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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지훈(최다니엘)의 여자는 신데렐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지훈(최다니엘)의 여자는 신데렐라?

빛무리~ 2010. 1.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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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에는 왕자님이 존재합니다. 부잣집 외아들에 직업은 의사이고, 이십대 후반의 미혼에 키 크고,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훈남이고, 성격은 약간 시크하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남자입니다. 다름아닌 이순재옹의 아들 이지훈(최다니엘)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지훈이 그렇게 완벽한 캐릭터임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좀 둔한가봐요. 게다가 어제 '하이킥의 연인들' 특집방송을 보니까, 방송 초반에는 확실히 최다니엘과 이지훈의 싱크로율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더군요. 어딘가 어색하고 동동 뜨는 느낌이랄까? 의사 가운도 지금처럼 잘 어울리지 않았고, 대사도 좀 어색했더랍니다. 게다가 최다니엘에게는 전작에서 남겨진 '미친 양언니'의 이미지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지훈이 그렇게 매력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그는 흠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완벽 캐릭터군요. 성격이 약간 까칠한 것조차 플러스요인입니다. 연애를 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지요.


드라마 혹은 시트콤 내에 '왕자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통속적인 시선으로 보면 답은 하나입니다. '왕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신데렐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너무도 완벽한 지훈의 스펙에 집중하게 되면, 드라마의 진행상 곧이어 신데렐라의 탄생은 피할 수 없는 관문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신데렐라를 미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초반에 이지훈을 왕자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지닌 완벽한 스펙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냥 좀 특이한 사내로구나, 했을 뿐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넋놓고 PDA를 들여다보는 남자는 멋있다기 보다는 약간 돌+아이 같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서 마주친 매형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다른데에 정신이 팔려 전혀 듣지 못하고, 매형이 서너번씩이나 부르는데도 완전 생까고 휭하니 나가버리는 손아래 처남의 모습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무 건방지고 딱딱해 보였습니다. 오른손에 든 책에만 정신이 팔려, 왼손에 든 것이 식초인 줄도 모르고 병째 들이키는 모습에서도 '으이그~' 소리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원래 제 머릿속에 인식된 지훈의 캐릭터는 의외로 빈곳이 많은 허술한 남자에 가까웠습니다. 아마도 그래서였나 봅니다. 저는 지훈을 보면서 전혀 '신데렐라'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처음부터 내심, 세경이가 이 집안의 두 남자 중 한쪽과 사랑을 하게 된다면 준혁(윤시윤)보다는 지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만 지훈이가 '어른'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순재옹네 집안이 그토록 부자가 아니라 중산층 정도였다고 해도, 그리고 지훈의 직업이 의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고등학생인 준혁과 사랑하면서, 그러잖아도 힘든 세경이가 더 힘들어지는 것보다는, 약간 돌아이 같은 기질이 있더라도 어른이라서 자유롭고 안정감 있는 지훈이가 그녀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었으면 했던 것이지요.

바로 여기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힘이 되어 준다'는 의미는 절대 그녀의 신분을 거저 상승시켜 주는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지훈과 커플이 된다 해도 결국 세경은 홀로 자기의 힘으로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전문직 여성이 되기까지 누구보다도 본인의 노력이 최우선일 것이며, 그녀의 자존심으로 볼 때 지훈에게 크게 기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곁에 있으면서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너무 가혹한 삶의 무게를 아주 조금만 덜어내 주었으면 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세상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연인에게서 조금씩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조금씩은 서로 기대기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세경이가 현재 너무 힘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연인에게서 그 정도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도 신파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걸까요? 그런 거라면, 좀 비약이기는 하지만, '못 가진 자에게 더욱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닐까요?

오히려 제가 보기에 '사랑'보다 '자립'이 시급한 캐릭터는 신세경보다 황정음 쪽입니다. 대학 졸업반씩이나 되었으면서 아직도 툭하면 술에 떡이 되어 길바닥에 쓰러지기나 하고, 이제 해도 넘어갔으니 머지않아 졸업인데, 취직은 좀처럼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다달이 방세와 카드값은 대책없이 밀리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가 이지훈과 같은 완벽한 왕자님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된장녀가 봉 잡은 이야기' 밖에 더 되겠습니까? 오히려 정음이야말로 이젠 남들에게 민폐 끼치는 행동들을 그만두고, 지훈이 앞에서 하루빨리 '당당한 여성'이 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세경이가 지훈이를 만나면 그건 신데렐라 되는 것이고, 정음이가 지훈이를 만나면 그건 대등한 연애인가요? 절대 아니지요. 현재로서는 세경이나 정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지훈에 비해서는 객관적 조건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신데렐라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지훈이를 40대까지 노총각으로 늙히거나, 난치병 환자를 만들거나, 순재옹네 사업이 쫄딱 망해서 온 가족이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여 지훈의 완벽한 스펙에 칼자국이 나지 않는 이상은, 이지훈이라는 '왕자님' 캐릭터로 인해 필연적으로 '신데렐라'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하여 어차피 두 여성 중의 한 명이 신데렐라가 될 수밖에 없는 거라면 정음보다는 세경쪽이 낫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된장녀가 봉 잡은 이야기' 를 보는 것보다는, 식상하고 신파극에 가깝더라도 차라리 '고전동화 속의 신데렐라' 를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제 마음이거든요. 물론 자존심 강한 세경이는 의존적인 신데렐라가 되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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