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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내 사랑 빵꾸똥꾸? 쉽지 않을 거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내 사랑 빵꾸똥꾸? 쉽지 않을 거야

빛무리~ 2009. 12. 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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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의 어린 악역 '해리'(진지희)는 그야말로 최강 캐릭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꺼야!"를 외치며 신애(서신애)의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신애의 먹을 것도 다 빼앗아 먹는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모처럼 준비한 오빠 준혁(윤시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에 비해서도 너무 싱거운 결말이었습니다.


이순재의 집에 한 상자의 홍어가 선물로 도착하는데, 가족들 중 아무도 그 독한 냄새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처치곤란이 됩니다. 준혁은 해리의 버릇을 고치는 데에 홍어를 이용해보기로 합니다. 치킨이나 피자 등 맛있는 음식 안에 홍어를 한두 점씩 숨겨놓고 일부러 큰 소리로 "신애야, 이거 먹어봐. 정말 맛있다~" 하고 외치면, 아니나 다를까 "내꺼야!"를 외치면서 해리가 달려와 잽싸게 낚아채어 자기 입 속에 넣습니다.

큼직한 홍어를 씹어 삼키고,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는 해리에게 준혁은 "그러니까 앞으로는 신애 것 빼앗아 먹지 말라"고 타이르지만, 해리는 매운 숨을 내뿜으며 식식거리면서도 전혀 굽힐 생각이 없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연달아 속으면서도 해리는 "내꺼야!"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건 모두 다 내꺼야!" 해리에게 있어 '내 것'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즐거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이번 '홍어' 에피소드는 증명해 주었습니다. 해리는 차라리 홍어의 괴로운 맛을 꾹 참고 견뎌낼 지언정 결코 '내 것'을 남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순간 그 어린아이가 참 많이도 불쌍해 보였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어른들의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의 허전하기 이를 데 없는 작은 가슴이 애처로웠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성향으로 보아, 또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해리의 성격으로 보아 변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애처로웠습니다.

준혁으로 인해 한 상자의 홍어를 모두 먹어치우게 된 해리는, 그 알싸한 냄새를 즐길 줄 아는 홍어 매니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동네 부동산에 들어가 낯선 아저씨들에게서 홍어를 얻어먹을 지경이 되고 만 것이지요. 정말 쉽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저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

제작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오늘 낮에 들었습니다. 그간 높은 인기 만큼이나 논란에 시달려 왔던 단어 '빵꾸똥꾸'를 비롯하여, 아역 해리(진지희)가 자주 사용하는 '꾸질꾸질', '이 그지같은 게!' 등 거친 용어들이 어린이 시청자들의 가치관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권고가 의결되었다 하더군요. 그러나 이번 권고는 해결책이 되기는 커녕 더욱 어지러운 논란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권고 조치는 일종의 행정지도로서 강제성을 띠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제작진 측은 "권고는 받아들이지만 '빵꾸똥꾸'에 대한 특별한 지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 단어가 방송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어조의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제작진은 "해리의 유행어 '빵꾸똥꾸'는 어른들의 방치로 버릇없어진 요즘 어린이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으로, '풍자와 해학'이라는 시트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것" 이라면서 이번 권고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더군요.

이번 권고 조치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매우 싸늘한 편입니다. 간단히 표현하면 "이번 조치가 그 무엇보다도 제일 빵꾸똥꾸다." 라는 의견이 대다수라고나 할까요.

가장 힘을 받고 있는 의견은, '지붕뚫고 하이킥' 이라는 시트콤 자체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데 그 시간에 초등학생들을 비롯하여 그보다 더 어린아이들을 TV 앞에 앉아있도록 방치하는 부모들이 문제인 것이지, 어째서 그 방송이 문제냐 하는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트콤이 '15세 이상 관람가' 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하여튼 그런 의견을 제시하시는 분들은 '빵꾸똥꾸'라는 단어가 어린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부모들을 가리켜 "해리의 부모와 똑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자기들이 잘못하고 있는 줄은 모르고, 아이가 비뚤어지는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오후 7:45분에 방송되는 시트콤을, 어른들은 보면서 어린아이에게만 못 보게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시청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겠네요.


저는 아이가 없습니다만, 친구들과 지인들을 통하여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러 번 생생히 접했기에, 부모들에 대하여 그렇게 냉정한 시각을 가질 수는 없더군요. 언젠가 '지붕킥'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던 중, 옆에서 혼자 뒹굴며 놀고 있던 세살짜리 어린 딸이 신나게 웃으며 "이 빵꾸똥꾸야!" 라고 외쳐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젊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는 되도록 시청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너무나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린 딸을 혼자 둘 수도 없고, 옆에 둔 채로 TV를 보자니, 아이가 그 말을 계속 따라해서 입에 붙게 될까봐 그럴 수도 없고 해서, 나름대로는 답답하고 괴롭다는 거였습니다.

그 젊은 엄마로서는 '어린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그런 단어만은 자제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 반드시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풍자와 해학의 묘미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작정 매도하기에는 그런 부모의 입장도 딱합니다. 이른 시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니만큼 어린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제작진이 무조건 이번 권고 조치에 승복하여 즉시 '빵꾸똥꾸'라는 단어를 방송에서 삭제해 버린다면, 그 또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방송도 일종의 예술인데, 그렇게 외압에 의하여 강제로 노선 변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전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방송가는 더욱 지나치게 방통위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고, 그래서는 발전보다 퇴보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작진의 강경한 대응은 좀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빵꾸똥꾸'는 이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다루기는 다루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회문제 말이지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고집쟁이 해리의 버릇 고치기 만큼이나, 이제 수면으로 떠올라 버린 '빵꾸똥꾸' 문제도 그 해결이 그리 간단하고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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