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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강승윤의 영화 속에 숨겨진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강승윤의 영화 속에 숨겨진 사랑

빛무리~ 2011. 12. 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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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윤계상은 우연히 땅굴을 지나다가, 영화 속에서 뜻밖의 장면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리고는 옆집 소녀 김지원을 불러다가 "엄청 재미있는 영화가 상영중이니 함께 보자"고 제안하는군요. 집안 곳곳에 숨어서 가족들의 일상을 찍고 있던 강승윤의 카메라에, 윤계상과 김지원 두 사람의 모습이 저도 모르게 찍혀 있었던 겁니다. 평소 코믹 캐릭터가 아니고 매사에 진지한 두 사람의 출연 장면이, 강승윤의 영화 속에서만은 최고의 코믹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김지원은 몰래 스쿠터를 타고 나가려다가 윤계상에게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사정없이 스쿠터 열쇠를 빼앗은 윤계상은 자기 방으로 올라오고, 곧장 뒤를 따라온 김지원은 너무한다고 반항하면서 열쇠를 돌려달라 요구하지요. 하지만 윤계상은 의사로서 절대 허락할 수 없다면서 웃음기 싹 가신 얼굴로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그런데 문득 바닥에 열쇠를 떨어뜨린 윤계상은 그것을 집으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뿌웅~"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고 말았군요. 평소 너무나 고상하고 진지한 캐릭터였기에, 본인도 당황했지만 목격한 김지원도 어쩔 줄 모르고 웃지도 못한 채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김지원은 더 이상 스쿠터 열쇠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그냥 나가 버립니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이 강승윤의 카메라에 담겨 있었던 겁니다. 허리를 굽히던 윤계상이 느닷없이 방귀를 뀌는 장면, 하필이면 티슈박스가 그의 엉덩이 뒤에 놓여 있었는데 방귀 때문에 휴지가 흩날리는 장면, 윤계상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두 사람이 서로 뻘쭘하게 바라보는 장면... 사실 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닥 웃긴 장면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왜 두 사람이 그렇게 요절복통하고 웃는지를 알 것도 같더군요. 당시에는 둘 다 몹시 당황했지만,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까 그 때의 민망했던 감정들까지 생생히 되살아난 거겠지요.

영화에 대만족한 김지원은 또 보고 싶다면서 강승윤에게 다음 번 상영티켓 2장을 예매합니다. 윤계상도 기꺼이 승낙하고, 두 사람은 밤 10시에 다시 땅굴에서 만나 영화 관람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팝콘과 음료수까지 준비해 가서 앞부분의 지루함을 때웁니다. 드디어 그 장면이 다시 나타나고... "뿌웅~" 하는 방귀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다시 요절복통하며 쓰러집니다. 흠~ 두번째 보는데도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혹시 그 웃음의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게 아닐까요? 둘이 함께 있어서 저절로 즐거워지는, 뭐 그런 거 말입니다.

현재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김지원입니다. 윤계상이 스마일 표시를 그려 준 배구공을 소중히 사물함에 간직할 때부터였지요. 생각해 보면 김지원의 조용한 사랑은 벌써 오래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윤계상과 함께 독거노인을 돌보고, 침묵 시위를 함께 하고, 툭하면 책을 빌리러 그의 방에 찾아가고, 그가 무언가를 고민할 때 이불을 뒤집어쓰는 습관이 있음을 알고는 보자기에다가 '생각중'이라는 글자를 수놓아 이불 대신 쓰라며 선물하고... 이 모든 행동은 김지원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녀의 휴대폰에 윤계상의 이름은 '아랏샤라무니에' (잘생긴 남자라는 뜻의 르완다어) 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스쿠터 열쇠를 찾으려고 한밤중에 종석이와 함께 윤계상의 방에 잡입했을 때, 김지원은 윤계상의 잠든 얼굴에 꽂혀서 한참을 바라보느라 정작 무엇 때문에 그 방에 들어왔는지도 잊을 지경이었습니다. "아저씨... 자면서도 웃어!" 감탄하며 멍하니 보다가 그의 목에 걸린 열쇠를 발견하긴 했지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느닷없이 윤계상이 방귀를 뀌는 순간, 더 이상 스쿠터 열쇠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김지원의 입장에서는, 마치 눈앞에서 신선이 방귀를 뀌는 것 같지 않았을까요? ㅎㅎ

윤계상의 마음에도 분명 호감은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은 김지원만큼 뚜렷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는 여자에 별 관심이 없고 누나가 제안하는 소개팅도 매번 거절할 만큼 철저한 초식남 캐릭터입니다. 더구나 김지원은 현재 여고생이기 때문에,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윤계상이 자각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의 고결한 성품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는 원래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고, 가끔씩 지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도 그저 부모 잃은 소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 생각할 겁니다. 이번에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제안한 것도, 스쿠터 때문에 토라져 있을 그녀를 달래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윤계상이 자신의 감정을 깨달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싶은데, 그래도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 꼴이 되지는 않겠지요?;; 설마 이번에는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 부쩍 가까워진 듯 보이는 안종석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김지원이 아무 댓가도 없이 종석이의 과외를 맡아주고 (사실 그건 엄청 피곤한 일일텐데 말이죠), 종석이가 기죽어 있으면 스케이트장에 데려가서 으쌰으쌰 기를 살려주고, 너무 공부를 안하는 것 같으면 '내 다리 말장해' 라고 한자로 써 놓은 가짜 깁스 사건을 벌여서 골탕을 먹이면서까지 공부를 시키려 하고... 이 모든 일들은 제가 볼 때, 종석이가 윤계상의 조카이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영민한 김지원은 무의식중에 운명을 예감하고 있는 듯 싶거든요.

훗날 윤계상과 특별한 사이가 된다면 결국은 종석이와도 한가족이 될테지요. 뻣뻣한 소년에게 참을성 있게 공부를 가르치고, 기 죽으면 토닥토닥 달래며 격려해 주고, 안 되면 때려서라도(?) 공부를 시키려는 모습은, 솔직히 동년배의 친구나 연인이라고 보기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영락없이 엄마가 아들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김지원은 종석의 친구 강승윤에게는 깍듯이 오빠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을 하지만, 종석에게는 한 번도 오빠라고 부르거나 존대를 한 적이 없습니다.

종석이가 김지원을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비밀 과외를 하다가 둘이 사귄다는 오해를 받았을 때 부인하지 않은 것은 그의 속마음과 일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지원은 그런 척 하고 지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연극할 일이 따로 있지, 하필 그의 조카와 사귄다는 오해를 받다니요! 윤계상이 그 헛소문을 모르고 있을 때는 간신히 비밀을 지켜 주었지만, 정작 윤계상이 알게 되자 김지원은 잠시도 지체없이 곧바로 사실을 말해 버리는군요... 아무것도 모른 채 풋사랑의 설렘에 빠져 있는 종석이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저는 계상-지원 소울메이트의 꿈결같은 동굴 데이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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