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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윤계상이 침 뱉고 싶은 캐릭터? 절대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윤계상이 침 뱉고 싶은 캐릭터? 절대 아니다!

빛무리~ 2011. 10. 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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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백진희는 윤계상이 근무하는 보건소에 인턴을 지원하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처음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도 윤계상이었고, 시험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두툼한 교재까지 선물해 준 사람도 역시 윤계상이었죠. 그토록 친절한 윤계상에게 호감을 품게 된 백진희는 자신의 대학선배인 사진작가 이켠이 개최하는 '웃는 얼굴 사진전'에 윤계상을 모델로 추천하고,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윤계상은 결국 사진 모델을 수락하고 맙니다.

시험 당일, 백진희는 감독관으로 들어온 윤계상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윤계상도 "시험 잘 봐요!" 하고 입모양으로 격려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어 주네요. 그런데 문제를 풀다가 막히게 되자 백진희는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군요. 원래 가진 것은 없어도 비열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캐릭터 아니었던가요? 컨닝을 하기 위해 앞좌석을 힐끗거리던 백진희는 감독관 윤계상에게 딱 걸리고 맙니다. 친분이 있는 사이니까 대충 봐줄 거라 생각했겠지만 윤계상 이 남자, 공적인 일에는 칼처럼 냉정한 인물입니다.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는 백진희에게 윤계상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는군요. "안됩니다. 응시자격 박탈입니다. 나가주셔야 겠어요..*^^*" 그렇게 시험장에서 쫓겨난 백진희는 자기가 잘못해 놓고도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식식거리면서 걷다가, 마침 사진전의 메인 작품으로 선정되어 거리에 커다랗게 전시되어 있는 윤계상의 웃는 얼굴 사진을 발견합니다. 얄미운 마음에 침이라도 뱉어 주려고 입 안에 잔뜩 침을 모으는데, 사진을 향해 발사하려는 찰나 진짜 윤계상이 "뭐하세요?" 하면서 나타나는 바람에 그 소심한 복수도 수포로 돌아갔군요. "아까는 저 때문에 서운하셨죠?" 이렇게 물으면서도 윤계상의 얼굴에는 한가득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백진희는 그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하이킥3' 22회를 보면서 한 번도 윤계상을 얄밉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죠. 부정행위를 저지른 응시자는 쫓겨나는 게 지극히 당연한데, 무섭게 야단치고 망신주면서 쫓아내는 것보다야 윤계상처럼 웃는 얼굴로 속삭이면서 쫓아내는 게 훨씬 나은 것 같군요.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나서 참 묘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로 인해 윤계상의 캐릭터가 '침 뱉고 싶은 캐릭터' 또는 '웃는 얼굴로 침 뱉는 캐릭터'로 확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죠? 오히려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부정행위를 슬쩍 눈감아 주었다면, 그거야말로 침 뱉고 싶은 캐릭터가 되는 거 아닌가요? 도대체 왜 "윤계상이 웃는 얼굴로 여러 얼굴에 침 뱉는 캐릭터" 이며 "다른 인물들이 윤계상에게 침 뱉고 싶어할 만하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예전에 안내상과 박하선을 치료해 줄 때, 의사로서 언급했던 말들이 '얄미움'의 이유로 꼽히기도 하더군요. 대장에 용종이 생긴 안내상에게 "레이저로 할 수 있지만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은 어렵지 않지만 수술이 잘못되면 수혈을 받아야 해요" 라고 말했던 장면과, 개에게 물린 박하선에게 "흉터는 안 생기겠지만 광견병은 조심하셔야 해요. 광견병에 걸리면 잠복기 이후에 두통, 구토, 발열 증상이 생겨요. 그러다가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게 되고, 의식 장애로 환각과 혼수상태가 오고, 온 몸이 마비되면서 사망하게 됩니다" 라고 말했던 장면이 예시로 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소리를 하면서 생글생글 웃고 있던 얼굴이 얄밉다는 겁니다.

하필 그 말을 들은 안내상과 박하선의 캐릭터는 둘 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편이라 적잖은 맘고생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안내상은 RH-AB형으로서 희귀 혈액에 대한 노이로제가 심한데 수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사색이 되었고, 박하선은 꽃다운 나이에 연애 한 번도 못해 보고 광견병에 걸려서 죽어야 하느냐며 하루 온종일 신세한탄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윤계상은 엄연히 '의사로서의 고지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제가 병원에 가기를 무척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점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만약에, 최악의 경우에는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뭐 이런 식의 의무적 고지가 환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처럼 들리는 거죠. 막상 결과가 나왔는데 별 것 아니면 "이런 걸 갖고서... 왜 괜시리 겁을 주고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최악의 가능성까지도 미리 언급해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겠지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윤계상의 말대로 "울면서 말하는 것보다야 웃으면서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아니면 심각하게 얼굴을 굳히고 무섭게 이야기해야 하나요?

물론 광견병으로 확정이 된 상태였다면,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환자에게 통보해서는 안 될 일이겠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계상은 오히려 박하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확률이 낮다 해도 의사로서 고지 의무는 해야 했을 테니까요. 안내상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윤계상은 절대 '침 뱉고 싶을 만큼 얄미운 캐릭터'도 아니고 '웃는 얼굴로 여러 사람에게 침 뱉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그는 날마다 독거노인들을 순회 방문하며 무료 진료까지 해주는, 친절하고 선량하고 양심적인 보건소 의사 선생일 뿐입니다.

특히
백진희의 부정행위를 눈감아 주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윤계상이라는 인물을 '침 뱉고 싶은 캐릭터'로 규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거야말로 '공정함이 비난받는 사회' 이며 '부정부패가 찬양받는 사회' 임을 입증하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이와 같은 현상은 매우 부정적이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윤계상의 올곧은 캐릭터를 그토록 얄밉다고 느끼는 사람이 정말 많은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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