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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황당한 러브라인에도 분노하지 않은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황당한 러브라인에도 분노하지 않은 이유

빛무리~ 2011. 11. 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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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과 고영욱의 커플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해당 기사의 댓글들은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호감형 캐릭터 박하선과 비호감 캐릭터 고영욱이 연결된다는 사실이 몹시 짜증난다는 반응이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부터 '하이킥3' 시청을 미련없이 접겠다고까지 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6회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지금껏 김병욱 시트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커플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100%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25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윤지석의 운수 좋은 날'이었죠.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의 패러디라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루종일 이상할 만큼 운이 좋던 남자 주인공의 최후는 사랑을 잃는 가장 큰 비극으로 마무리됩니다. 장미꽃을 사느라 시간을 지체하지만 않았더라면, 박하선이 물에 빠지는 순간 그녀의 곁에 있다가 구해 주는 사람은 윤지석이 되었겠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운명은 그렇게 엇갈리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윤지석으로 하여금 판단착오를 일으키게 한 것은 하루종일 계속된 행운이었습니다. 오늘은 운 좋은 날이니까, 오랫동안 품어 왔던 사랑의 감정을 오늘 고백하자고 윤지석은 마음먹었지요. 행운이 계속된다면 그녀가 자기 마음을 받아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고백하며 그녀에게 건네줄 장미꽃을 사려고 다시 건널목을 되돌아갔으니, 결과적으로는 행운이 불운으로 바뀌어 윤지석의 발목을 단단히 움켜잡고 만 셈입니다.

고영욱은 박하선을 구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소매치기가 던져버린 자신의 지갑을 찾기 위해서 뛰어들었는데, 우연히도 같은 시간에 박하선이 날리는 스카프를 잡으려다가 물에 빠진 것을 보게 되었을 뿐이죠. 최선을 다해 그녀를 구한 것은 뭐 사실이겠지만, 그 이후에 보여준 고영욱의 태도는 치사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박하선은 미안한 마음에 병원비를 들고 고영욱의 문병을 가는데 "좀 괜찮으세요?" 하고 묻는 그녀에게 고영욱은 대답합니다. "폐가 약해져서 숨쉬기가 힘든 것 말고는 괜찮아요... 하선씨를 구할 때, 저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각오도 했구요... 하선씨가 제 위에 계속 올라타셨잖아요.. (하선, 놀라며 "제가요?") ...정신이 없는 상태시더라구요. 저는 그 순간 냉정하게 판단을 했죠. 나까지 정신을 잃으면 둘 다 죽겠구나, 일단 내 몸을 타고 하선씨를 물 밖으로 나오게 하자... 그래서 그냥 서 있었어요.." 그러자 박하선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물 밑에요? 그래서 폐 손상이 오신 거예요?" 그러자 고영욱은 "죽을 각오를 했었다니까요. 순간적이지만 후회같은 건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선씨였으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고영욱의 발언은 상대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물 속에서 계속 내 위에 올라탔고, 나는 당신을 위해 죽을 각오로 물 속에 서 있었다, 그래서 지금 폐 손상이 왔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되겠습니까? 고영욱의 사랑이 진짜 순수한 것이라면, 결코 저렇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일부러 박하선에게 부담을 줌으로써 자기 욕심을 채우려 했을 뿐입니다. 그녀가 가져온 병원비도 받지 않겠다고 그처럼 거부하더니만, 박하선이 봉투를 두고 나가자마자 슬쩍 열어보며 액수를 확인하는 장면은 가증스럽기 이를 데 없더군요.

학교 선생님들이 단체로 연합해서 고영욱의 프로포즈를 도와준다는 설정 또한 매우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목숨을 바쳐서라도 박하선을 구하려 했다는 고영욱의 사랑이 신문기사에 났고,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들이 아무리 감동을 받았다 해도, 당사자인 박하선의 의견과 상관없이 주변에서 그렇게 몰아붙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고영욱이 간절히 도와달라 요청했겠지요.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꽃다발을 내밀며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로 몰아간 것은 역시 고영욱답게 매우 이기적인 프로포즈였습니다.

착하고 순하고 귀 얇은 박하선은 과연 당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꽃다발을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완전히 울상이 되어 있었죠. 고영욱과 커플로 맺어지는 것이 그녀로서는 얼마나 내키지 않는 일인지가 그대로 표정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쩔 줄을 모르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무슨 러브라인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요? 표면상으로는 억지로 꿰어맞춘 공식 커플이 된 셈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이쪽에도 저쪽에도 진실한 사랑이라고는 없습니다. 고영욱은 이기적인 자기 욕심을 채웠을 뿐이고, 박하선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등을 떠밀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번 에피소드에서 박하선과 윤지석의 진짜 러브라인이 예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영욱은 그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로서 잠시 등장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김병욱 시트콤에서 표현되는 러브라인은, 항상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설레게 할만큼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과정을 통해 전개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왜 그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단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실감나게 그려내는 재주가 김병욱에겐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러브라인을 만들었겠습니까?

무엇보다 고영욱의 캐릭터는 현재 아무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찌질하더라도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한 가지쯤은 있어야 하는데, 거짓말과 허세 투성이에다가 매사에 이기적인 이 남자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비호감일 뿐입니다. 고영욱을 진짜 러브라인의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이었다면,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운수 좋은 날'의 희생양이 된 윤지석은 한동안 지독한 짝사랑으로 맘고생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겠지만, 먼 길을 돌고 돌아서라도 결국은 그녀와 맺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진짜 사랑의 운명을 저는 미리 보았기 때문에, 고영욱과의 황당한 커플 결성에도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방해꾼이 아무리 많다 해도, 결국은 진실한 사랑이 승리하게 되리라는 것을 저는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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