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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보사마, 정보석의 대형 실수 종합 세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보사마, 정보석의 대형 실수 종합 세트

빛무리~ 2009. 12. 2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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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72회에서도 미중년 정보석의 대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나 어설프고 한심하던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도무지 개선의 기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타고난 허술함과 부주의성과 좋지 않은 머리로 인해 평생을 그렇게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중년 남성의 모습이란, 차마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 넘기기에는 너무 비감했으니까요.


그런데 '보사마의 대형 실수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오늘은 왠지 그가 정겹게 느껴지는군요. 오직 신세경에게만은 예외지만, 기본적으로 정보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한, 착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족 내에서 추진되는 무슨 일에든 나서서 열심히 동참하고자 하는 적극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모든 행동은 그의 원의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에서 폭발하는 지뢰처럼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지만 말입니다.

손자인 준혁(윤시윤)이 방학을 맞이하고, 아들인 지훈(최다니엘)도 휴일을 맞이한 어느 주말, 이순재는 그 둘만 데리고 등산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지난해의 여행에 동참했다가 수시로 사고를 쳤던 과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제외될 뻔했던 사위 정보석은, 아내 현경(오현경)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결국 합류하게 되자 밸도 없이 아주 신이 났습니다. 자기 친구가 소개해 준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주선을 하며, 밤샘 근무로 피곤해하는 처남 지훈을 대신하여 운전까지 하겠다고 자청합니다.


지훈의 차량에 네비게이션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보석은, 잘못된 안내를 따라서 엉뚱하게도 길을 잘못 들어 처음부터 불길한 예감을 증폭시킵니다. 역시 그것은 이후로 벌어질 대형사고들의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아주 멋진 곳인 줄만 알고, 제대로 조사도 안해보고 무작정 찾아온 친구의 별장은, 허허벌판에 지어진 조그만 나무집이었을 뿐 주방시설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난방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원래 지훈의 차에 있던 시가잭으로 불을 붙일 수 있었으나, 급하게 가져오던 보석이 떨어뜨리고 짓밟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익히지도 못한 생야채로 저녁을 때우던 네 남자는 그래도 기왕 온 여행이니 일출이라도 보고 가려 하였으나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정보석이 기껏 준비해 온 전기장판은 건물의 낙후함으로 인해 전압이 맞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석은 계속 순재를 바라보며 "아버님, 이걸 어쩌죠?" 라고 멍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결국 다시 차를 몰고 밤길을 달려 서울로 돌아가던 차에 기름이 떨어집니다. 정보석은 주유소까지 같이 가겠다는 지훈을 뿌리치고 혼자 주유소까지 달려가서 기름을 구해 옵니다. 그러나 디젤을 넣어야 하는 차량인데 휘발유를 사갖고 왔으므로 기름을 차에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름통을 들고 다시 주유소를 향해 걸어가던 보석은 엄동설한에 계속 뛰어다니면서 꽁꽁 언 몸을 잠시라도 녹이기 위해 신문지에 불을 붙여 손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오면서 불 붙은 신문지는 산으로 날아갔고, 그렇게 속절없이 산불이 일어나고 맙니다.


일부러 계획적으로 사고를 쳐도 그럴 수는 없을 만큼 정보석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그럼에도 차마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오직 선한 의도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인어른이 아무리 자기를 구박해도 그는 가족여행에 동참하고 싶어했으며, 피곤한 처남을 대신하여 운전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용없기는 했지만 나름대로는 비상사태에 대비한다고 전기장판도 준비했으며, 차에 기름이 떨어졌을 때에도 기꺼이 혼자 달음질쳐 주유소까지 왕복하며 한 마디 불평도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차가 지훈의 것이었으니, 충분한 기름의 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지훈의 실수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그는 가족들을 위해서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담한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너는 제발 가만히만 있어 주면 그게 도와주는 것이다." 라는 말을 수시로 듣는 사람이 있지요. 정보석은 꼭 그 말에 어울리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앞으로도 '가만히 있어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일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으면서 '욘사마'라는 그의 별명이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 국내의 남자 연예인이 일본에서 조금만 인기를 얻었다 하면 이름자 뒤에다가 '사마'라는 단어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 유행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는 류의 별명은 아니고, 게다가 오래 전에 한물 간 유행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지붕킥'의 정보석에게 붙여진 별명 '보사마'는 싫지가 않습니다. 일제 치하의 가난하고 무력한 지식인일 뿐이었던 자신을 반어적으로 노래했던 홍사용 시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라는 시가 생각난다고나 할까요?


'사마'라는 극존칭을 받기에 정보석은 너무도 무력한 사람입니다. 이미 나이도 많은데다가 천성적으로 너무 능력이 부족하고 심성이 여린 탓에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언뜻 무척이나 암담해 보이는 그에게 붙여진 '사마'의 호칭은 왠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엔 잘난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못난 사람도 살아간다는... 그렇게 못난 사람도 때로는 그렇게 명예로운 호칭을 들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위로를, 오늘도 냉혹한 현실에 지쳐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현대인들에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 덧붙이기 
: 오랜만에 김범 군의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예전에 특별출연했던 정일우는 비록 단발성 출연이기는 했지만, 황정음의 애달픈 첫사랑으로서 상당히 인상적인 배역을 맡아 연기했었는데, 그에 비해 김범은 역할 자체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서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저 김자옥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고모를 찾아왔던 잘생긴 조카였을 뿐이지요.



역할은 그렇게 미미했지만, 못 보던 사이에 훌쩍 성장한 듯한 범이는 항상 그를 응원하던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더군요. 고된 격투기 훈련까지 받으며 올인했던 드라마 '드림'의 처참한 실패로 마음의 상처가 적지 않았을텐데, 이제 더 이상 소년이 아닌, 강인하고도 성숙한 남자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보니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니었구나 싶더라구요.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보려 합니다.

* 12월 22일, 아침에 두 가지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어젯밤에 글을 쓰면서도 답답했던 부분들인데 이웃님들이 잘 짚어 주셨네요. 제가 차량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지라 '시가잭'을 보면서도 전혀 그게 뭔지 몰랐고, 지훈의 차량이 '디젤' 차량이라는 것도 눈으로 보면서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시가잭을 가리켜 '불을 붙일 수 있는 도구'라고 표현한 것은 요령부득이긴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는데, 디젤 차량이었던 것을 모르고 주유 입구가 맞지 않았다고 표현한 것은 명백한 오류였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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