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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안수정, 왕따 사건으로 순식간에 밉상녀 등극?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안수정, 왕따 사건으로 순식간에 밉상녀 등극?

빛무리~ 2011. 10. 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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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에는 가장 얄미웠습니다. 시트콤의 설정상으로는 그게 무슨 안시성 전투와 비교되면서, 수정이는 외롭게 안시성을 지키는 양만춘 장군이 되고, 나머지 식구들은 다수로써 소수를 공격하는 비겁한 당나라 군사들처럼 묘사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그 다락방은 수정이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아빠고 삼촌이고 사정없이 얼굴에 공을 던지거나 밀어 떨어뜨리며 공격하는 모습이 어찌 예뻐 보일 수 있을까요? 더구나 윤지석(서지석) 삼촌은 힘들게 다락을 개조해서 방을 만들어 주었던 장본인인데 은혜도 모르고 말입니다.

하지만 뭐... 아직 어리니까 그러려니 하고 봐줄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치를 따져 생각해 봐도 그 방은 종석이보다야 수정이가 써야 맞는 거였지요. 그 집안에서 여자라고는 엄마와 수정이뿐인데 엄마는 아빠와 한 방을 써야 하고... 종석이는 삼촌과 한 방을 써도 되지만 수정이는 그 누구와도 방을 같이 쓸 수 없었으니까요. 사춘기 소녀로서 며칠 동안이나 소파에서 지내야만 했던 수정이의 심정은 이해하려면 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차분히 이치를 따져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아들이 고3이라는 이유로 딸에게 방을 양보하라 강요했던 안내상이 멍청한 아버지였던 거죠.

그런데 19회에서 등장한 김지원과의 에피소드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이건 어리다는 이유로도 절대 좋게 봐줄 수 없는, 캐릭터의 치명적 결함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안수정이 김지원의 구형 휴대폰을 구경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데서 비롯됩니다. 모든 시청자가 알다시피 그 휴대폰은 돌아가신 지원이 아버지의 유품입니다. 생전의 문자와 사진들이 그대로 저장되어 있는데, 너무 구형이라서 고장나면 AS도 쉽지 않으니 지원으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었지요.

소중한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 배터리가 분리되어 있는 꼴을 보고는, 언제나 차분한 성격의 지원이지만 살짝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그래봐야 뭐 욕을 했다거나 심한 소리를 한 것도 아닙니다. "왜 남의 휴대폰을 함부로 만져!" 꼭 이 한 마디를 했을 뿐입니다. 사정을 모르는 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언제나처럼 생긋 웃으며 "미안~" 하고 말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화를 풀지 않고 냉정하게 구는 지원에게 충격을 받습니다. 여기까지는 두 소녀의 입장 모두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수정의 행동에는 너무 기막혀서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미안하다고까지 했는데 곧장 화를 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정이는 지원이를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혼자 미워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별 문제가 없는데, 같은 반 친구들을 동원하여 '지증모'(지원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결성하려고까지 한 것은 정말 소름끼칠 만큼 악의적인 것이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김지원은 학우들 간의 평판이 매우 좋은 학생이었고 그 자신도 속이 옹골차고 단단한 녀석이라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렇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거든요.

만약에라도 지원이가 마음 약하고 수줍은 성격에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었다면, 안수정의 그런 행동은 곧장 심각한 왕따 사건으로 발전되어갈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안수정처럼 예쁘고 활발하고 남의 환심을 잘 사는 아이가 한 친구를 찍어서 대놓고 왕따시키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김지원에게 아무 관심조차 없던 급우들도 차츰 수정의 말에 동조하게 될 테니까 말이죠. 군중심리란 굉장히 무서운 것입니다. 시작할 때야 별 것 아닌 듯 싶겠지만 점점 풍선처럼 일이 커져갈 것이고, 나중에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 나머지 자살한 학생의 예가 어디 한두 명입니까?

안수정은 물론 실패했습니다. 왕따의 희생양으로 삼기에는 김지원이 너무 강적이었던 거죠. 거듭된 실패 속에 수정이는 오히려 자기가 수차례 골탕을 먹고 망신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닙니다. 별 이유도 없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친구를 왕따시키려 했던, 그 못된 의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더구나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분명히 안수정이었습니다. 남의 휴대폰을 망가뜨릴 뻔한 것은 엄연한 자기의 잘못인데, 그리고 상대방이 심한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그저 자신의 사과에도 즉시 마음을 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왕따 조직을 만들겠다는 끔찍한 생각까지 할 수가 있을까요?

삼촌 윤계상으로부터 지원의 휴대폰에 얽힌 슬픈 사연을 듣고 나서야 안수정은 오해를 풀었습니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엉엉~" 울며 뉘우치는 수정이의 모습은 나름대로 순수해 보이긴 했는데... 이미 '왕따 조직 지증모' 개설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제 눈에는 더 이상 귀엽거나 예쁘지 않았습니다. 안수정은 곧장 김지원에게 사과하겠다며 동굴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갑니다. 다짜고짜 지원의 방으로 뛰어들어간 수정은 자기 감정에 취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지원의 목을 얼싸안고 말합니다. "정말 미안해~ 난 몰랐어~ 왜 얘길 안 했어? 이젠 내가 네 이야기 다 들어줄게. 무슨 얘기든 해봐. 난 들을 준비 됐어!"

김지원이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괜찮아. 모르고 그런 거잖아. 나도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그런데 나 지금 약속 있어서 급히 나가봐야 해. 친구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미안~ 나중에 보자!" 그러고는 수정이만 방 안에 남겨두고 휭하니 나가 버립니다. 그게 뭐 화낼 일인가요? 지원이가 잘못한 거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남의 입장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안수정은, 언제 눈물 흘리며 뉘우쳤냐는 듯 금세 돌변하여 다시 김지원을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제멋대로 구는 것까지야 귀엽게 봐주겠는데, 왕따 조직을 만들려고 한 설정은 너무 심했습니다. 그 동안은 수정이가 좀 못되게 굴어도 뒤끝 없고 쿨한 성격이라 예쁘게 봐주었는데, 별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왕따 조직까지 만들려 할 정도면, 의외로 뒤끝 길고 독한 성격이라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여튼 이번 에피소드를 기화로 멀쩡하던 소녀 안수정은 삽시간에 밉상녀로 등극했습니다. 대충 가볍게 넘겨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였군요. 앞으로 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려고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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