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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서지석-박하선, 불길한 징조에 휩싸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서지석-박하선, 불길한 징조에 휩싸이다

빛무리~ 2011. 12.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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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은 '하이킥3'에서 가장 확실해 보였던 러브라인입니다. 박하선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영욱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오히려 나중에 윤지석과 커플이 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리고 빨강 하트 목걸이를 비롯한 복선들이 발견될 때마다 점점 확신이 더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지석-하선' 커플을 암시하는 복선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 PD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분명한 복선을 수두룩하게 깔아놓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려 했습니다. 저는 순수하고 희생적인 윤지석의 짝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고, 착하고 예쁜 박하선이 그렇게 좋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길 바랐으니까요. 서로 주고받은 것도 아닌데 두 사람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저절로 기막히게 제 주인을 찾아가는 등,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고 뚜렷해지는 복선들 때문에 의구심과 불안감이 더해갔지만, 괜찮을 거라고 애써 다짐했습니다. 이 커플만은 꼭 잘 되리라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65회에서 드러난 불길한 징조는 더 이상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가 없군요. 원래 두 사람은 인연의 붉은 실로 묶여 있었지만, 윤지석의 소심한 머뭇거림이 치명적 장애가 되어 그 실이 끊어져 버리고 말 듯한 예감입니다. 박하선이 탄 버스를 헉헉대고 뒤쫓아 달리며 "다음엔 나 안 늦을게요. 다음엔 나 안 늦을 거라고요, 다음엔... 뭐든 절대!" 라고 외치는 윤지석의 대사는 그대로 비극을 예고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다음은 없다. 너는 이미 늦었다" 라고 운명이 지석에게 속삭이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듯했습니다.

게다가 박하선의 지나치다 싶을 만큼 눈치없고 무덤덤한 태도 역시 불길한 예감을 더했습니다. 한겨울에 외투도 입지 않고 스웨터 바람으로 정류장까지 자기를 쫓아 달려온 것 하며, 기를 쓰고 버스를 따라오면서 뜬금없는 소리를 해대는 것 하며, 평소와 다른 윤지석의 행동에 이상한 낌새를 차릴 법도 하건만, 박하선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윤지석에게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시느냐고 묻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멀어져가는 윤지석의 모습을 2~3초 가량 바라보기만 했어도 이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았을 텐데요.

하지만 박하선은 윤지석의 심상찮은 행동에 대한 관심보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차가운 밤바람이 더 신경쓰였던 모양입니다. 윤지석이 버스에서 뒤처지자 마자 미련없이 창문을 닫아 버리는군요. 이상하다는 듯 슬쩍 뒤돌아보긴 했지만, 곧바로 다시 앞을 보면서 멍한 표정을 짓는 박하선의 얼굴에서는 한 줄기 희망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번 포스팅에서 '박하선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속마음을 예측해 보았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틀렸나 봅니다. 박하선은 윤지석을 좋아하지 않고 별 관심도 없는 모양이에요.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아무리 천성적으로 둔하다 해도 저렇게까지 눈치가 먹통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불길한 징조가 또 있습니다. 얼마 전 박하선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났던 고영욱의 캐릭터가 막판에 너무나 멋있게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이제껏 시종일관 고영욱에게 냉담했던 저였지만, 그 회차에서 만큼은 거의 100% 고영욱의 감정에 몰입되어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박하선을 포옹하며 "고마워요, 다... 미안해요, 다..." 라고 눈물겹게 전하던 작별의 인사... 무심히 빛나던 가로등 불빛... 홀로 고시원 방으로 돌아와 소리도 못 내고 숨죽여 흐느끼던 모습... 그 모든 장면들이 제 마음을 깊이 후벼파듯 아프게 했습니다. 자기 욕심대로 박하선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면 이기적인 그 태도는 여전히 밉상이었겠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떠나는 고귀한 희생은 더 이상 고영욱을 찌질남으로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박하선의 입장에서는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별 충격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하룻밤 정도만 싱숭생숭 하다가 금세 해맑은 모습을 되찾을 줄 알았는데, 그녀의 기운없고 울적한 모습이 의외로 길게 이어지는 것 또한 불길합니다. 아닌 줄 알았는데... 그녀의 마음속에 고영욱의 자리가 어느 새 커져 있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지 미안한 마음이나 의무감에서 만났던 거라면 저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언제나 박하선에게만은 진실한 사랑을 전해주려 애썼던 고영욱의 노력이, 결국은 그녀의 마음속에도 사랑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어쩌면 좋지요?

홈페이지의 인물관계도를 새삼스레 다시 보니, 고영욱의 직업은 9급 공무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별하고 떠날 때 고영욱은 여전히 백수 신세였죠. 박하선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성공해 보려고 아둥바둥했으나 결국 이번 기회도 잡지 못하고 실패했기에, 언제 성공할지 기약도 없는 자기 곁에 더 이상 그녀를 묶어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겁니다. 고시에 낙방했으니 헤어지자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고영욱은 떠나면서 거짓말을 했었죠.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멀리 지방으로 발령받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거짓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고영욱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한결 말쑥해진 모습으로 박하선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싶군요. 그 동안 윤지석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좀처럼 박하선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할 것이고, 박하선은 외로운 나날 속에 가끔씩 고영욱을 그리워하며 지내겠지요. 그러다가 돌아온 고영욱을 만나면, 박하선은 그의 작은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며 기꺼이 다시 받아주게 될 것입니다. 이런..;; 그럼 훼이크인 줄만 알았던 그 커플이 결국 진짜였단 말인가요?

제가 원하는 모양새가 결코 아닌데도 이런 예상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65회에서 보여준 윤지석의 태도는 그야말로 답답함과 한심함의 극치였습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이문세 콘서트나 함께 보러 가실래요?" 예전 같으면 쉽게 건넸을 이 정도의 말조차 건네지 못하고, 열린 문틈으로 그녀의 모습만 몰래 훔쳐보는데 얼마나 속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지를, 그는 충분히 알고 있잖아요? 이제 그녀는 혼자가 되었고, 드디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정말 간신히 얻게 된 절호의 찬스입니다. 너무 급해서도 안되겠지만, 너무 느려서는 더욱 안됩니다. 기회란 결코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가려는 그 약속, 뒤로 미루면 안 돼요? 박쌤, 이 콘서트 가고싶어 했잖아요. 나랑 같이 여기에 가요!" 모처럼 용기를 낸 윤지석이 버스 정류장까지 쫓아가서 애원하다시피 했지만, 박하선은 평소의 마음약한 성격답지 않게 고민도 없이 딱 잘라 거절해 버리는군요.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기로 약속해서요... 조금만 일찍 얘기하셨으면 약속 안 잡았을텐데, 죄송해요..." 그리고 버스가 오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쌩하니 가버리는군요. 게다가 "다음엔 나 절대 안 늦을게요!" 헉헉 뒤따라 오면서 간절히 외치는 윤지석을 무심히 내려다 보고는 냉정하게 창문을 닫아 버리는군요.

아, 불쌍한 우리 지석이... 어쩌면 좋습니까? 역시 김병욱은 잔인합니다. 65회는 마치 어둠 속에서 파랗게 냉소짓는 김병욱의 얼굴을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주 섬뜩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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