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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준혁의 질투하는 청춘, 그 붉은 얼굴의 아름다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준혁의 질투하는 청춘, 그 붉은 얼굴의 아름다움

빛무리~ 2010. 1. 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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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줄리엔 말'을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부모로부터 얻어낸 해리는 생전 처음으로 머리를 싸매고 진지하게 공부를 시작합니다. 해리의 부모조차도 설마 해리가 100점을 맞을 리 없다고 생각했건만, 오직 '줄리엔 말'을 타겠다는 일념은 해리를 변화시켰습니다. 물론, 일부분만 변화시켰지요. 그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구요. 얼마 후 놀랍게도 해리는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와서 보석과 현경 앞에 내놓습니다. 가족들의 환호성과 포옹 따위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오직 해리가 외친 것은 "줄리엔 말 데려와~!!!" 였습니다.


해리도 신애처럼 어린애일 뿐인데, 그 마음씨 좋은 줄리엔이 뜻밖에도 현경의 부탁에 난색을 표명합니다. 기꺼이 웃으며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던 저로서는 상당히 의아했지요. 그러나 줄리엔은 해리가 어떤 아이인지를, 제 생각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줄리엔과 해리가 함께 얽혔던 에피소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의외였지만, 줄리엔으로서는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부탁이었던 겁니다.

해리는 참 불쌍한 아이입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 좋아한다는 감정을 저렇게 밖에는 표현할 줄을 모릅니다. 분명히 줄리엔을 좋아하면서, 아저씨로서든, 남자로서든, 오빠로서든, 그냥 사람으로서든... 하여튼 줄리엔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으면서, 해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저런 밉상짓 뿐입니다.


아무리 어린애라도, 자기 자식도 아니고 남의 아이에게 저런 취급을 당하면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지요. 줄리엔에게 말발굽 박은 구두를 신기고, 어깨에는 안장을 올리고, 게다가 밧줄을 던져 그의 몸을 묶은 해리는 냅다 그의 손을 밟고 어깨에 올라타서 "이랴~!" 하고 신나게 외칩니다. 줄리엔에게는 "더 빨리 뛰어!", "이히힝~도 해야지" 하면서 마치 상전이 하인 부리듯 합니다.

워낙 마음씨 착한 줄리엔이니 망정이지 웬만한 다른 아저씨 같았으면, 해리 엄마 현경과의 사이가 냉랭해지는 한이 있어도 저런 요구를 다 들어주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냥 바닥에 내려놓고 "너희 집에 얼른 가라" 하면서 차갑게 돌아섰겠지요.


빵꾸똥꾸 해리... 그 아이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욱 그 사람에게 미운 짓을 하고 못되게 굴며, 그로 인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저리를 치며 떠나가게 합니다. 정말 눈물겹도록 가여운 아이입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욱 가엾습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서, 올바른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그래서 점점 더 비뚤어지고 점점 더 외로워지는 해리는 정말 불쌍해서... 때로는 세경이보다도 더 불쌍해 보입니다. 

*******


이렇게 해리가 '줄리엔 말'을 타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공부에 전념하는 동안, 그 아이의 친오빠인 준혁(윤시윤)도 안 하던 공부를 하느라 머리에 불이 나고 있습니다. 이젠 영어만이 아니라 수학 분야에도 진출했습니다. 바로 짝사랑하는 세경이 누나(신세경) 때문입니다.

준혁은 원래 세경에게 영어만 가르쳐 주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겨우겨우 한 발 앞서서 공부를 마치고 그녀에게 전수해 줄 뿐이었지요. 그런데 급작스럽게 수학 문제를 질문해오는 세경으로 인해 당황합니다. 아무래도 수학까지 마스터해서 그녀에게 가르쳐 줄 자신이 없었던 준혁은 가장 친한 친구 세호가 수학을 잘한다는 것을 떠올리고, 세호를 세경의 수학 선생님으로 추천해 줍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았던 상황이 발생합니다. 세호가 유머를 곁들여서 너무 재미있게 가르치니까 배우는 세경도 신이 나서 팔을 뻗어 세호와 하이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세경이 너무 잘 깨우치고 배움이 빠르니까 세호도 신이 나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하며, 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게 아닙니까? 준혁이는 큰일 났습니다. 이건 정말 그가 원한 바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와서 뭐라 할 수도 없으니 준혁이는 속만 바작바작 탑니다. 심지어는 평소와 똑같은 방식으로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치는데, 생전 그러지 않던 세경이가 하품을 하는 게 아닙니까? 아무래도 세호의 역동적인 학습 방법을 경험하고 나니, 너무 평범하고 딱딱한 준혁의 방식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된 모양입니다. 이거 정말이지 큰일 났습니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개그 연습까지 하면서, 준혁은 세경과의 영어 학습시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안 해보던 거라서 스스로는 어색하고 민망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저절로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그런데... 효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녀가 웃습니다. 재미있다고 하면서 그 가련하고도 청초한 예쁜 얼굴이 활짝 피도록 웃습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니, 준혁이도 삽시간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마루로 나오자마자 또 속 뒤집힐 일이 생기고 맙니다. 언제나처럼 자기 집 드나들듯 찾아온 세호가 세경과 딱 마주친 겁니다. 세경은 지난번에 배웠던 수학공식을 잊었다면서 다시 한 번만 가르쳐 달라 부탁하고, 세호는 그 공식을 세경의 손바닥에 볼펜으로 써 줍니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세경이는 다시 꽃처럼 웃음을 터뜨립니다. 세호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 두고 그녀가 웃고 있습니다.


순간 이성을 잃은 준혁의 눈앞에 동생 해리가 지나갑니다. 세호는 무심히 해리의 배를 보고는 "해리 아직도 변비 있어? 배가 볼록하네" 라고 말합니다. 그냥 평범한 말이고, 오히려 친구 동생을 걱정해서 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준혁이는 정색을 하고 화를 냅니다. "내 동생 뱃속에 똥만 가득차 있단 말이야? 어린애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나, 당분간은 너 안보고 싶다." 그러고는 방에 들어가 혼자 머리 싸매고 수학 공부에 전념합니다. 세호가 아니라 직접 자기가 세경이를 가르쳐 주겠다는 오직 그 일념으로 말이지요.

어떻게든 세호가 자기 집을 찾아오지 않게 하고 싶은, 그래서 세경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싶은 준혁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세호는 가엾게도 단짝 친구의 서운한 반응에 마음을 상하고 풀이 죽어서 아래층으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참 다행이지요. 그 착한 소년 세호가 오랫동안 마음 상하지 않도록, 하느님은 바로 그 길목에 천사와도 같은 신애를 세워 두셨군요.


신애가 보고 있는 휴대폰의 액정 속에서, 세경과 해리가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들을 발견한 세호가 "언니랑 같이 바다에 갔었나봐?" 하고 묻자 신애가 대답합니다. "네. 요전에 준혁오빠가 스쿠터 태워서 바다에 데려다 줬어요."

그 순간 세호의 머릿속에 그 동안 준혁이의 이상했던 행동들이 모두 떠오릅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기를 사려고 오랫동안 모으던 용돈을 모두 털어 스쿠터를 구입하던 모습이 가장 뚜렷합니다. 이제 단짝 친구인 세호가 준혁의 마음을 알았으니, 준혁의 짝사랑에는 커다란 지원군이 생겼군요. 어차피 세호는 황정음을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준혁이와 연적이 될 리는 없으니까요.


저는 비록 준세커플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오늘은 준혁이의 붉어진 얼굴과 타오르는 눈빛이 너무 예뻐서, 저절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지요. 지난 번의 유주얼 서스펙트, 준혁 카이저 소제를 보면서도, 그 기막힌 반전을 보면서도 그냥 무덤덤했던 저이건만, 오늘은 너무 예뻐서, 그냥 앞일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행복해라... 이런 대책없는 생각까지 들었더랍니다. 저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역시 김병욱 감독은 대단해요. 완전 승복입니다...ㅎㅎㅎ

*******

언젠가 어디선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 중에 질투보다 더 강렬한 것은 없다" 는 말을 누구에게선가 들은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까지 강렬한 질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지금껏 제가 본 중에 가장 현실적인 시트콤이라 할 수 있는 '지붕킥'에서마저 질투를 그토록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니, 그 사람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아직 세상을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린 소녀와 풋풋한 소년의 감정이기에 더욱 순수하고 강렬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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