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윤계상-백진희는 최다니엘-황정음의 도플갱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윤계상-백진희는 최다니엘-황정음의 도플갱어?

빛무리~ 2011. 12. 14. 09:27
반응형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당황을 거듭하니 놀리는 사람은 점점 재미가 더합니다. 자신과 백진희의 이름이 쓰여진 두 개의 바둑돌만 남겨 놓고 그녀를 향해 "그럼, 범인은 누굴까요? ... 나인가?" 라고 뻔뻔하게 묻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너무 얄미워서 제가 다 울화통이 터지더군요.

그런데 이러한 장면들...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특히 "미안해요, 진희씨... 너무 재미있어서..." 라고 혼잣말하며 킥킥거리는 윤계상의 모습에서 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강하게 겹쳐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보았는데... 네, 맞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최다니엘)이 황정음을 놀려대던 그 모습과 똑같습니다. 하긴 처음부터 윤계상 캐릭터는 이지훈 캐릭터의 업그레이드 버젼이었죠. 27세의 수련의였던 이지훈이 죽지 않고 그대로 나이들어 35세가 되었다면 현재의 윤계상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언제나 시크하던 이지훈이 어느 순간부터 황정음을 놀리고 장난치는 데에 맛들렸습니다. 웃음 한 점 없이 정색한 얼굴로 지훈이 농담을 던지면, 그 때마다 정음은 꼼짝 없이 말려 들어가 곤욕을 치르니, 그녀의 생생한 반응에 진지한 이지훈도 조금씩 재미를 느꼈지요. 연인이 된 후에도 이러한 관계는 계속되었고, 수시로 반복되는 이지훈의 뻔한 장난에 황정음은 그 때마다 속아 넘어가 맘고생을 했습니다. 만약 윤계상과 커플이 된다면 틀림없이 백진희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처지에 맞지 않는 '쇼핑중독증'과 '명품밝힘증'이라는 비호감 요소를 제거했을 뿐, 백진희는 황정음 캐릭터의 명백한 쌍둥이 버젼이거든요.

왜 그녀들은 남자의 뻔한 장난에 매번 속는 걸까요? 둔하고 눈치 없어서? 아닙니다. 황정음도 백진희도 약간 덤벙대는 성격이긴 하지만 결코 눈치 없거나 둔한 아가씨들은 아닙니다. 잘 속는 이유는 상대방 남자보다 그녀들이 더 많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그를 볼 때마다 저절로 가슴 졸이고 애태우게 되는데,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 듯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들이 점점 그녀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가 시치미 뚝 떼고 짖궂은 농담을 걸어오면, 평정한 마음 상태가 아닌 그녀들은 속절없이 말려들게 되는 거죠. 서로의 마음 자세부터 너무 강약의 구도가 확실하니 좀처럼 대등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어찌 보면 참으로 서글픈 관계입니다.

이제 보니 김지원 캐릭터는 신세경과 쌍둥이입니다. 긴 생머리, 영특한 두뇌, 수심어린 눈빛, 진지한 표정, 그러나 때로는 의외의 장난기도 선보이고, 번뜩이는 재치도 발휘하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것까지 아주 꼭 닮았군요. 다만 신세경과 달리 김지원은 환경이 좋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녀의 소유지요. 그런 면에서 '지훈-세경'과 달리 '계상-지원' 커플의 앞날에는 해피엔딩이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김병욱 PD는 현실주의자거든요. 모든 환경이 밑바닥이었던 신세경이 엘리트 의사 이지훈과 맺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김병욱은 죽음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고서야 운명적 소울메이트인 그들을 맺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계상보다 부족할 것 없는 조건을 갖춘 김지원은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윤계상과 맺어지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게 현실이죠.

사실 '지붕킥'에서도 처음부터 운명은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산골에서 올라온 신세경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범상치 않은 우연으로 계속 마주쳤던 사람이 이지훈이었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세경이 지훈의 얼굴에 휘발유를 분사하는 등등... 급기야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그녀의 신발을 이지훈이 돌려주지 못하고 자기 집까지 가져가는 바람에, 신발을 찾으려고 그를 뒤쫓아간 신세경은 이순재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토록 겹쳐지는 우연들을 어찌 범상하다 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이렇게 뚜렷한 운명을 보여주었으면서, 중반부에 황정음과의 러브라인을 너무 오래 끌었던 것은 작품을 망치는 패착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이킥3'에서도 초반부터 유난히 윤계상과 김지원의 마주침이 잦았습니다. 길 잃은 어린아이의 엄마를 둘이서 함께 찾아 주고, 김지원이 스쿠터로 윤계상을 치기도 하고, 그러다가 학교에 예방주사 놓으러 온 의사선생님과 학생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결국 옆집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명백히 겹쳐지는 운명의 예고입니다. 특히 독거노인을 돌보고, 하늘로 로켓을 발사하고, 1인 침묵 시위를 함께 하는 등의 특별한 추억은 아무하고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통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자, 그러고 보면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정리가 됩니다. 56회 예고편을 보니, 드디어 김지원을 향한 안종석(이종석)의 짝사랑이 본격화되나 봅니다. 기면증을 앓는 김지원이 스쿠터를 몰고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석이가 그녀를 미친듯이 찾아다닐 때부터 "시작됐구나!"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요. 그녀에게 머리핀을 몰래 선물하고 싶어서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는 순진한 소년의 모습이 참 귀엽네요.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영락 없는 '준혁 학생과 세경 누나' 아니겠습니까? 신세경을 향한 윤시윤의 짝사랑이 그렇게 끝난 것처럼, 안타깝게도 종석이의 사랑에는 핑크빛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아플까 싶어서 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을 시작했으면 깊이 빠져들어야 제맛이죠. (김병욱 못지 않게 잔인한 나..;; ㅎ)

안수정(크리스탈)과 강승윤은 그냥 천생연분입니다. 이 둘은 빵꾸똥꾸 해리(진지희)와 준혁 친구 세호(이기광) 커플의 판박이거든요. 해리가 갓 스무살의 나이로 세호와 결혼까지 골인했던 것처럼, 수정이와 승윤이도 둘이 너무 비슷하고 잘 어울리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듯 싶군요. 나이만 몇 살 더 먹었을 뿐 하는 짓은 빵꾸똥꾸 해리와 별다를 것 없는 수정이는, 역시 해리처럼 오빠 친구와 행복하게 맺어질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전작에서 메인 커플의 운명을 비극으로 처리했던 것은 김병욱의 마음에도 적잖은 고통으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신세경의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김병욱이라고 하니까요. 어떻게든 세경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허황된 신데렐라로 만들기보다는 현실의 높은 벽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섰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세경과 내면은 비슷하되 외면적 상황은 많이 좋아진 캐릭터 김지원을 내세운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에는 죽음이 아닌 현실 속에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하이킥3'에 바라는 것은 꼭 한 가지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이쯤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백진희와의 에피소드를 꾸며서 잠시 흥미를 유발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지훈과 황정음을 커플로 만들었던 것처럼, 윤계상과 백진희를 공식 커플로 만들면 안됩니다. 위험한 도박입니다. 그랬다가 잘못 맺어진 커플의 인기가 높아지고, 시청률에 휘둘리고, 급기야 윗선의 압박을 받고 어쩌고 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과연 뒷수습을 할 수 있을까요? 초심에서 빗나간 드라마는 점점 산으로 올라갈 것이고, 결국 전작에서처럼 최종회 직전까지 다른 길로 질주하는 어이없는 삽질을 되풀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남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윤계상과 백진희의 에피소드를 지나치게 끌고 가서는 안됩니다. 황정음과 커플이었던 이지훈이 신세경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 것처럼 보임으로써 수많은 의혹을 자아내고 '우유부단한 놈', '나쁜 놈', 등의 호된 욕을 먹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군요. 그러다가 결국 황정음을 남겨둔 채 신세경과 함께 죽음으로써 이지훈의 캐릭터는 '이도 저도 아닌 놈'이 되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자칫하면 윤계상도 이지훈처럼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거듭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헤매는 것도 괜찮지만, 너무 심하게 헤매지는 말고 적정선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