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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고영욱의 실패한 사랑이 루저의 아픔? 핑계일 뿐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고영욱의 실패한 사랑이 루저의 아픔? 핑계일 뿐이다!

빛무리~ 2011. 12. 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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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껍데기뿐이었던 박하선과 고영욱의 억지 러브라인은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나고 말았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집중을 위해 절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고영욱은 박하선과의 짧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멋진 데이트를 선물하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자금을 준비했으나, 막상 시작된 데이트는 모든 면에서 꽝이었지요. 고시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느라 최신 유행에는 깜깜할 수밖에 없었던 고영욱은 친구의 어설픈 조언에 따라 '현빈 츄리닝'을 커플옷으로 준비하여 박하선에게 선물하지만, 한참 유행이 지난 그 빤짝이 옷차림은 '진상 트리오'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입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이나 포장마차가 아니라 경양식집으로 박하선을 데려간 고영욱은 스테이크를 주문하시라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박하선은 오늘따라 파스타가 먹고 싶다면서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알리오올리오를 주문합니다. 배려심이 깊고 착한 데다가 고영욱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박하선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스테이크를 먹자면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했을 테니까요. 그녀를 재미있게 해주고 싶었던 고영욱은 일부러 '시크릿 가든'의 유행어들을 외워다가 인용하지만, 역시 츄리닝 만큼이나 철 지난 농담들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박하선은 억지로나마 살짝 웃어 주었지만요. 

설상가상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무리한 고영욱은 40도가 넘는 고열로 데이트 도중에 쓰러지고, 그를 병원에 데려간 박하선은 그의 곁에서 간호하느라 집에도 못 가고 있다가 병실 보조 침대에 누워 웅크린 채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고영욱은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워 하고... 다음 날, 떠난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박하선의 학교에 들렀던 고영욱은 동료 교사들과 함께 웃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의 표정을 멀리서 슬프게 바라봅니다. 자신과 함께 있을 때의 그녀에게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말 환하고 즐거운 웃음이었거든요.

둘이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꺼내 보았지만, 그 속에서도 역시 박하선은 웃는 듯 마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을 뿐입니다. 기분이 좋아서 저절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일부러 끌어올린 어정쩡한 미소... 생각해 보니 자신과 함께 있을 때면 그녀의 모습은 한 번도 편안하거나 자연스러웠던 적이 없군요. 항상 딱딱하게 경직된 채 억지 웃음을 짓고 있던 그녀... 이제 고영욱은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다는 잔인한 현실을 말입니다.

행복하지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고영욱과 함께가 아니라면 참지 않아도 좋았을 많은 일들을 그 동안 박하선은 묵묵히 참고 견디어 왔지요. 사실 그녀의 피해 사례는 고영욱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준 빨강 하트 목걸이 때문에 알레르기가 발작해서 힘들었던 것과 같은 이야기는 박하선이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렇게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고영욱도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자기가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만 인정하기가 싫어서 지금껏 버텨왔던 것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 자신이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잘하는 게 별로 없었는데, 참는 것 하나는 잘했어요.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참고, 배고파도 참고... 참는 것 하나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그런데 하선씨가 저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참는 건 참기가 힘드네요. 마음이 아파서... 미안해요, 하선씨... 인사도 못하고 떠납니다. 하선씨가 저 때문에 아무것도 참지 않고 정말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올게요" 박하선의 빈 책상 위에 남겨둔 고영욱의 마지막 편지는 제 가슴마저 울릴 정도로 짠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박하선은 그 마지막 편지마저 받아 읽지 못했습니다. 창문으로 불어온 바람에 가벼운 쪽지에 써 두었던 고영욱의 편지는 속절없이 날려가 바닥에 떨어지고, 청소중이던 아줌마의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마치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고영욱의 사랑이 하찮은 쓰레기였던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해도 너무한다 싶지만, 김병욱 특유의 잔인함에 익숙한 저로서는 그리 낯선 장면도 아니었습니다. 박하선은 애써 고영욱의 사랑을 존중했고 받아주려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고 만 것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고영욱의 가혹한 현실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고영욱의 사랑 실패가 루저의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사랑이 주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상대인 그녀에게서도 진심으로 우러나는 사랑으로 보답받지 못한 것은 모두 고영욱의 초라한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왕자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만약 왕자님이었다면 쉽게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영욱이 사랑한 여자가 다름아닌 박하선이기 때문입니다.

고영욱이 돈 많은 부자여서 늘 좋은 음식과 비싼 옷을 사주었다면 박하선은 그를 사랑했을까요? 과연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몇 번을 제 마음속에 물어봤지만 대답은 '아니오' 였습니다. 물론 가난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부유하다고 해서 모두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강요로 시작되었고 언제나 일방통행이었던 고영욱의 사랑은 한 번도 박하선의 마음과 통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마도 고영욱은 끝내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그가 공무원 시험에 통과해서 화이트컬러의 신사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박하선이 고영욱과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게 환히 웃지 못했던 이유는, 그와의 초라한 데이트가 불편해서였을까요? 그녀가 이 썩은 세상에 흔한 된장녀였다면 아마도 그랬겠지요. 하지만 박하선은 된장녀가 아닐 뿐더러,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도 없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데이트 비용을 무조건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고영욱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그의 입장을 배려하여 몰래 자기가 계산해 주었던 박하선입니다. 이 정도쯤 그녀에겐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고영욱은 박하선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돈이 3천원 모자랐기 때문에 어차피 자존심 세우기는 불가능했었죠..;;  

이런 박하선이 만약 진심으로 고영욱을 사랑했다면, 도대체 환히 웃지 못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녀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깔깔대며 웃었을 것이고, 스티커 사진을 찍으면서도 사랑스런 함박웃음을 지었을 것입니다. 박하선의 순수함으로는 가난한 남자를 사랑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드디어 성공하는 그 날까지 얼마든지 기쁘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자가 박하선입니다. 심지어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뒷바라지를 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그 모든 것이 박하선에게는 행복이었겠지요. 고영욱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남자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영욱과 그녀의 마음이 잘 통했다면... 지금까지처럼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고, 그녀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그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었다면, 어쩌면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예를 들어 박하선이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고영욱은 몰랐지만 서지석은 알았던 것처럼... 박하선이 예전에 혼잣말로 피아니스트 데이빗 란츠를 좋아한다고 중얼거리던 일을 서지석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고영욱이 아니지 않나요? 사람의 본질이나 성품은 돈이 많아진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닙니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고영욱의 사랑이 서글프긴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루저의 아픔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일종의 핑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 없으면 어디서나 서러운 세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고통의 원인이 돈 없는 데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것도 저것도 모두 돈 없어서라고 갖다 붙이면 쉽고 편하기야 하겠지만, 의외로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제 박하선이 무거운 짐을 벗게 되었으니, 서지석의 답답한 짝사랑도 급물살을 타게 될까요?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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