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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신세경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하니 처참했던 결말" 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언뜻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했더니, 역시 어린 나이답지 않게 처세술에 능하고 영리하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영리한 처세술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극 중 자신의 캐릭터가 죽음으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오히려 신세경이 제안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관계자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기막혀 했지만, 김병욱 감독만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감독의 의견과 연기자의 의견이 일치하여 이루어낸 결말이었습니다. 저는 드..
윤시윤이라는 연기자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 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지붕킥'으로 인해서 뜨고 난 후에,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일부러 찾아서 보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직 제대로 뜨기 전의 신인에게 있어 일반인으로서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린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하여튼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준혁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스친소'에서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앞에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라 안 보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정일우)에 비해서 '지붕킥'의 ..
'지붕뚫고 하이킥' 98회를 보는 동안, 저는 마치 곪을대로 곪은 상처를 째고 그 썩은 속살을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내는 듯한, 서슬 시퍼런 칼날을 느꼈습니다. '지붕킥'을 꾸준히 시청해 오면서, 김병욱 PD의 칼날이 번뜩 스쳐가는 것을 보고 섬뜩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지독하다 싶더군요. 그는 정말이지 봐주는 것이 없습니다. 숨가쁜 고삐를 살짝 늦추어 주는가 싶으면, 곧바로 다시 잡아채어 더욱 바짝 조이는 형국입니다. 불행한 사람은 계속 불행하고, 외로운 사람은 계속 외롭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처럼,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흘러가는, 이토록 잔인한 현실을 그는 에누리 없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의 시트콤 속에서 웃다 보면, 어느 새 ..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자옥 여사는 나이가 많아도 엄연한 미혼여성입니다. 결혼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어쩌다보니 연애조차도 이순재 옹과의 연애가 처음이라네요.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기념일을 순재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서운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었지요. "하긴 선생님은 저와는 다르시겠지요. 저는 뭐든지 선생님하고 해보는 게 처음이라, 매번 설레고 기대되는데..." 그녀의 상심한 표정을 본 순재옹은 "깜짝 놀라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며 허풍을 치게 되고, 결국 잠실 종합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하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열창하다가 무리하여 쓰러지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그 이벤트로 인하여 회사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기..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
'지붕뚫고 하이킥'에는 왕자님이 존재합니다. 부잣집 외아들에 직업은 의사이고, 이십대 후반의 미혼에 키 크고,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훈남이고, 성격은 약간 시크하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남자입니다. 다름아닌 이순재옹의 아들 이지훈(최다니엘)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지훈이 그렇게 완벽한 캐릭터임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좀 둔한가봐요. 게다가 어제 '하이킥의 연인들' 특집방송을 보니까, 방송 초반에는 확실히 최다니엘과 이지훈의 싱크로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더군요. 어딘가 어색하고 동동 뜨는 느낌이랄까? 의사 가운도 지금처럼 잘 어울리지 않았고, 대사도 좀 어색했더랍니다. 게다가 최다니엘에게는 전작에서 남겨진 '미친 양언니'의 이미지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지훈이 그렇게 매..
2009년의 마지막 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허참 아저씨의 특별 출연으로 이벤트처럼 꾸며진 가족오락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는 화해와 화합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사마 정보석의 활약으로 '이구동성' 퀴즈에서 승기를 잡은 이순재 옹은 모처럼 사위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면서 예뻐해 주었고, 늘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던 현경(오현경)과 김자옥 여사도 같이 게임을 하다보니 저절로 웃으며 장난을 치게 되어 조금은 가까워진 듯 했고,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역시 게임을 통해 그 동안 쌓여 왔던 둘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묘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한쪽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을 하다가 준혁(윤시..
그를 모 통신사 CF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인 줄 알았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넉살좋은 신입사원인 줄 알았습니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띠띠띠띠 띠리띠리~ 여보세요~ 넵! 부장님~~ 생각대로 어쩌구~ 대략 2년 전쯤인가? 아니, 2년도 채 못된 것 같군요. 하여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작년 5~6월경,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것을 보고서야 연예인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에 한창 앤디와 더불어 출연중이던 솔비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하트춤을 선보였었지요. "앤디 싫으면~ 나 만나면 되고~" 이런 식으로 되고송을 개사해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외로 풋풋한 모습에 ..
한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청할 때면, 오직 세경(신세경)에게만 너무도 가혹하게 흘러가는 세상 모든 일들 때문에 덩달아 아픈 가슴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전히 슬프고 외로운 그녀의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수수한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을 거니는 것처럼, 그 화려하지 않은 들꽃 향기가 점점 짙어져가는 것처럼, 세경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이지훈(최다니엘), 이 남자는 정음(황정음)의 앞에서는 장난기어린 미소를 보이지만, 세경의 앞에서는 지치고 힘든 모습을 자주 들킵니다. 지금 그의 곁에 있는 그녀, 정음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아픔을, 그의 뒤편에 조용히 선 채로 세경이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이 아니라,..
현재 '지붕뚫고 하이킥' 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지훈(최다니엘)의 나이는 스물 일곱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남자 나이 스물 일곱은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 이제 막, 어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인생 신입생'일 뿐이지요. 더구나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무관심과, 병약한 어머니와, 누나의 과격한 관심 속에서,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날 수밖에 없었던 이지훈의 캐릭터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예측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결코 성숙한 사람이 아니예요. 전문직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이지훈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타인과 어떤 식으로 마음을 주고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