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이 녀석은 벌써 머리가 다 커버린 데다가 워낙 고집도 세고 좀처럼 뉘우칠 줄을 모르기 때문에 별로 가망성이 보이질 않습니다. 머지않아 '애정만만세'의 변주리(변정수) 같은 여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남편은 매일 야근하느라 등허리가 휘는데, 대책도 없이 허구헌날 명품 쇼핑하고, 보톡스 맞고 맛사지 받고, 누굴 만났다 하면 남의 뒷담화나 하고, 카드빚이나 잔뜩 지고... 그런 게 하는 일의 전부인 여자 말입니다.  

지석과 하선이 근무하는 학교에도 비호감 캐릭터는 빠질 수 없습니다. 어째서 얼굴 예쁜 박하선은 맘씨도 착하고, 예쁘지 않은 박지선은 하는 짓도 밉상일까요? (이것 참, 예전부터 마뜩찮은 부분이었습니다. 김병욱 PD도 외모 편견에 사로잡혀 있나?) 줄리엔의 방을 구해주는 것은 원래 자기 일이었는데 덥석 박하선에게 떠맡겨 버리는 바람에 사기를 당하게 만들고, 툭하면 햇빛 알레르기 있다면서 남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커튼을 쳐 버리고, 허구헌날 깐죽대는 말투로 사람 콕콕 찌르고... 하여튼 박지선의 밉상 행동도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착한 줄리엔과 연애를 시작하면 좀 나아질까요? 농구시합 때 한 팀이 되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의외로 썩 잘 어울리기도 하더군요.

비호감 캐릭터가 너무 많으면 저절로 짜증이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시트콤은 웃자고 보는 건데 말이죠. 다만 '슬픔'의 감성은 끼어들어도 괜찮습니다. 웃음 사이에 슬픔을 절묘하게 끼워넣는 것... 원래 그것이 김병욱 시트콤만의 독특한 매력이니까요. 하지만 슬픔과 짜증은 별개입니다. 슬픔에는 카타르시스가 있지만, 짜증에는 아무런 긍정적 효과가 없습니다. 시청하면서 짜증나는 일이 잦아지면, 점점 보기가 싫어집니다. 70회에서 지나치게 도를 넘은 백진희와 안수정의 무개념 행동은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젠 제발 비호감을 줄이고, 각 캐릭터의 행동마다 이해할 수 있는 개연성을 좀 확보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더구나 백진희는 러브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 캐릭터인데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품성을 위해서도 시청률을 위해서도 그 편이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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