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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이종석의 짝사랑, 정일우-윤시윤과는 어떻게 다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이종석의 짝사랑, 정일우-윤시윤과는 어떻게 다를까?

빛무리~ 2012. 1.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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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시트콤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하이킥 시리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발칙한 공통점이라면 언제나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삼촌과 조카가 연적(戀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삼촌은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엘리트 훈남이고, 조카는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물의 청춘입니다. 이들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아직 어리고 기반을 갖추지 못한 조카가 절대적인 약자입니다. 언제나 조카는 그녀에 대한 짝사랑으로 혼자 가슴이 타들어가지만, 무심한 삼촌은 한 번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합니다. 참으로 기묘한 삼각관계죠.

세 번의 하이킥 시리즈를 통틀어, 저는 한 번도 조카의 사랑을 응원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짝사랑이 아무리 순수하고 예쁘게 그려져도, 그저 청춘의 열병처럼 뜨겁게 앓고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운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심사는 언제나 삼촌 쪽의 사랑에 집중되어 있었고, 혼자 애태우는 소년들의 사랑에는 비교적 무관심한 편이었지요. 그런데 '하이킥3' 84회에서 윤계상-김지원-안종석의 삼각관계(?)가 비로소 본격화되는 것을 보고는, 문득 그 청춘들의 짝사랑 계보를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84회의 내용을 간략히 짚고 넘어갈까요? 안종석은 거짓말탐지기 놀이를 통해서 김지원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김지원은 종석의 어린시절 사진을 보더니 갖고 싶다며 휴대폰으로 찍어가고, 그 이야기를 들은 강승윤은 "지원이가 너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며 종석의 마음을 부풀게 합니다. 때마침 김지원은 고등학생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며 윤계상의 보건소에서 봉사할 것을 자원하고, 한껏 기분이 좋은 안종석은 아침 저녁으로 그녀를 스쿠터에 태워 보건소로 출퇴근시켜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석은 지원의 담임교사인 작은삼촌 윤지석(서지석)으로부터 뜻밖의 정보를 듣게 되었군요. 지원이가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이미 오래 전에 모두 채웠다는 사실이었지요.

뭔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종석은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보건소를 방문하는데, 진료실 안에서 큰삼촌 윤계상과 김지원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는 가슴아픈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가 자기의 어린시절 사진을 가져간 이유는 자기 때문이 아니라, 그 뒤에서 어린 조카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던 고등학생 시절의 삼촌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지난 크리스마스 때 추위에 떨며 길거리 공연을 펼쳐서 돈을 모으더니, 그것을 몽땅 삼촌에게 갖다 주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삼촌이었던 겁니다. 종석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시작되었군요.


1. 거침없이 하이킥 : 서민정-이윤호(정일우) - 말도 안 되지만, 형언할 수 없는 강한 이끌림 

20대 후반의 담임 여교사를 향한 고등학생의 짝사랑... 누가 봐도 실현 가능성 제로의 말도 안 되는 커플 같았습니다. 물론 본인이야 심각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진지하게 고민할 것도 없는 치기어린 풋사랑에 불과하다 싶었죠. 그러나 갈수록 절절하게 깊어지는 윤호의 사랑에는 묘한 이끌림이 있었습니다. 그저 잠깐 앓고 스쳐지나갈 열병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후반으로 갈수록 짙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서민정은 윤호의 삼촌 이민용(최민용)과 깊은 연인 관계로서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기에, 윤호의 짝사랑이 아무리 애절해도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삼촌하고 결혼하지 마세요!" 이 당돌한 소년은 노골적으로 사랑 고백까지 했지만, 서민정은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쯤으로 여기고 빙그레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미칠 것 같은 소년의 마음...

결국 최민용과 서민정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민용의 전처 신지 때문이었지요. 어차피 온갖 반대와 어려움을 무릅쓰고 결혼한다 해도 행복하기는 어려운 커플이었습니다. 친구를 위해 사랑을 포기한 서민정은 시골의 여자 중학교로 전근을 갔고... 그 곳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이 조용히 흐르던 어느 날, 아무 약속도 없이, 우연히, 거짓말처럼, 학교 운동장에서 윤호와의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정처없는 여행을 하며 사랑의 열병을 식히던 윤호가, 우연히 지나치다 무심히 들러 본 그 학교에 민정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서로를 알아 본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엔딩.

그 엔딩으로 보면 뜻밖에도 '거침킥'의 메인커플은 '민용-민정'이 아니라 '윤호-민정'이었습니다. 잠깐 스치는 청춘의 열병이며 치기어린 풋사랑이라고 무시했던(?) 윤호의 사랑이 사실은 진짜 운명이었음을 뜻하는 것이죠. 물론 이들의 결합도 현실에서는 어렵습니다. 삼촌과 그토록 깊이 사랑했던 여자를 조카가 아내로 맞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열린 결말로 처리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시종일관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이윤호는 마지막 순간에도 주인공이 되었고, 다른 두 소년의 짝사랑에 비해서는 훨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셈입니다.


2. 지붕뚫고 하이킥 : 신세경-정준혁(윤시윤) -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만 아팠던 엇나간 인연

많은 사람들로부터 '준세커플'이라는 명칭으로 사랑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던 커플입니다. 18세와 20세... 두 살 정도의 나이차는 별 것 아니니까, 오히려 윤호-민정보다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신세경이 처한 상황 때문에 저는 결코 이 둘은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준혁과 사랑하게 되면, 그러잖아도 막막하고 힘겨운 세경의 인생이 더욱 더 힘들어질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어린 동생 신애를 데리고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만도 벅찬 세경인데, 준혁이가 자기 앞가림이라도 할 수 있게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아무리 짧게 잡아도 4~5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텐데, 그 동안 세경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준혁이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기다리면 되는 걸까요?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들통나기라도 하면 준혁이 엄마 오현경은 당장 세경과 신애 자매를 집에서 내쫓아 버릴텐데, 그러면 갈 곳 없는 세경과 신애를 책임지거나 도와줄 능력은 준혁에게 있었나요? 

준혁과 세경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한 일이었습니다. 반면 삼촌 이지훈(최다니엘)은 세경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줄 수 있었지요.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지세커플'을 응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세경의 캐릭터에 몰입해 있던 저로서는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떠나기 전의 마지막 인사로 세경은 준혁에게 키스를 허락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날카로운 비수처럼 소년의 가슴을 그어버렸습니다. 빗속을 달리던 차 안에서 지훈과 함께 생을 마감한 세경... 그녀가 삼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준혁도 알고 있었지요. 그렇게 삼촌과 함께 떠나버린 그녀를 추억할 때마다, 준혁의 가슴에는 그녀가 남겼던 마지막 입술의 감촉이 날카로운 상처가 되어 오래도록 깊은 통증을 남길 것입니다.


3. 하이킥3 : 김지원-안종석(이종석) - 가장 평범하고도 현실적인, 그러나 아무런 끌림이 없는...

담임 여교사를 사랑했던 윤호, 식모 누나를 사랑했던 준혁에 비해, 한 살 어린 옆집 여고생을 사랑하는 종석의 캐릭터는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입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얼마든지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는 커플이죠. 김지원이 받아주기만 한다면야,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두 가지 있으니, 첫째는 지원의 마음이 종석에게 열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안종석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이윤호의 캐릭터였죠. 공부 잘하는 형에 비해 집안의 귀여움은 못 받는 편이지만, 학교에서는 최고 미남이며 카리스마 있는 싸움짱으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고독한 방랑자처럼 달리는 그의 모습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요. 성격 면에서도 세 소년 중에 가장 어른스런 캐릭터로서, 10년 연상의 서민정을 사랑하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렸습니다. 결국은 메인커플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만큼, 정말 대단한 존재감이었습니다.

이윤호 만큼은 아니지만, 정준혁의 캐릭터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는 평범한 소년이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선량한 품성과 측은지심이었지요. 겨우 18세의 소년이 그렇게 속깊은 마음을 지니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볼 때마다 너무 기특해서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싶더군요. 신세경을 사랑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측은지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남들처럼 예쁜 옷 입고 대학에 다니기는 커녕 집안에서 궂은 일만 하며 스무살의 꽃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세경이 누나가 너무 가여워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날마다 깊어지다 보니 사랑으로 변했던 거겠지요. 그 착한 마음씨 하나만으로도 준혁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작의 이윤호와 정준혁에 비해, 안종석의 캐릭터는 아무런 특징도 매력도 없고 참으로 밋밋합니다. 연기자 이종석의 입장에서는 제작진을 실컷 원망해도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잘나가는 아이스하키 선수의 설정이라도 유지되었더라면 특징 하나는 잡을 수 있었을텐데, 아빠 안내상의 파산 덕분에 그것도 물 건너가고 말았으니...;; 그저 키 크고 잘생긴 외모 하나 빼면 아무것도 볼 게 없는, 뻣뻣한 성격의 멋대가리 없는 재수생에 불과합니다. 준혁이처럼 특별히 착한 것도 아니고, 윤호처럼 운동을 잘하거나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친구 승윤이처럼 기타를 잘 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닙니다.

김지원을 좋아하면서도 그저 마음뿐이지, 워낙 성격이 무뚝뚝하다보니 잘해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긴 신세경과 달리 김지원은 부족한 게 없는 캐릭터라서, 뭘 도와주거나 챙겨주고 싶어도 좀처럼 기회가 없기는 하지요..;; 오히려 종석은 언제나 그녀에게 신세만 집니다. 자기 공부에도 바쁜 고3 수험생 지원이 과외비도 받지 않고 종석을 가르쳐주고 있으니까요. 현재 김지원이 아무런 댓가 없이, 기꺼이 최선을 다해서 종석을 도와주고 있는 이유는 물론 그가 윤계상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계상의 존재가 없었다면 어림도 없을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김지원이 안종석에게 마음을 열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반할 만큼 멋진 특징도 없고, 감동받을 만큼 잘해주는 것도 없고, 도대체 김지원처럼 성숙한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매력은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지원에게 있어 종석은 그저 계상의 조카일 뿐이고, 따라서 자기에게도 손아랫사람(?)일 뿐이죠. 언젠가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강승윤에게는 꼬박꼬박 오빠라 부르고 존댓말을 하는 김지원이 안종석에게는 절대로 오빠라 부르거나 존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하이킥' 시리즈에 등장했던 청춘들의 짝사랑 중에서, 지원을 향한 종석의 사랑은 가장 임팩트 없고 밋밋한 케이스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물론 확실한 것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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