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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는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트콤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는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트콤이다

빛무리~ 2011. 10. 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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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이 명인대학병원 의사로서의 폼나는 삶을 버리게 된 것은 100% 그자신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징계를 받아서 그만두게 된 측면이 있었음을 24회에서야 알 수 있었지요. 수년 전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에겐 보호자가 없었고 따라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극구 반대했지만, 윤계상은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즉시 수술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능력있는 후배 의사 윤계상을 아끼던 외과 과장은, 그를 돕고 싶다면 공식적 루트를 통해서 도우라고 권했습니다. 사회복지단체를 통하거나, 그런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윤계상은 대꾸도 없이 과장실을 나와 곧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선배 의사 이적도 "너 지금 실수하는 거"라고 만류했지만, 윤계상은 오히려 그에게 어시스트를 부탁하며 홀로 수술을 강행했습니다. 그 사건으로 병원에는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습니다. 과장부터 줄줄이 징계를 받았고, 모든 의사들과 관계자들에게 더없이 살 떨리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윤계상이 병원 의사로서의 삶을 그만두게 된 것도 그 사건으로 인해서였음은 물론입니다.

어느 날 김지원은 윤계상의 독거노인 방문 진료에 우연히 동참하게 됩니다. 스쿠터를 타고 하교하던 길에, 택시를 잡으려는 윤계상을 발견하고 그를 태워다 주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링거를 맞는 동안 윤계상은 텅 빈 냉장고를 채워 드리기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고, 김지원은 TV조차 고장나서 틀지 못한다는 할머니를 위해 '보핍보핍'을 노래하고 춤까지 추면서 즐겁게 해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면서 막대사탕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얼마 있으면 미국에 사는 아들이 귀국한다면서 좋아하시던 그 할머니는, 며칠 후 급작스런 복막염으로 쓰러졌습니다. 소식을 들은 윤계상은 할머니를 들쳐업고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역시 우연히 곁에 있던 김지원도 함께 갔지요. 윤계상은 자신이 그 할머니의 보호자라면서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했고, 할머니가 수술을 받는 동안 밖에서 마음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한 때 동료였던 의사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지만, 온통 할머니의 수술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윤계상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 분이 윤계상 선생님 맞죠? 예전에 동의서 없는 환자를 맘대로 수술했다가 징계 받은?" 그 의사들은 복도에서 윤계상이 병원을 그만두게 되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계단 위에서 할머니의 수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김지원은 우연히 그 대화를 엿들으면서 윤계상의 과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수술받은 환자는 어떻게 됐어요?" 한 의사가 질문하자 또 다른 의사가 대답했습니다. "환자는? ... 살았어!"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윤계상은 직장을 잃었고, 과장 이하 간부급 의사들조차 줄줄이 징계를 받았지만, 그 결과로 한 사람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주신 막대사탕을 간절히 움켜쥔 김지원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번에도 그 때처럼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다리며...... 하지만 잠시 후, 수술 결과를 듣고 돌아온 윤계상은 말없이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들썩이는 어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원.

김지원은 기타 연주와 사진 촬영에도 재능을 보이더니, 그 와중에 로켓까지 제작하여 어느 대회엔가 출품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참 다재다능한 소녀군요. 그런데 문득 마음을 바꾸어 출품하려던 로켓을 하늘에 쏘아 올리기로 결심하고는 윤계상을 불러서 그 자리에 함께 합니다. 그 로켓 옆구리에는 할머니가 주신 막대사탕을 곱게 붙여 놓았습니다. 로켓 발사 준비를 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검은 밤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윤계상이 김지원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빛이 사실은 몇 백만 년 전에 있던 별이라는 거 알죠?"
"네, 알아요."
"저렇게 반짝이는 별들이 지금은 이미 소멸된 별들일 수도 있듯이,
 저 곳 누군가의 눈에는 할머니도, 지원 학생의 엄마 아빠도 아직 우리 옆에 계시는 것일 수도 있어요.."

드디어 로켓이 눈부신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점차로 하늘 높이 사라져가는 로켓의 불꽃과 함께, 소녀 김지원의 잔잔한 독백이 흘러갑니다. "할머니의 막대사탕은 순식간에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저씨와 나도, 할머니와 엄마 아빠처럼 언젠가는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삶은 어찌 보면 신기루 같다. 영원한 우주의 나이에 비해 너무 덧없이 짧아서 그렇고, 내가 죽은 후에야 내가 살았다는 것을 우주에 알릴 수 있음으로 그렇다. 하지만 몇 백만 년 전에 죽은 별들이 우리에게 빛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짧은 삶도 먼 훗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죽은 후에야 내가 살았다는 것을 우주에 알릴 수 있다는 발상은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슬픈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혹시 몇 백만 년 후에, 머나먼 곳의 누군가가 나의 빛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짧고 덧없는 삶일지라도 그리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둥, 아직도 캐릭터들이 자리를 못 잡았다는 둥, 갖가지 이유로 끝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지만, '하이킥3'는 김병욱의 전작들보다도 훨씬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가는 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트콤을 우리는 어디에서 또 찾아볼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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