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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안내상을 통해 그리는 불편한 진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안내상을 통해 그리는 불편한 진실

빛무리~ 2012. 2.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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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내상과 윤유선을 볼 때마다 자주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결혼 22년차... 티격태격하면서 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이상주의자이며 동시에 현실주의자인 김병욱은 이들을 통해서 가장 거북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은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이나 비극이 아닙니다. 날마다 변함없이 계속되는 구질구질한 일상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구질구질함이란 결코 경제적인 이유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을 한평생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삶은 구질구질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89회를 시청한 후 오랜만에 시청자 게시판에 가 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윤유선에게도 정일우, 정재형, 줄리엔과 관련된 썸씽들이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안내상만 욕먹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더군요. 특히 샤워하는 줄리엔의 모습을 넋놓고 훔쳐보던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짓이긴 했습니다. 하긴 윤유선 캐릭터도 별로 호감형은 아니지요. 그러나 안내상보다는 백배 천배 낫습니다. 부잣집 사모님일 때 한껏 사치하던 그녀의 생활 습관을 돌이켜 보면, 망한 이후에도 그 버릇 못 고치고 주위에 계속 민폐를 끼쳤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허리띠 졸라맬 줄도 알고 동생들에게 미안한 줄도 아는 양심적인 여자입니다. 어찌 안내상과 비교할 수 있나요?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집안에서만 숨어지낼 때도, 하는 일 없이 툭하면 반찬 투정이나 하면서 갈치를 구워주지 않는다고 진상을 부리던 사람이 안내상입니다.

한동안 많이 나아졌나 싶더니만, 최근 안내상의 진상 퍼레이드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빨리 빚을 갚으려면 열심히 사업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인데 무슨 공명심에 들떠서 통장을 한답시고 설치더니만, 주민센터의 컴퓨터로 야동을 다운받는 바람에 동네방네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처남 윤계상이 근무하는 보건소의 간호사에게 염치도 없이 추파를 던지는군요.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가족들의 선물만 챙기기도 빠듯할텐데 아무 이유 없이 임간호사에게 줄 선물을 따로 구입한 것도 어처구니 없거니와, 귀국하자마자 집에 오기도 전에 보건소에 먼저 들러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건네주는 그 행동은 대체 뭡니까? "다른 간호사들 선물은 못 샀으니까, 우리끼리만의 비밀~!" 이라고 말하면서 찡긋 윙크까지 하는 건 또 뭡니까? 거기까지 가서 처남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임간호사에게 선물만 주고 돌아왔으니 무슨 변명할 말이 있겠습니까?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을 좋아하던 정일우의 에피소드는 병약한 소년의 일방적인 마음이었고, 윤유선은 그 아이 엄마의 부탁을 받고 조금씩 격려하며 도와주었던 것뿐입니다. 정재형과의 일화에서는 윤유선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며 잠시 불륜을 상상하긴 했지만, 실제로 무슨 선물을 주거나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지는 않았으므로 역시 탓할 수 없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는데, 단지 마음이 흔들리거나 상상을 한 것만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일부러 임간호사에게만 호랑이 연고를 선물한 안내상의 행동은, 설령 심각한 뜻이 없었다 해도 질타받아 마땅합니다. 정말 미운 놈은 미운 짓만 하네요.

윤유선은 수차례나 남편을 위해 희생했습니다. 그녀가 빚쟁이들 앞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빚 갚을 유예기간을 얻어내지 않았다면, 어쩌면 안내상은 지금도 옥살이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주민센터에서도 야동을 보았다는 누명을 대신 써가며 남편의 체면을 유지시켜 주었습니다.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 기꺼이 엑스트라로 출연하여 머리채를 잡혀 가며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안내상이 윤유선을 위해 희생한 것은 뭐가 있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단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는군요.

이 남자는 기본적으로 아내에 대한 배려심이나 존중심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심지어 결혼기념일에도 윤유선은 남편에게 줄 선물까지 마련해 놓고 설레며 기다렸는데, 안내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도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사업 약속 취소하고 밥 먹으러 나가자! 이제 됐지?" 하고 뻔뻔하게 굴었을 뿐이죠. 그나마 요즘은 "확 마~!"를 안해서 좀 다행입니다. 때리려는 시늉을 하는 것은 절반의 폭력일 뿐 아니라 상대의 인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볼 때마다 열받았었거든요.

안내상은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주제를 구현할 대표적인 캐릭터지만, 아무래도 김병욱은 그를 호감형으로 그려낼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합니다. 하긴 '짧은 다리'라는 표현은 이 사회의 루저를 뜻하는데,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루저라 할 수는 없지요. 더구나 이 집안 식구들은 모두 인물까지 잘생겼는데, 훌륭한 인격까지 갖추었다면 어찌 루저라 하겠습니까? 진정한 루저가 되려면 진상이라도 떨어야겠죠..;;

전작의 불쌍한 중년 가장들... 정준하와 정보석이 그랬던 것처럼, 안내상도 엔딩 무렵에는 사업에 성공하여 '긴 다리'를 되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착하고 어리버리하던 정준하, 정보석과 달리 나름 영악한 안내상 캐릭터에는 동정심도 일어나질 않는군요. 심지어 "22년 동안의 결혼생활... 대한민국 평균 남편들에 비해 비교적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다고 자부하는데, 내가 왜 이런 굴욕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나레이션은 잘못을 깨닫거나 뉘우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너무 밉상이라 나중에 그가 성공한다 해도 별로 기쁘거나 감동적일 것 같지 않네요. 이토록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과연 진정한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한편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의 닭살 행각은 날로 더해만 갑니다. 교육청 시상식장에서 둘만의 싸인으로 주고받는 사랑의 대화는 정말 오글오글...ㅎㅎ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토록 과감하게 수신호를 하다니... 정말 눈치없고 철벽같아 보이던 하선인데, 일단 마음을 열고 나니까 오히려 지석보다 더 적극적이네요. 그들의 예쁜 사랑을 보는 재미가 날마다 쏠쏠하고 흐뭇합니다..^^

그런데 지난 회에서 윤시윤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불렀던 노래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자꾸 생각나는군요. 원곡자 유재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이가 26세였죠? 극 중 윤시윤도 비슷한 나이에 사고로 죽었으니 도저히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완벽한 디테일인데... "만일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하는 가사가 문득 떠올라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헉... 설마... 아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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