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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내가 황정음 캐릭터를 비판해 온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내가 황정음 캐릭터를 비판해 온 이유

빛무리~ 2010. 1. 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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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황정음 캐릭터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은 시트콤인지라, 깜찍한 된장녀가 갑자기 현모양처형 천사로 확 둔갑해 버렸네요. 예전에는 지훈(최다니엘)의 개털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골탕먹이려고 그의 방에다가 개털 폭탄을 풀어놓던 무개념 민폐녀 황정음이, 이젠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의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확실히 애인일 때와 애인이 아닐 때는 무척 다르군요.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된장국을 끓여주는 정음의 모습은, 역시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그 동안에도 틈틈이 보였으니까요. 그 부분은 원래부터 그녀가 갖고 있던 긍정적인 면에 해당합니다. 변화된 것은 지훈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일 뿐입니다.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결혼도 생각해야 할 시기인데, 현재 그녀의 곁에는 일등 신랑감의 스펙을 두루 갖춘 연인 이지훈이 있습니다.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붙잡을 수만 있다면 최상입니다. 새벽에 그의 도시락을 싸는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겁니다.객관적 조건이 너무 차이나는지라,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해봤는데, 그 사람이 자기를 좋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고 행복하겠습니까?


사고처럼 키스를 한 후에도 겉으로는 어이없다고 툴툴거렸지만, 속으로는 내내 그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던 그녀입니다. 자꾸만 뒤로 물러서고 튕기고 그랬던 것도, 사실은 자신이 없어서 그랬을 뿐, 그 남자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닙니다. 이제 그녀는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그가 점점 더 좋아집니다. 지금 마음으로는 평생 도시락을 싸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정음 캐릭터의 다른 한쪽 면을 나타내던 사치, 낭비, 민폐 등의 부정적 특성이 어느 사이엔가 뱀꼬리처럼 스르르 자취를 감추어 버렸네요. 방세와 카드빚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그녀의 캐릭터는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따뜻한 마음을 나타내는 한쪽 면만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남자를 제대로 만나면 게으른 여자가 부지런해질 수 있다는 거야 그렇다 치고, 부유한 남친을 만났는데 된장녀가 알뜰녀로 변했다는 설정은 매우 억지스러운데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황정음의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는 한편으로는 현실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관성 없고 생뚱맞습니다.


하여튼 많은 남성들이 현실 속에서 애인의 사치와 낭비를 눈감아 주고, 기꺼이 명품을 선물하는 이유도 아마, 저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겠지요. "철이 들면 달라지겠지, 여자는 결혼하면 달라진다니까, 애엄마가 되면 달라진다니까, 지금은 된장스러워도 나중에는 현모양처가 될 수 있겠지. 우선은 예쁘니까 다 참아주자..." 뭐 이런 기대심리 말입니다. 현재 '지붕킥'의 이지훈과 황정음은, 현실 속에 얼마든지 존재할 법한 그런 커플들의 완벽한 로망에 따라 정확한 궤도를 밟으며 전진해가고 있습니다.

우선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예쁜 외모 말고는 별로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여대생이, 키 크고 잘 웃는 젊은 의사 선생, 그런 최고의 남자를 만나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귀엽고 예쁘고 화려한 스타일의 '완판녀' 황정음이 이제는 금상첨화로 현모양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또한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물론 예쁘지 않다면야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지금이면 되겠군요. 그 동안 제가 '지붕뚫고 하이킥' 리뷰를 쓰면서 왜 황정음의 캐릭터를 집요하게 비판해 왔는지, 이제 말할 시기가 된 듯 합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입니다. "현실적인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실 속에 아무리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해야 옳다." 는 것이지요.

작년 12월 17일에 "내가 정음보다 세경을 좋아하는 이유" 라는 포스트를 올리면서부터 많은 분들의 적잖은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무난한 글만 쓰면 나의 이미지에 해가 될 일도 없을테니, 그런 비판글은 쓰지 말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여기저기에 떠도는 기사들이 우연히 눈에 띌 때마다 찜찜한 기분을 억제하기 힘들었습니다. 솔직 당당하고 세련된 황정음의 캐릭터가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오르고 있다는 둥 찬양 일색일 뿐, 제 눈에 분명히 보이는 그 캐릭터의 치명적 단점들을 제대로 지적하며 비판하는 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 어쩌고 하는 비슷비슷한 기사를 무려 4번쯤 읽게 되었을 때, 저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확실하게, 독하게 표현해야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굳이 부드러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두루뭉술하게 할 거면 차라리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저의 의견에 많은 사람이 동조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지요. 동의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황정음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은 "옳지는 않아도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었으니까요. 그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대놓고 독하게 비판을 하면 저에게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리라는 것을, 맨 처음 비판글을 쓰기 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도 저는 고집스럽게 시작을 했습니다. 남들의 반발이 무서워 내 블로그에서조차 소신을 밝히지 못한대서야 너무 한심한 일이니까요.

원래는 이 글에서 이어가려고 했으나 너무 길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하얀 거탑' 장준혁 캐릭터와 '지붕킥' 황정음 캐릭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 포스트는 따로 발행되었습니다.


그만큼 "현실적인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주제는, 제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끊임없이 주장하고 싶은 제 소신의 한 갈래입니다. 그런데 비교적 생소하며, 뚜렷하게 피부에 와닿는 명제가 아니므로, 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가 발생할 여지를 안고 있습니다.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그른 것을 보면서도 옳다고 하는 오류를 보면 저는 언제나 말할 것입니다. 그건 아니라고 말이죠.


* 관련글 : '하얀 거탑' 장준혁 VS '하이킥' 황정음 

    정음보다 세경을 좋아하는 이유 
   세경과 정음의 본격적 대결 구도? 
   정음을 좋아하는 지훈이 안타까운 이유 
   정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훈의 여자는 신데렐라?

* 덧글 : 만약 저를 비롯하여 몇몇 분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황정음 캐릭터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은 "솔직 당당하고 스타일리쉬한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 와도 같은 비뚤어진 시각에서 고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개별적으로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겠으나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아무 영향력이 없는 셈이니까요.
저와 같은 고집 센 사람들이 나서서, 황정음 캐릭터가 갖고 있는 치명적 단점들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지적하며 훤하게 드러내 보여주니까, 이제야 비로소 여기저기서 그 캐릭터에 관한 객관적 시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사랑을 통해 성장해 나아가고 있는 캐릭터" 라고 말이지요. 예전처럼 무슨 솔직당당한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찬양 일색에서는 벗어난 셈입니다.
이렇게 된 것만 해도 비판론은 약간의 실효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마땅히 칭찬해야 할 부분들을 칭찬하고, 비판해야 할 부분들을 비판하고, 현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니까요. 현재 부족하지만 사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캐릭터임을 부정할 생각은 저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객관적 시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비판은 단지 깎아내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어 보다 올바른 대중적 시각을 추구하기 위한 것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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