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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백진희의 빨간 장갑과 낑깡 화분의 의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백진희의 빨간 장갑과 낑깡 화분의 의미

빛무리~ 2012. 1.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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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춥던 어느 겨울 날, 백진희는 치매에 걸려서 길을 잃고 헤메는 할아버지 한 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죠. 그 할아버지는 헤어질 때 그녀의 손에 씨앗을 쥐어 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잘 키워 봐..." 그 선물은 할아버지가 진희에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녀 혼자 힘으로는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드릴 수가 없어서 윤계상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은 그 씨앗 화분을 자기들의 공동 소유라 생각하고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진상'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그것은 백진희 혼자만의 것이었습니다.

씨앗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염려했었지만 다행히 화분에서는 싹이 움텄고, 진희는 그것을 계상과 자기의 사랑의 새싹이라 여기고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을 볼 때마다 사랑에 대한 희망과 기대도 커져만 갔습니다. 그 씨앗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던 진희는 새싹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자문을 구하는데, 아마도 방울토마토인 것 같다는 답변이 올라왔군요.

진희는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진상아~!" 하고 정답게 부르며 말을 건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애틋한 짝사랑을 '진상이'에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진상이가 무럭무럭 자라나 빨간 방울토마토가 열리면, 그것을 계상과 알콩달콩 나눠 먹는 상상을 하며 백진희는 그저 행복합니다.

임시직 신분임에도 잦은 야근을 군말없이 기쁘게 했던 이유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라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던 탓이겠지요. 윤계상은 그토록 성실하게 일을 도와주는 백진희에게 감사의 뜻으로 뮤지컬 공연을 보여주겠다 제안합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릴 만큼 진희는 벅찬 기쁨에 들떴는데, 설상가상 박하선은 뮤지컬 관람이 데이트의 정규 코스라는 말을 해서 진희의 마음을 더욱 부풀게 합니다.

공연장에 들어가서도 윤계상의 배려심은 따스하기 그지 없습니다. 예쁘게 입는답시고 신경쓴 탓에 진희의 옷차림이 너무 얇아서 추위에 떠는 것을 보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무릎에 덮어 주는군요. 공연을 보고 나와서 진희가 외투를 돌려주려 하자, 계상은 추우니까 잠깐 더 입고 있으라며 그녀의 어깨에 다시 걸쳐 줍니다. 계상이 커피를 뽑으러 가는 동안, 진희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진상아...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니? 너무 따뜻해서 눈물날 것 같아..."

윤계상이라는 남자를 마음에 품기 시작한 후, 한 번이라도 이처럼 따스한 날이 있었을까요? 언제나 응답없는 짝사랑에 가슴만 시렸을 뿐이죠. 너무 행복해서 불안해하는 백진희의 예감은 잔인하게도 너무 빨리 현실화되고 말았습니다. ("예감이란... 참 이상하다!") 우연히 마주친 윤계상의 후배를 통해서 백진희는 그가 머지않아 르완다로 장기 의료봉사를 떠날 계획임을 알게 됩니다. 김지원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진희는 아직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죠.

"선생님... 르완다에 가신다고요?" 그녀의 질문에 윤계상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합니다. "네, 3월쯤에...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던 거예요.." 충격받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진희는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는 계상의 제안을 뿌리치고, 있지도 않은 볼일 핑계를 대면서 곧바로 차에서 내리고 맙니다.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찬바람 부는 낯선 밤거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의 차를 바라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날 것처럼 따뜻하던 가슴이, 지금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춥고 시리기만 합니다.

진희는 화분 '진상이'를 바라보며, 방울토마토가 채 열리기도 전에 떠나버릴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녀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진상이가 조용히 말을 걸어 오는군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어떤 것도 확실한 건 없어요. 사실은 제가 방울토마토가 아니라 낑깡인 것처럼요!" 토마토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낑깡이었다니, 이것도 나름대로 충격적인 반전(?)이군요. 놀랍게도 백진희는 진상이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눈물을 멈추고 씩씩한 모습으로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다음 날,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윤계상과 마주친 백진희는 그의 손에 빨간 장갑을 건네줍니다. 오직 그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아끼던 니트를 풀어 자기 손으로 정성껏 만들었으나, 자꾸 초라해지고 위축되는 마음 때문에 주지 못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만 있던 것입니다.

"따뜻하고 좋은데요... 고마워요!" 아무 눈치도 못 채고 그냥 장갑을 낀 채 미소만 짓는 계상을 보며 진희가 말합니다. "선생님 드리려고 제가 직접 뜬 거예요... 그거 잊어버리시면 안 돼요!" 그 말에 계상이 웃으며 대답합니다. "'잊어버리다'가 아니라 '잃어버리다'죠. 절대 안 잃어버릴게요! ㅎㅎ" 그러나 진희는 정색을 하고 진지한 어조로 다시 말합니다. "잃어버리셔도 안 되고, 잊어버리셔도 안 돼요. 제가 뜬 거니까... 아셨죠?"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 '빨간 장갑'은 '백진희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제 그 장갑이 윤계상에게 전달되었으니, 그녀의 간절한 사랑도 함께 전달된 걸까요? 그 장갑을 건네줄 때 진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이젠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그에게 다가서겠다는, 혹은 붙잡겠다는 마음이었을까요? ...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그런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선생님, 좋아해요!" 가 아니라 "잊어버리시면 안 돼요!" 라고 말한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윤계상이 르완다로 떠나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달했다면 그 장갑은 '적극적인 사랑의 시작'을 의미했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윤계상은 르완다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수개월간 그를 곁에서 지켜보아 온 백진희도 알고 있겠지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고... 결코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고... 이제 백진희가 그에게 바랄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먼 곳에서도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계상은 그 장갑 속에 들어있는 진희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끝내 알지 못할 것이고, 진희도 더 이상 그가 알게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잃지 말고, 잊지도 말고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는 몰랐지만, 그녀의 사랑은 진짜였으니까요. 틈틈이 엿보이던 순진한 착각의 정도로 보아 진희에게는 이것이 첫사랑이었을 듯 싶군요. 가장 순수하고 애틋했던 첫사랑을 떠나보내며, 서글프게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이 오히려 편안해 보였던 것은 저만의 느낌이었을까요?

화분의 새싹은 빨간 장갑과 마찬가지로 '진희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생각해 왔던 것과는 그 실체가 다르군요. 방울토마토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낑깡이었던 겁니다. 이는 진희의 진짜 사랑이 윤계상이 아니었음을 뜻합니다.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그녀에게 좋은 일이 있을 듯 싶네요. 씨앗을 선물해 주신 할아버지의 당부대로, 이제 다가올 사랑은 부디 예쁘게 "잘 키워 봐..." 야 할텐데요. 가슴 시린 짝사랑을 끝내고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게 될 백진희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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