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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백진희를 위한 윤계상의 선물 (그리고 이적 나레이션의 의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백진희를 위한 윤계상의 선물 (그리고 이적 나레이션의 의미)

빛무리~ 2012. 2.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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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의 르완다행을 2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보건소 근무자들의 재계약 기간이 닥쳐왔습니다. 간호사들이 재계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백진희는 또다시 살짝 희망을 품게 되는군요. "진상아, 윤쌤이 재계약을 해서 1년 더 계실 수도 있을까...?" 화분 '진상이'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다가도, 헛된 기대를 하지 않으려 마음을 추스르는 그녀입니다. "괜한 생각하지 말고... 있는 날까지 즐겁게~ 아자아자!" 붙잡을 수는 없지만, 남은 시간만이라도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는 진희의 성품은 참으로 긍정적입니다.

윤계상은 보건소 동료들에게 단합대회 겸 눈썰매장 여행을 제안하는데, 두 간호사가 각자의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진희와 계상 둘만의 여행이 되고 말았군요. 생각지도 못했던 감미로운 시간에 백진희는 꿈꾸는 듯한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신나게 눈썰매 경주도 하고, 눈싸움을 하며 장난도 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이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네요.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87회를 보니 계상이 진희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백진희에게 유난히 더 잘해주고 있거든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윤계상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녀의 감정을 존중하고 감사하며 보답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어차피 떠날 날도 멀지 않았으니까요. 뮤지컬도 보여주고, 눈썰매장에도 데려가고, 그녀가 좋아하는 고기도 번번이 사주고... 그러면서 진희가 원하는대로 '있는 날까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있는 듯한 느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냥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눈썰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윤계상이 속해 있는 봉사 단체의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현재 르완다에서 봉사 중인 다른 회원이 기간을 몇 개월 연장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기 때문에, 3월로 예정되어 있던 윤계상의 르완다행을 좀 늦춰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보건소 재계약 문제까지 맞물려 있으니 결정하기 쉬운 일은 아니군요. 두 사람의 대화를 살짝 엿들은 진희는 콩닥콩닥 설레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1년의 행복한 유예기간이 더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아주 강렬한 희망이 다시 싹트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희망에 부풀어 있던 백진희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불현듯 누군가를 발견하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극 초반에 그녀는 몽유병이 발작한 상태에서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건에 관계된 조폭들과 다시 마주친 모양이에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서 그들을 발견한 백진희는 허겁지겁 윤계상을 이끌고 도망치다가 발목을 삐끗하는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윤계상은 시원스레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오싹한 공포에 질려있던 마음은 갑자기 달콤한 스킨쉽의 행복감으로 젖어드는군요. 천국과 지옥을 한 순간에 오가는 기분이 그럴까요?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계상은 굳이 사양하는 진희를 등에 업고 집에까지 데려다 줍니다. 눈썰매장에서 단둘이 보낸 즐거운 시간... 어쩌면 이별이 아직은 멀리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설렘... 그의 널찍한 가슴에 안겨도 보고... 그의 등에 업혀 따스한 어깨에 뺨을 기대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진희는 이토록 완벽한 하루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 이거 꿈 아니겠죠? 요즘 제가 꿈을 좀 많이 꾸는데... 좋은 일은 다 꿈이더라고요.." 좋은 일은 다 꿈이더라는 그녀의 말은 무척이나 서글프면서도 의미심장했는데, 윤계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냥 웃으며 "농담입니다~"로 받는군요.

하지만 아무리 둔하다 해도, 설마 그녀의 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전혀 눈치 못 챘을까요? 조폭들에게 쫓기다가 발목을 삔 것이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꿈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하겠습니까? 그녀가 행복해하는 이유가 자신의 등에 업혀있기 때문임을 정말 몰랐을까요?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 모른 척한다는 느낌이 더없이 강하게 든 것도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윤계상은 반드시 르완다로 떠날 것입니다. 그 계획은 어떤 이유로도 취소될 수 없습니다. 시기가 정확히 언제일지는 변수가 생김으로써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예정대로 3월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오히려 예정보다 빨라질 수도 있고요. 3월 이후가 된다면 시트콤이 종영할 때까지 떠나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게 된다는 건데, 그러면 처음부터 지금껏 내내 르완다 타령을 해 온 윤계상의 꼴이 우스워지지 않겠어요? 사정이 그렇게 돼서 어쩔 수 없었다 쳐도 왠지 실없어 보이고 말입니다. 더욱이 이제 와서 한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는 바람에 발이 묶인다는 것은 진짜 말이 안됩니다. 이 멋진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어요..;;

어차피 이별은 예정된 일이니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먼 훗날 진희의 가슴에, 이 남자를 사랑하며 있었던 모든 일들은 춥고 쓰라린 상처가 아니라 따스한 기쁨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는 건... 누구에게나 흔히 주어지는 행복이 아니거든요. 이 꿈같은 하루와 설렘의 시간은 자신을 향한 백진희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윤계상이 마련한 선물이 아닐까 싶군요. 덕분에 진희의 추억 속에는 더욱 곱고 예쁜 사진들이 많이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백진희는 윤계상과 헤어지고 나서도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더 멍하니 서 있다가, 홀로 천천히 밤거리를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감미롭고도 슬픈 음악이 흐르며 그녀의 짝사랑을 위로해 주고... 그리고 나직히 깔리던 이적의 나레이션... "진희는 먼 훗날, 늘 힘겨웠던 청춘의 가장 행복하고 설렜던 시간으로 기억될 그 하루, 그리고 그 밤이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뜬 눈으로 누리고 싶었다..."

이적의 나레이션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윤계상을 향한 백진희의 짝사랑은 이미 정점에 달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행복했던 이 하루는 '앞으로 계속될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하루'니까요.

그리고 제 기억엔 이적이 나레이션에서 누군가를 호칭할 때 언제나 '내상씨', '하선씨'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진희씨'라 하지 않고 '진희'라고 했기 때문에 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친밀한 호칭은 이적과 백진희가 머지않아 특별한 사이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적의 나레이션 호칭이 수시로 오락가락했다고 하시는 분들의 댓글을 보니, 제 기억이 틀렸는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저는 이적과 백진희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그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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