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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서지석 VS 고영욱, 이타적인 사랑 VS 이기적인 사랑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서지석 VS 고영욱, 이타적인 사랑 VS 이기적인 사랑

빛무리~ 2011. 10. 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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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을 사랑하는 두 남자,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은 둘 다 연애에는 별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윤지석은 너무 순진한 편이라 아직 자신의 감정조차 확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고, 그녀의 생일도 챙겨주고 싶고, 취미 활동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윤지석의 다혈질적이고 급한 성격 또한 만만찮은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녀와 단둘이 우산을 쓰고 집에까지 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졌건만, 쉽게 펴지지 않는 우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욱한 윤지석은 박하선의 빨간 우산을 바닥에 내던지고 수차례 짓밟아서 망가뜨리고 맙니다. 그녀 앞에서 힘자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산 하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못난 모습을 보였으니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났겠지요. 하지만 아주 조금만 더 사려가 깊었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윤지석에 비하면 고영욱이 한 수쯤은 위로 보입니다. 우산이 망가져서 곤경에 처한 그녀 앞에 멋지게 나타나 우산을 빌려줄 때는 나름 연애의 고수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빌미로 단번에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기술(?)도 꽤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화번호를 알아내자마자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끝없이 보내며 스토킹을 시작하였으니, 그런 자세 또한 연애에는 치명적 결함이라 하겠습니다. 박하선이 워낙 착해서 받아주고 있는 것뿐이지, 다른 여자 같았으면 진저리를 치면서 전화번호를 바꿔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21회에서 윤지석은 또 한 차례의 큰 실수를 했습니다. 박하선에게 생일이 언제냐고 묻는다는 게, 문자메시지에 오타가 나는 바람에 생리가 언제냐고 물어버린 것입니다. 놀라 기절할 지경인 그녀의 마음은 짐작도 못하고, 윤지석은 자신의 문자에 답장조차 해주지 않는 그녀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그 짧은 문장을 보내면서 오타를 내고, 나중에 보낸 문자함을 확인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성급함과 허술함 때문에, 자칫하면 박하선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빠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박하선은 너무 착한 여자였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태스런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동료 교사인 윤지석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어서 결국 대답을 해주고 만 것입니다. "꼭 그렇게... 아셔야 돼요?" 라고 머뭇거리며 물을 때만 해도 "설마 대답을 하려는 건가?"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사실은... 오늘이에요!" 하고 얼굴을 가린 채 돌아서 뛰어가는 모습은 황당하면서도 너무 귀여워서 웃음보가 터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 이후로 이렇게 귀여운 여성 캐릭터는 참 오랜만이군요.

윤지석은 박하선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줄만 알고 정성스레 선물과 축하 카드를 준비하여 동굴을 통해 방문합니다. 그의 얼굴조차 보기 민망해하는 박하선에게 대뜸 "축하해요" 하면서 선물을 건네는데, 영문을 몰라서 "뭘요?" 라고 묻는 하선에게 "오늘이라면서요?" 라고 되묻습니다. "뭐가 오늘..." 하다가 아까의 대화를 기억해낸 박하선은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부끄러움도 잊고 윤지석을 마구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윤선생님, 도대체 왜 이러세요? 무슨 병 있으세요? 정말 너무하시네요. 가세요, 제발... 윤선생님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아마도 생리대 쯤으로 짐작했을 선물 꾸러미는 다시 그의 손에 넘겨주고, 동굴 뚜껑을 억지로 닫으면서 박하선은 사정없이 윤지석을 쫓아내는데, 천만 다행히도 조그마한 생일 축하 카드가 욕실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녀의 오해는 즉시 풀리게 됩니다. 동굴 뚜껑을 열고 "윤선생님~" 부르자, 윤지석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충격에 빠져 동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저한테 보내신 문자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제서야 자신의 엄청난 실수를 깨닫게 된 윤지석은 몹시 당황하지만, 그래도 기왕 준비한 거니까 받아 달라면서 하선에게 다시 선물을 건넵니다. 포장지 안에서 예쁜 비누를 꺼낸 박하선은 향기를 맡으면서 혼자 즐거워하는데, 그 표정을 보아서는 윤지석에게 호감이 없는 것도 아닌 듯 싶군요.

그런데 도대체 왜 고영욱 쪽으로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 걸까요? 아무리 봐도 고영욱은 박하선의 연인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닌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성품 자체가 매우 이기적입니다. 학교 연극에서 명성황후 역할을 맡아 열연하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된 후, 고영욱은 남이야 피해를 입건 말건 상관없이 자기 목적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무리하고 부당한 방법을 써 가면서 그녀에게 접근했지요. 깡패들이 백진희를 찾아왔던 일은 꼭 한 번뿐이었지만, 고영욱은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기 위해 그 이후로도 계속 찾아온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박하선의 집에 드나들었고, 그 바람에 백진희는 어렵게 얻어낸 영화사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잃게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종일 문자 테러를 하고도 모자라서 오밤중까지 잠도 못 자게 문자질을 계속 해대는 행동 역시 굉장히 이기적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생각지 않는 거니까요. 자기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어떤 과목을 듣고 있는지, 밤중에 무슨 야식을 만들어 먹고 있는지, 상대방은 궁금해 하지도 않을 자신의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는 게 무슨 사랑일까요? 그런 사람들은 늘상 자기만 좋으면 그뿐입니다. 심지어 고영욱은 박하선이 휴대폰을 테이블에 놔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녀의 휴대폰을 훔쳐보는 몰염치한 행동마저 서슴지 않습니다. 그랬으면서 뻔뻔하게 윤지석이 잘못 보낸 문자 내용을 트집잡아 "너는 여자한테 매너도 없냐?" 면서 다짜고짜 반말로 싸움을 거는군요.

그토록 이기적인 고영욱에 비해 윤지석의 사랑은 훨씬 희생적이고 이타적입니다. 윤지석은 박하선이 우울해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야구장에 데려갔습니다. 연극 중에 벌어진 일인데도 자기가 그녀에게 칼을 휘둘렀다는 이유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문자에 오타가 나서 큰 실수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생일을 물어본 이유 또한 그녀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죠. 무척 어설프고 실수가 잦긴 하지만, 윤지석은 진짜로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입니다.

고영욱은 박하선이 분명히 "오늘 저녁은 어렵다"고 대답을 했는데도, 불쌍한 고시생 살려주는 셈치고 제발 밥 한 끼만 같이 먹자면서 그녀를 부담스럽게 졸라댔었죠. 그 또한 어디까지나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그녀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그녀를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박하선이 조금이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면 고영욱보다야 윤지석이 훨씬 좋은 남자인 것을 알텐데, 안타깝게도 박하선은 대책없이 착하기만 할 뿐 사람 보는 눈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줄리엔의 집을 구해 줄 때 그처럼 호되게 사기를 당하고도, 며칠 동안이나 그 사기꾼 아저씨를 진심으로 믿었을 정도입니다.

윤지석 VS 고영욱... 이타적인 사랑 VS 이기적인 사랑... 착하고 순진한 박하선이 행복해지려면 아무리 생각해도 윤지석을 선택해야 하는데, 맨 마지막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아직은 갈 길이 멀군요. 윤지석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외사랑 때문에, 박하선은 이기적인 남자친구 때문에 한동안 맘고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그 또한 재미있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태원의 노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의 가사처럼 "모든 순간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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