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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박하선의 착한여자 콤플렉스, 답답하지만 현실적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박하선의 착한여자 콤플렉스, 답답하지만 현실적이다

빛무리~ 2011. 11. 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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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도록 교육받는 남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순종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받아 온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입니다.

'하이킥3'의 박하선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떠넘겨도, 박하선은 단 한 마디의 거절조차 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줄리엔의 집을 구해 주는 것은 원래 동료 교사인 박지선의 책임이었는데, 박지선은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낮에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무 댓가 없이 박하선에게 덥석 떠넘겨 버렸고, 박하선은 내키지 않았지만 거절을 못해서 그 일을 맡게 되었지요. 집을 구하던 중에 사기를 당해서 돈을 날려 버렸고, 결과적으로는 여자들만 사는 집에 남자인 줄리엔을 하숙생(?)으로 들여야 하는 불편함마저 감수하게 됩니다.

후배인 백진희와 함께 살게 된 것도 박하선의 뜻과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청년백수 백진희는 고시원 비용을 내지 못해서 쫓겨났고, 갈 곳 없는 백진희를 가엾이 여긴 박하선은 기꺼이 그녀에게 하룻밤 신세를 허락했었지요. 하지만 줄곧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는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거니, 단지 하루 이틀만 재워주면 되겠거니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 생활의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백진희는 염치불구하고 박하선에게 빌붙기 시작했습니다. 없는 듯이 그림자처럼 살겠다면서 말이지요.

사실상 그 집의 주인은 박하선이 아니라 사촌동생 김지원이기 때문에, 박하선으로서도 더 이상 군식구를 들이기는 상당히 민망한 입장이었습니다. 느닷없이 남자 교사 줄리엔을 집에 들인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생활비 한 푼조차 낼 형편이 안 되는 백진희까지 받아들인다면, 언니로서 동생을 볼 면목이 없었지요. 하지만 박하선은 한 마디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서 백진희를 받아들이고 맙니다. 이렇게 해서 함께 살게 된 백진희는 처음에는 눈치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아끼는 시늉도 했었지만, 나중에는 냉장고의 반찬들을 푹푹 퍼담아서 고시원 동료였던 고영욱에게 주는 등, 염치없는 군식구 노릇을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박하선 혼자뿐인데, 어떻게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줄리엔의 경우는 처음부터 당당히 집세를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비록 박하선이 사기당해서 날렸지만) 따로 무슨 돈을 낼 것 같지는 않고, 김지원은 고등학생이며, 백진희는 백수에 불과하니까요. 고등학교 교사 월급이라고 해봤자 그리 큰 액수는 아닐진대, 애꿎은 박하선이 졸지에 4인 가족의 가장처럼 되어 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된 것은 모두 '착한여자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여자들은 심지어 연애나 결혼 문제에 있어서도 자기 주관을 뚜렷이 내세우지 못합니다. 상대 남자가 강력하게 대쉬하거나 주변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며 몰아붙이면,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서도 어영부영 결혼까지 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박하선이 고영욱과 커플로 연결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되었던 박하선의 캐릭터는, 결코 그 상황에서 고영욱의 프로포즈를 거절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이런 사람들은 그 순하고 착한 성향 때문에 기본적으로 좋은 평판과 호감을 얻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단호하게 맺고 끊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주변인들을 답답하게 할 때도 많고, 때로는 은근히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하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윤지석(서지석)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거였죠. 비록 뒤늦게 야구광으로 입문했지만 그녀 역시 윤지석 못지 않게 플레이오프 7차전을 무척이나 기대해 왔고, 윤지석이 어렵게 표를 구했다고 하자 뛸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랬으면서도 박하선은 고영욱이 영화 시사회 티켓을 얻었다면서 뒤늦게 데이트 신청을 하자 거절하지 못합니다. 상황에 떠밀려서 말도 안 되는 억지 커플이 되었는데도 자기 뜻과 상관없이 고영욱을 남자친구로 인정하고 만 것입니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이것이 바로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부작용입니다.

어차피 박하선의 진짜 인연은 고영욱이 아니라 윤지석이 확실합니다. 그것은 이미 확실한 복선으로 증명까지 되었어요. 윤지석과 박하선, 박지선, 줄리엔강, 윤건이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갈 때, 갑자기 고영욱이 등장해서 박하선을 데리고 따로 식사를 하러 갔었죠. 만류하지도 못하고 멀뚱히 바라보고 있던 윤지석은, 그날 저녁에 TV로 야구를 시청하며 혼자 볼멘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바보 아냐? 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질질 끌려다니고 있어!" 응원하는 야구팀의 부진한 플레이를 보고 화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박하선에게 대쉬조차 못 해보고 상황에 끌려다니는 무력한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런 동생을 보며 윤계상은 "아직 5회밖에 안 됐는데 역전하면 되지"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지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윤지석이 응원하는 팀은 그 경기(5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두었고, 이어서 벌어진 6차전에서는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며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박하선과 함께 보려던 7차전에서도 승리하여 우승팀이 됩니다. 비록 박하선은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고, 밖에서 떨며 그녀를 기다리던 윤지석도 결승전을 참관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윤지석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진 야구 경기의 결과는 윤지석과 박하선의 러브라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을 암시합니다. 사실 그들의 인연은 처음부터 야구와 함께 시작되었으니까요.

박하선의 답답한 '착한여자 콤플렉스'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좀 더 빨리 서로의 진짜 인연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요. 어쩌면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게 이리저리 얽혀 있고, 본의 아니게 멀찌감치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오히려 현실이라면 박하선이 끝내 고영욱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어요. 원치 않는 결혼으로 불행해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차라리 시트콤이라서 다행입니다.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이 억지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으니까요.

진행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기 싫다면서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답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 속에서 이보다 더 억지스런 일들도 적잖이 벌어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역시 잔인할 만큼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김병욱표 시트콤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크게 불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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