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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착한 줄리엔이 봉인가? 망신스런 민폐 행각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착한 줄리엔이 봉인가? 망신스런 민폐 행각

빛무리~ 2011. 12. 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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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생각하면 그런 게 바로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며, 사람 사는 재미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줄리엔은 워낙 성격이 쿨하고 착하니, 어쩌면 자기 고향에서의 딱딱하고 합리적인 생활보다 여기 한국에서의 인정 넘치는 생활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그 동안 안내상이 줄리엔에게 끼치는 민폐 행각을 보면서 무척이나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툭하면 본인이 싫다는데도 이것 저것 떠넘기고 강요해서 그 착한 줄리엔이 "내상~ 나 이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게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시리 제가 다 미안해지더군요. 게다가 혈액형이 자기와 똑같은 RH-AB 형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사람을 '비상 혈액주머니' 취급하는 것도 참 보기 흉했습니다.

가장 기막혔던 것은, 줄리엔 할아버지의 파이 만드는 법을 알아내겠다며 밤낮없이 텍사스에 전화를 걸어 금발의 외국인 노인네를 괴롭히던 장면이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줄리엔이야 여기 와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좀 낫지만, 고향에 살고 있는 그의 할아버지가 도대체 왜 안내상 민폐 행각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나요?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파이 비법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고, 이후 계속되는 안내상의 설득에도 줄곧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굉장히 귀찮고 짜증스러울 텐데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예의를 지키는 착한 성격이 손자와 꼭 닮았더군요.

하지만 시도때도 가리지 않는 안내상의 집요한 전화질에 드디어 그 착한 노인네도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주변의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아서 "앞으로 다신 전화하지 마, (삐리리) 자식아!" 라는 욕설까지 퍼부었겠습니까? 제가 욕 먹은 것도 아닌데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찌나 망신스럽던지, 그 에피소드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다행히 요즘은 안내상이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줄리엔에 대한 민폐 행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코딱지만한 사무실에 앉혀놓고 전화를 받게 하거나, 심지어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동원하여 분장하고 뛰게 하는 등의 일이지요. 줄리엔은 계속 "내상~ 나 이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소연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으니 "네가 착한 게 죄다" 하면서 넘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안 그러던 윤유선까지 남편의 민폐 행각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생활고에서 벗어나 보고자 몸부림치는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어떻게든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그 시도 자체를 탓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좀 했으면 좋겠네요. 일은 자기가 벌여 놓고 왜 피해는 남이 봐야 합니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 믹서기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 보지도 않고 수십개나 사들여 왔다는 것부터가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20년간이나 주부 생활을 해 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꼼꼼히 살펴보고 시음해보는 것만으로도 불량품 여부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더구나 그 믹서기는 단 한 번의 테스트에서 녹물맛이 날 정도로 형편없는 제품이었으니, 조금만 더 책임감 있게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토록 엄청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스로 '줄장금'이라고 자부할 만큼 요리 실력이 뛰어난 줄리엔은, 알고 보니 꽤 인기가 좋은 요리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블로그 안에는 '줄장금의 도구상자'라고, 평소 줄리엔이 즐겨 쓰는 요리 도구들을 소개해 놓는 코너가 있었는데, 잔뜩 사들여 온 믹서기를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막막하던 윤유선은 강승윤의 조언을 받아 줄리엔에게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자신의 블로그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줄리엔은 난색을 표명하지만, 그 착한 성품에 거절을 못해서 결국은 허락하고 맙니다. 그러면서 윤유선에게 꼭 한 가지만 묻더군요. "진짜 좋은 물건이에요?"

윤유선은 진짜 좋은 물건이라고 큰소리를 탕탕 쳤지만, 그녀가 직접 믹서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보면서도 기분이 매우 찜찜했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였죠. "OK, 유선 믿어 볼게요. 대신 물건은 유선이 책임져야 해요!" 평소 물러터진 성격답지 않게 꼭꼭 다짐까지 받는 걸 보면, 줄리엔이 자신의 블로그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섣부른 행동으로 신용을 잃는 것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줄리엔이 그렇게 나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쯤 믹서기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였으련만, 윤유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홍보 동영상을 찍을 때도 줄리엔은 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강승윤과 윤유선은 그의 얼굴이 나와야 사람들이 믿는다면서 굳이 뒤편에 끌어다가 서 있게 했습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자기 장사에 남의 신용도를 이용한 것입니다. 줄리엔 블로그의 애독자들은 줄리엔의 이름만 철석같이 믿고 그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윤유선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지요. 하지만 결국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윤유선이 아는 사람을 통해 '싸게' 떼어다가 팔았던 그 믹서기는 뉴스에 특종으로 보도될 만큼 지독한 불량품이었던 겁니다. 무엇을 갈아도 쇠맛이 나니 위생적인 면에서도 최악이려니와, 잘못하면 손가락을 잘릴 수도 있으니 안전성 면에서도 최악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줄리엔은 오늘도 희생양이 되고 말았군요. 지금껏 안내상에게 줄곧 당하면서도 어쩌면 착한 줄리엔은 오히려 재미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고향에서의 합리적인 삶은 너무나 심심했다고, 이렇게 부대끼며 사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너무 창피해서 줄리엔의 속마음이 그럴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유선의 부주의함 때문에 줄리엔은 자기 블로그의 독자들에게 신용을 잃어버렸거든요. 그의 잘못이라면 마음 약해서 거절을 못한 것뿐인데 자기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소중한 신용을 잃었으니, 이번 일은 줄리엔에게도 적잖은 상처로 남았을 듯합니다.

하필 외국인인 줄리엔이 번번이 민폐 행각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은 참으로 불편합니다. 실제로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사정에 어둡다는 이유로 갖은 속임수나 사기의 대상이 된다고 하지요. 항상 적나라한 현실을 폭로하고 파헤치는 김병욱의 특징이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보기에 민망하고 거북한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앞으로는 민폐를 끼치더라도 줄리엔 말고 다른 사람... 그러니까 차라리 한국인한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망신스럽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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