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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윤계상과 서지석, 두 형제의 근본적 차이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윤계상과 서지석, 두 형제의 근본적 차이점

빛무리~ 2012. 1.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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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에서 제가 주목한 인물은 윤지석(서지석)이었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형 윤계상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예전부터 조금씩 의아하다고 생각하며 주목해 온 부분이 있었지요. 그 의문이 이번의 세뱃돈 에피소드를 통해 약간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백진희 에피소드에 관한 저의 의견을 잠깐 말해 본다면, 그녀의 순진한 망상과 도끼병이 좀 어이없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부분은 전혀 없으니까요. 윤계상이 특별히 자기의 생일을 기억하거나 챙겨줄 이유가 없는데도 혼자 망상에 빠져서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은, 눈먼 짝사랑에 판단력이 흐려져서이기도 하지만, 평소 지나치게 친절하고 모든 사람을 잘 챙기는 윤계상의 성품에도 원인이 있을 겁니다. 참치캔 선물세트는 누가 보더라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돌린 명절 선물의 전형적 예인데, 생일 선물로 착각하고 온갖 상상을 하다가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인터넷 검색까지 하는 모습은 웃기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하더군요. 아마 직장 생활이 처음이라서 잘 몰랐나 봅니다.

철부지 여고생 안수정은 갖고 싶은 겨울 코트 한 벌을 찜해두고는, 이번 설날을 기회로 어른들에게서 톡톡이 세뱃돈을 뜯어내겠다고 벼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곱게 한복까지 차려입은 설날 아침에 된통 혼날 일이 생기고 말았네요. 예전에 학원 등록비로 받은 돈을 빼돌려서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친구의 엄마가 윤유선에게 전화를 걸면서 그 사실이 들통났거든요. 노발대발하는 안내상과 윤유선을 피해 한복 치마를 펄럭거리며 도망친 안수정은 일단 옆집의 지원이네 방으로 숨어듭니다.

그런데 얄미운 오빠 안종석이 문자를 보내서 약올리네요. "이걸 어쩌냐. 작은삼촌 보너스 나와서 오늘 세뱃돈 인심 후한데... 하지만 너는 집에 오면 최소 사망. 엄마 아빠 몽둥이 갈고 있음.." 그 말을 듣고 어떻게든 삼촌의 후한 세뱃돈을 받고 싶어진 수정이는 갖은 방법을 고안하여 윤지석에게 세배를 합니다. 김지원을 대신 보내서 대리 세배를 시키기도 하고 (진짜 웃기는 장면이었죠..ㅎㅎ), 동영상으로 세배하는 모습을 찍어서 휴대폰 메시지로 보내기도 하고, 창문 밖의 길거리에서 세배를 하기도 하지만 윤지석은 받아주지 않습니다. 전방 2미터 내에서 바짝 엎드려 5초간 유지해야만 인정해 주겠다는 지석의 요구를 듣고, 수정은 몰래 집안으로 들어와 삼촌에게만 세배를 하고 나가려 했지만, 결국 안내상에게 뒷덜미를 잡히고 마는군요.

"삼촌... 설마 함정 판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빠 손에 붙잡혀 질질 끌려 나가며 난리치는 수정이를 보고, 지석은 어른답게 씨익 웃으며 "혼날 건 혼나야지!" 하고 말하네요. 잠시 후, 엄마 아빠한테 호되게 혼난 수정이가 다락방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윤지석이 올라와 두툼한 세뱃돈 봉투를 건넵니다. 아직도 분이 안 풀린 수정은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누가 이런 거 주면 좋아할까봐? 됐어!" 하고 싸가지 없게 굴지만, 지석은 탓하지도 않고 "짜식~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하면서 굳이 봉투를 쥐어주고 나가는군요. 봉투를 열어 세뱃돈을 세어보던 수정의 얼굴에 점차로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무려 15만원이네요. 윤지석은 평소에도 조카들에게 용돈 인심이 후한 삼촌인데, 모처럼 설날이 되었으니 조금 더 마음을 쓴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에피소드가 있을 때마다, 집안을 이끌어가는 실질적 가장이며 윤지석보다 손윗사람인 큰삼촌 윤계상의 존재가 쏙 빠져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더구나 윤계상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한없이 베풀어주는 캐릭터인데, 유독 조카들을 살갑게 챙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군요. 그런 역할은 항상 윤지석의 몫이었죠. 작은삼촌은 만날 지갑을 열어서 용돈도 주고, 상품권도 주고, 노트북도 사주고, 세뱃돈도 엄청 많이 주고 그러는데, 큰삼촌은 바깥 일로 바빠서 세배조차 받지 않은 모양입니다. 집안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윤계상의 존재감이 없는 편이에요.

"어려서부터 형하고 나하고는 같은 윤씨라는 것 말고는 닮은 점이 없었어요.." 라고 말하던 윤지석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형제는 참 많이 다른 캐릭터입니다. 물론 둘 다 좋은 사람이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윤계상은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없어도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쏟으며, 넓은 세상을 두루 보살피려는 사람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르완다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결심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일종의 성직자 같은 캐릭터지요.

저는 요즘 윤계상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는데,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이었던 故이태석 신부입니다. 그분도 원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의사이셨다는 점에서 윤계상의 캐릭터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서른에 새로운 뜻을 세워 신학대학에 입학했고,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러 마흔 살의 나이로 신부가 되었습니다. 6월에 사제서품을 받고 나서 곧바로 그 해 11월에 아프리카 수단의 남부 톤즈(Tonj)로 떠났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는 수단의 남부 톤즈는 인종 갈등으로 인한 내전(內戰)이 오래 계속되고 있는 지역이며,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황폐화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톤즈의 이러한 상황은 윤계상이 떠나려는 그 곳, 르완다의 상황과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습니다. 르완다도 역시 인종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오래 계속되고 있으며 수시로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이거든요.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와 같은 연상작용이 제 머릿속에 일어나면서, 윤계상 캐릭터의 (현실적인) 해피엔딩은 어려울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석 신부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될 듯한 느낌...;; 자기 집안과 가족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손잡아 일으켜 주고 싶은 것이 윤계상의 꿈입니다. 바로 그 꿈을 위해 오랫동안 차분히 르완다행을 준비해 왔지요.

누나가 그렇게 선 보라고 닥달을 하건만 극구 사양하는 이유는, 괜히 튕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결혼 생각이 없어서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와 같은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최우선적으로 자기 가족을 챙겨야 할 의무가 있지요. 이와 같은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 가족은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뜻이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났다 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또 문제가 달라지니까요. 판단력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무작정 부모와 똑같이 희생적인 삶을 강요하는 것도 부당한 일이고, 그렇다 해서 제 자식을 먼저 챙기다 보면 애초에 꿈꾸던 삶과는 차츰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윤계상이 한 여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알콩달콩 제 식구만 챙기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이제 상상이 되질 않는군요. 제가 꾸준히 응원해 왔던 '지상커플'에게 예견하는 최상의 해피엔딩은 더 이상 두 사람의 결혼이 아닙니다. 눈빛만 보아도 마음이 통하는 영혼의 동반자로서, 남다른 인생의 뜻을 함께 하고 언제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로서, 같이 르완다로 떠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지원은 필히 의과대학으로 진학할텐데 아마도 윤계상과 같은 학교의 후배가 될 듯 싶고요. 시기적으로는 많이 늦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르완다에 있던 윤계상이 잠시 귀국하여 김지원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겠군요. 물론 그 과정 중에 갑작스런 죽음이 닥쳐오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런 형과 달리 윤지석이라는 남자는 매우 평범하고 가정적입니다. 그의 시선은 윤계상처럼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사랑하는 한 여자와 피를 나눈 가족들뿐입니다. 그저 생활비만 대고 있을 뿐 가족들을 일일이 살갑게 챙기지 못하는 윤계상보다는 수시로 조카들에게 용돈도 쥐어주고, 필요한 물건들도 사주고, 뚝딱거리면서 다락을 개조하여 수정이 방도 만들어주는 윤지석 같은 자상한 남자가 확실히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더 바람직합니다.

사랑하는 여자 박하선에게는 또 얼마나 지극정성인가요? 사귀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박하선은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생리 언제예요?" 라는 문자로 시작되었던 가짜 생일 에피소드에서는 비누와 향수 등을 받았고, 진짜 생일에는 데이빗 란츠의 귀한 공연 티켓을 받았습니다. 옆자리에서 코를 골며 잠들었던 고영욱 때문에 공연 감상을 망치고 돌아왔지만, 깊은 밤 편의점에서 다시 마주친 윤지석으로부터 샴페인과 케이크를 선물받으며 생일을 한껏 즐길 수 있었지요.

윤지석은 그녀의 목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싸구려 금속 목걸이를 몰래 백금으로 바꿔주었고, 설사의 복통에 시달리는 그녀를 위해 화장실 문을 때려부쉈고, 수십만원에 달하는 수리 비용도 자기가 부담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트리 밑에 있던 선물들 중 귀걸이가 박하선의 몫으로 돌아갔는데, 신기하게도 그것은 윤지석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었죠. 이렇게 윤지석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녀에게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주고 싶어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입니다. 

윤지석이 살갑게 챙기는 사람은 박하선과 가족들 뿐입니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친절하거나 잘해주는 것을 본 기억이 없군요. 남의 일에는 별로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윤지석의 캐릭터가 평범한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최고의 남자죠. 연애할 때도 최고의 연인이고, 결혼한 후에도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기필코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한 결혼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하커플'의 무난한 해피엔딩을 예상하며,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윤계상과 윤지석, 두 형제는 서로 정말 다른 사람들이지만, 둘 다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나요? '하이킥3'가 끝나면 어디에서 또 이렇게 멋진 남자들을 찾아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아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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