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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세경의 노래, 이젠 슬픔조차 아름다워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세경의 노래, 이젠 슬픔조차 아름다워라

빛무리~ 2009. 12. 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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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청할 때면, 오직 세경(신세경)에게만 너무도 가혹하게 흘러가는 세상 모든 일들 때문에 덩달아 아픈 가슴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전히 슬프고 외로운 그녀의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수수한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을 거니는 것처럼, 그 화려하지 않은 들꽃 향기가 점점 짙어져가는 것처럼, 세경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이지훈(최다니엘), 이 남자는 정음(황정음)의 앞에서는 장난기어린 미소를 보이지만, 세경의 앞에서는 지치고 힘든 모습을 자주 들킵니다. 지금 그의 곁에 있는 그녀, 정음이가 알지 못하는 그의 아픔을, 그의 뒤편에 조용히 선 채로 세경이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이 아니라, 고단한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역시 그녀의 또 다른 슬픔의 한 갈래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현경(오현경)으로부터 일일 휴가를 받은 세경은 무작정 집을 나서지만, 갈 곳이 없습니다. 동생 신애(서신애)에게 줄 분홍색 예쁜 책가방을 하나 사고는 그저 하염없이 거리를 헤매다가, 언젠가 지훈이 따뜻한 커피를 건네주던 그 곳, 커피전문점 앞에 발길이 머무릅니다.


커피의 종류도 전혀 모르고, 그냥 점원이 권하는대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창가에 앉아 한 모금 삼켜 봅니다. 설탕도, 크림도, 아직은 달콤한 것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커피는 그녀의 인생 만큼이나 쌉싸름합니다. 예상외로 너무 낯설고 쓴 맛에 당황하며 그렇게 앉아 있는데, 문득 친구와의 약속이 펑크나서 역시 갈 곳 없게 된 정음이 다가옵니다.


일전에 한 번 다투고 나서, 일단은 더 사이가 좋아진 두 아가씨입니다. 오늘 같아서는 정음이도 참 발랄하고 예쁩니다. 노는 방법을 모르는 세경을 이끌고, 그녀가 모르는 갖가지 즐거움들을 가르쳐 줍니다. 스티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부르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정음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바로 그 남자, 이지훈입니다. 정음이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흘러나오는 노래는 '인형의 꿈' 입니다.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누군가를 혼자 사랑해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가 주는 절절한 울림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연기자 신세경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던데, 극 중의 가엾은 세경에게 얼마나 깊이 몰입을 했는지 너무 실감나게 노래하는 연기도 잘 하더군요. 맑고 청아하면서도 곳곳에 흐느낌이 묻어 있는 애절한 목소리는 저절로 그녀와 함께 슬픈 노래를 부르도록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정음... 그녀를 불러낸 사람이 바로 자기가 사랑하는 지훈임을, 세경은 꿈에도 모르지만, 오히려 모른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욱 슬퍼집니다. 사랑이 바로 눈앞에서, 그녀를 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그것조차 모르는 그녀는 연적(戀敵)을 향해 티없이 웃고만 있습니다.

어두워진 하늘, 세경은 홀로 텅 빈 집에 돌아와 계단에 걸터 앉습니다. 다른 한켠의 에피소드에서 집을 방문했던 김자옥 여사가 음식 알레르기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에 이순재 옹을 비롯하여 정보석과 현경까지 모두 그녀를 둘러싸고 병원에 달려갔던 것입니다.


낮에 샀던 커피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방 속에 담아왔던 세경은, 다시 뚜껑을 열고 입에 머금어 봅니다. 여전히 삼키기 힘들 만큼 쓰지만, 조심스레 목으로 넘깁니다. 지금 그녀에게 사랑은 식어버린 쓴 커피처럼, 달콤한 행복이 아니라 쓰라린 아픔만을 줄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그녀는 고통을 참고 천천히 한 모금씩 커피를 삼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홀로 앉아 있었던 걸까요? 정음과의 데이트를 마치고 지훈이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남자는 왜 커피를 샀느냐고 그녀에게 묻습니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대답합니다. "당신 때문이예요" 그러나 말할 수 없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냥요" 라는 것뿐입니다. 그녀가 마음으로 한 말을 전해듣지 못한 그는 "아메리카노, 내가 좋아하는 건데" 하면서 무심한 미소 한 자락만 남기고는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가 좋아한다는 커피는 이제 그녀에게 더욱 소중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소중하게 한 모금을 입에 머금으며, 그녀의 슬픔은 오늘도 하염없이 깊어 갑니다. 그러나 이젠... 슬픔조차 아름다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영원한 그림처럼, 오늘도 그렇게,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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