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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정음을 좋아하는 지훈이가 안타까운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정음을 좋아하는 지훈이가 안타까운 이유

빛무리~ 2009. 12. 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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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붕뚫고 하이킥' 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지훈(최다니엘)의 나이는 스물 일곱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남자 나이 스물 일곱은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 이제 막, 어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인생 신입생'일 뿐이지요.


더구나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무관심과, 병약한 어머니와, 누나의 과격한 관심 속에서,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날 수밖에 없었던 이지훈의 캐릭터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예측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결코 성숙한 사람이 아니예요.

전문직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이지훈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는 타인과 어떤 식으로 마음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그 요령을 배우지 못했기에, 아직도 모든 사랑에 서툴기만 한, 가엾은 인간이기도 합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면서도 지나친 무관심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한 권의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면, 그의 눈과 귀에는 다른 아무것도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어쩌면 책 속의 세상은 그에게 도피처였는지도 모릅니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을 가진 듯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지극히 외롭고 가엾은 사람이 지훈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도 지훈에게 필요한 사람은 세경과 같은 연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경은 타인의 마음을 결코 무시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염려하는 배려심을 지녔습니다. 지훈의 가족들, 이순재와 이현경(오현경)은 모두 '이기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그에 반해 지훈의 눈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린 식모 신세경의 '이타적인' 캐릭터는 매우 신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황정음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는 특성들... 사치이기심자기합리화는 사랑받고 자란 특성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의 산물일 뿐입니다. 해리의 부모가 지금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처럼, 정음의 부모도 그녀를 잘못 키운 것입니다.

적당히 사치를 즐길 줄 안다는 말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즐길 때에 가능한 말입니다. 매달 카드결제일이 돌아올 때마다 전전긍긍하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대고, 심지어는 한 끼 먹을 것도 부족한, 가난한 세경에게서 한달치 월급을 빼앗아다가 카드 연체료를 값는 뻔뻔함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사치라는 말은... 그야말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보이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 그렇죠. 그 정도는 귀엽게 보아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럴 거면 그 남자에게서 밥과 술을 얻어먹거나, 그 남자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지도 말아야 하는게 아닌가요? 밥 먹자고 하면 언제나 망설이지도 않고 낼름 달려들어 밥 얻어먹고,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밥 먹는 자리에도 침을 질질 흘리며 끼어들어 밥은 물론이요 술까지 얻어먹고, 첫눈 오는 날 덥석 그의 차를 얻어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그 와중에 자기는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그러면서... "내가 언제 좋아한다고 그랬어요? 아주 웃겨!" 라고 말한다면 그게 올바른 행동일까요?


얻어먹을 것은 다 얻어먹고, 신세질 것은 다 지고, 자기가 아쉬울 때면 살살 달라붙어 부탁을 해대면서... 그토록 당당(?)하게 "내가 언제 마음 허락한다고 그랬어요?" 이런 식으로 나오는 여자는... 만약 제가 남자라면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질 것 같습니다. 밀고 당기기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렇게 남자 앞에서 민폐 캐릭터가 됨으로써 이미 황정음은 남자와 동등해질 자격을 잃었습니다. 동등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정음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관계입니다만,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동등함이란, 보다 애매하고도 민감한 부분입니다. 남성의 특성상 여자가 자기보다 약하고 보살펴주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를 보일 때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은 이상은,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에게 돈 쓰기를 아까워하는 남성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붕킥'의 황정음 같은 민폐 캐릭터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예쁘고 귀여우니까요. 그녀의 모든 단점들은 출중한 외모에 가려져서 안보이게 됩니다.


사랑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일까요? 아니면 지속성일까요? 한때 친구들 사이에 떠도는 자기의 별명이 '3개월'이었다고 자랑하며, 이성친구를 3개월마다 갈아치우던, 소위 '잘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랑삼아 떠벌여대는 그런 분이라면, 일단 시작이 반인데, 사랑을 시작만 하면 됐지 지속성이 뭐 중요한가?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작보다는 지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의 가능성' 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이지훈은 평범하지 않은 성장환경으로 인해 마음이 차갑게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이따금씩 베풀어주는 세심한 배려의 마음 씀씀이는, 그가 본질적으로는 상당히 마음 따뜻한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고통받는 인간을 보며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는 측은지심을 지닌 사내입니다. 연민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경은, 지훈의 성장과정에서 결핍되어 있던, 모정을 채워줄 수 있는 여성 캐릭터입니다. 그 말은 즉, 지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자 라는 뜻입니다. 세경을 만남으로 인해 지훈은 자기 안에 잠들어 있던 따뜻한 심성을 일깨울 수 있으니 정신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고, 세경은 지훈이라는 남자와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발전과 사랑하는 이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지켜주는 관계' 가 아닙니다. 진정한 '상호보완작용' 이라 할 수 있지요.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남에게 신세지기 좋아하는 정음의 캐릭터를, "누구나 인간으로서 타고난 기본적 욕망에 충실하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긴 하겠군요. 하긴 누구나 베풀기보다는 받아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구요.

하지만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중, 그토록 당연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수많은 인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의 욕망을 제어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오히려 베풀며 살아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의 삶에는... 기본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훈은 정음과 같은 민폐 캐릭터가 아닙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건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듯, 시니컬하게 관조하는 사람이지요.


자기와 너무 다른 특성을 지녔기에, 일시적으로 정음에게 끌릴 수는 있습니다. 자기는 억누르고 표현하지 못하는, 유치하고도 원초적인 욕망을 거침없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표현하는 정음의 뻔뻔함이, 일시적으로는 통쾌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정음이 변화하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의 캐릭터를 유지한다면... 지훈은 질릴대로 질려버릴 것입니다.

한없이 일방적으로 베풀어주는 사랑이란 오직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외에는,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란 모두 비슷합니다. 남녀의 사랑이든, 친구간의 우정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히 50:50은 아니더라도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지속되는 것이 인간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황정음은,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만 너무 익숙한 캐릭터입니다.


제가 정음과 준혁(윤시윤) 커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는 것에 익숙치 않은 정음에게 있어, 준혁은 그녀의 아킬레스건을 자극하는 인물입니다. 모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준혁을 보며, 정음은 저도 모르게 깊이 감동하고, 있는 힘을 다해 코피까지 흘려가며 그를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정음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따뜻하고도 올바른 품성이 드러나도록, 준혁이가 격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준혁을 사랑함으로써 정음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룩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지훈과 연결되면, 정음은 더욱 더 타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인 준혁은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이지만, 이미 탄탄한 능력을 갖춘 이지훈은 그녀에게 있어 그야말로 '봉'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아... 지금 정음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을 갖춘 완벽한 연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못 갖춘 마디가 많아서 그녀가 스스로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남자친구가 정음에게는 필요합니다. 능력 있는 지훈이랑 만나봤자 맨날 얻어먹고 신세지기밖에 더 하겠어요?

정음을 위해서도 지훈보다는 준혁이 더 바람직한 사랑의 상대입니다. 준혁은 정음에게서 공부를 배우고, 정음은 준혁을 통해 '받는 사랑보다 베푸는 사랑이 얼마나 갚진 것인가' 하는 진리를 배워 갑니다. 완벽한 '상호보완작용' 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자기의 상대를... 여성들은 제대로 찾았습니다. 세경은 지훈을, 정음은 준혁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바보같은 남자들은 무엇에 홀렸는지 자기에게 맞는 상대를 고르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이순재의 아들과 손자가 이렇게 삽질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나같은 마음으로 지훈을 바라보며, 자기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정음에게 반해버리는 지훈이가 오늘도 한없이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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