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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드디어 진짜 주인공이 밝혀지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드디어 진짜 주인공이 밝혀지다

빛무리~ 2012. 2. 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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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90회의 에피소드도 양쪽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각각 윤계상과 윤지석(서지석)을 사랑하는 백진희와 박하선의 대립관계가 그려졌고, 다른 한 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안종석(이종석)과 김지원의 풋풋한 추억이 그려졌습니다. 다이내믹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는 쪽은 박하선과 백진희의 대립이었습니다. 한 방에 살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있던 두 여자가 비로소 마음을 터놓게 된 계기였기도 하고요. (오늘 포스팅에는 할 말이 너무 많더군요. '하이킥3' 리뷰들 중에서 스크롤 압박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읽다가 너무 길어서 당황하실까봐 미리 각오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ㅎㅎ)

박하선이 윤지석과 사귀고 있음을 백진희가 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순서였지만, 백진희의 짝사랑을 박하선이 알게 된 것은 좀 뜻밖이군요. 그래봤자 별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어차피 제3자가 나설 일은 아니니까요..) 재미는 있었는데 좀 억지스런 부분도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 백수도 아니고 보건소에서 일하는 백진희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찜질방에서 하룻밤 몸 녹일 만큼의 여유가 없었을까요? 단돈 7000원 정도만 있어도 가능한 일인데, 이 추운 날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좀 황당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해야 한밤중에 애타게 진희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찾아 달려나온 박하선과의 눈물겨운 재회(?)가 가능했겠지만요.

이건 여담인데, 만약 제가 박하선의 입장이었다면 느긋하게 사흘쯤 두고 보다가 "왜 아직도 안 들어와?" 하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슬슬 알아보기 시작했을 겁니다. 일단 윤지석이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먼저 나서서 무식하다는 둥 흉을 본 것은 백진희였으니까 박하선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형인 윤계상과 비교하면서까지 계속 흉을 보니까 더 기분 나빠서 반사적으로 맞받아친 것뿐인데, 진희가 전에 없이 바락바락 대들면서 스스로 나가버린 거잖아요. 내쫓은 것도 아니고... 백진희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직장까지 있는 어른인데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게 맞는 거고요. 갈 데는 없지만 하다 못해 찜질방 신세를 진다 해도 며칠쯤은 버틸 수 있겠죠. 물론 박하선은 유난히 맘 여리고 따뜻한 캐릭터라서 냉정한 빛무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ㅎㅎ

아, 그리고 하선과 진희의 싸움을 애써 말리다가 지쳐버린 줄리엔의 독백... "이런 문디가스나들, 진짜...!" 하는 말이 어찌나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ㅎㅎ 서울 태생인 저는 사투리의 참맛을 모르고 '문디가스나'를 욕설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줄리엔이 사용하면 왜 그렇게도 귀엽고 정겨운지 모르겠습니다. "이 문디가스나 택시 좀 태워주고 갈게요" 하던 그 박지선과의 에피소드는 언제쯤 이어질까요?.... 어쨌든 하선과 진희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제가 90회에서 가장 주목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졸업식을 맞이한 안종석과, 그가 사랑하는 김지원의 이야기가 포인트였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지원에 대한 종석의 짝사랑은, 세경을 향한 준혁의 짝사랑과 판박이거든요. 안타깝지만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배 타러 나간 아빠를 그리워하는 세경을 위해, 준혁이가 오토바이를 빌려서 세경과 신애 자매를 바닷가로 데려다 주었던 그 에피가 언뜻 생각나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어른이 되었지만, 더 이상 아이스하키 선수도 될 수 없고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살아갈 의욕을 잃은 듯, 죽어 버리겠다며 바다로 뛰어드는 종석... 놀라서 그 뒤를 쫓아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지원... 갑자기 돌아서서 그녀를 끌어안는 종석... 이런 장면들에서는 혹시라도 일말의 가능성을 주려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곧이어 종석을 확 밀어 바다에 주저앉히며 어린애 다루듯 호통치는 지원을 보니 '그럼 그렇지' 싶더군요. 안종석은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해녀 아줌마에게서 빌린 검은 해녀복과 모자를 뒤집어쓴 채 김지원에게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건네려 하는데, 지원은 모자를 덮어쓴 종석의 모습이 '개불' 같다면서 깔깔거리고 웃을 뿐 도무지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기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종석의 목소리로 흐르는 나레이션은 희망적이면서도 한편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너한테 해주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어. 나한테 졸업은...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마음과의 졸업이고... 너를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을 더 의식하는 마음과의 졸업... 나한테 졸업은 그런 의미였다고, 그 얘길 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아까 너를 안는 순간, 그런 마음들과 진정으로 졸업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희망적인 이유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마음과의 졸업' 때문입니다. 과연 종석이는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이 좌절된 것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의 새로운 삶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척 슬퍼지는 이유는, 지원을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윤계상...)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모처럼 용감하게 결심한 그 사랑의 다짐이 실제로는 별 소용 없을 거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윤계상에 대한 김지원의 마음을 알고 나서, 종석은 어떻게든 큰삼촌을 멀리하려고 애쓰지만 그게 쉽질 않습니다. 그 좋은 넷북을 사주겠다는데도 "됐어!" 하면서 발버둥을 쳐보지만, 삼촌은 너무 멀리 있는 별이라 얄팍한 자존심으로는 따라잡을 수도, 건드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종석이도 알고 있습니다. 미치도록 속상하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으니, 그저 유치한 반항이라도 해보는 거죠... 게다가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던 김지원이 기면증 발작으로 버스에서 잠드는 바람에 졸업식에 참석 못하게 되자, 안종석의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집니다. 그래도 다행히 늦게나마 지원이가 도착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스쿠터 뒷자리에서 엄청 추웠을텐데 아무 군말없이 겨울바다 여행에 동참해 주었으니, 이만하면 종석에게도 최고의 졸업선물이 되었을 겁니다.


제가 90회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졸업식장에 오지 않는 지원을 기다리던 종석이 문자를 보내던 장면입니다. "숏달, 왜 안 와? 어디야?" ... 휴대폰 문자가 적나라하게 비치던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쇼킹했을까요?

이제껏 안종석은 수시로 김지원을 가리켜 숏팔, 숏달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 사실에 주목한 적이 없었습니다. 9등신의 비정상적(?) 몸매를 지닌 종석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이 숏팔 숏달로 보이겠지만,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김지원은 절대 숏다리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제목과도 김지원은 썩 들어맞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비록 부모님 안 계신 것이 흠(?)이긴 하지만, 경제적 상황도 윤택하고, 너무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기타도 잘 치고 사진도 잘 찍는 등 다재다능하고, 주변에 힘이 되어주는 친척 친지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루저의 이미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그녀가 바로 '짧은 다리'의 주인공이었음을 어찌 알았겠어요?

모두 알다시피 여기서 '짧은 다리'는 신체적 길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현재 김지원이 타인과 비교해서 '짧은 다리'라고 표현될만한 경우가... 어디에 존재할까요?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윤계상과의 관계에서 그렇습니다. 윤계상과의 관계에서는 김지원이 '짧은 다리'입니다. 그녀가 아무리 잘났어도 아직은 어린 여고생에 불과하죠. 30대 중반의 의사 윤계상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소년처럼 순수한 성품을 지니긴 했지만, 윤계상은 벌써 만만찮은 사회생활을 경험한 어른이고, 고집스레 정의를 행하다가 부당하게 대학병원에서 쫓겨나는 시련도 겪어봤고, 그 시련을 딛고 일어서 보건소 의사로 활동하며 독거노인을 돌보는 중이고, 얼마 후면 아프리카 오지 르완다로 봉사를 떠날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윤계상-김지원 커플의 주도권을 당연히 윤계상이 쥐고 있을 거라고 지금껏 확신했습니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겠어요? 지원이처럼 어린 소녀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철벽같은 윤계상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 잡아흔들 수가 있을까요? 그의 발목을 붙잡아 르완다로 떠나지 못하게 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잘났어도 김지원은 윤계상과의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별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지난 번 미술관 에피소드 역시 그러한 관계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책을 빌려주기도 하고, 차에 태워서 출사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데려다 주는 등, 언제나 베푸는 쪽은 윤계상이었고 받아들이는 쪽이 김지원이었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래 왔습니다.

그런데... 종석이의 휴대폰 화면에 '숏달' 이라는 단어가 뚜렷이 떠오르는 것을 보는 순간, 저는 갑자기 얼어붙은 듯 멍해졌습니다. 의외로 윤계상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시트콤 전체의 향방을 뒤흔들 수 있는 주도권은 모두 이 소녀의 작은 손에 쥐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겁니다. 

저는 이제껏 윤계상-김지원(지상커플)을 '하이킥3'의 메인커플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메인커플'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남녀 주인공'이라는 뜻이죠. 아무리 윤지석-박하선의 '지하커플'이 더 인기를 끈다 해도, 아무리 그들의 사랑이 더욱 예뻐 보인다 해도, 원칙적으로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 주인공은 절대 바뀔 수가 없습니다. (막장드라마는 빼고..ㅎㅎ) 하지만 둘 중에서도 꼭 1명의 주인공을 뽑는다면, 저는 당연히 윤계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가리키는 모든 화살표는 그를 향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짧은 다리의 역습'이 가리키는 진짜 주인공은, 윤계상이 아니라 김지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죠? 제가 보기에도 좀 그렇습니다.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에피소드나 분량면에서 너무 안습 수준이거든요. 윤계상은 물론이고 박하선이나 서지석, 백진희보다도 화면에 등장하는 비율이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감추고 있다가 최후의 순간에 지훈과 세경의 운명을 폭탄처럼 터뜨렸던 스텐레스 김의 전적을 살펴볼 때, 존재감 미약하던 이 소녀가 앞으로 어떤 충격적인 활약을 보여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 활약이 충격적일수록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주제는 더욱 강렬히 부각되겠죠.

김지원은 지금껏 오랫동안 윤계상을 사랑해 왔지만, 사춘기 소녀답게 가슴졸이거나 애태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지원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확신이 있는 듯했지요. '당신이 르완다엘 가건 어디엘 가건, 절대로 나와 헤어질 수는 없을 거예요!" 하는 식의 자신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왜, 무슨 근거로 그와 같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을까요? 곰곰히 돌이켜 보니 윤계상 못지 않게 김지원의 속도 오리무중이군요. 윤계상을 사랑한다는 것 하나만 확실할 뿐, 그 외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작에서도 김병욱이 가장 애착을 보인 캐릭터는 갓 스물의 소녀, 신세경이었지요. 이번에도 역시 최후의 선택권은 이 가녀린 소녀에게로 돌아가게 될 모양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김지원의 활약이 제법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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